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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법정 스님이 입적했다. 법랍 쉰다섯 살, 세수 일흔여덟 살.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대부분 언론들이 스님이 지은 책 중 <무소유>를 소개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무소유>를 한 번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무소유>를 읽은 사람 중 하나다. <무소유>를 언제 읽었는지 몰랐는데 책꽂이에 꽂혀 있는 <무소유>를 찾았다. 책을 사면 이 책은 '내 책이요'라는 욕심 때문인지 몰라도, 꼭 산 날짜와 내 이름을 적는 버릇이 있다. <무소유>도 구입한 날짜와 내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다.

 

때는 1988년 8월 22일. '상병 김동수'가 선명했다. 휴가를 나와 부대로 복귀하면서 구입한 것 같다. <무소유>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지 출판 기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구입한 <무소유>를 보면 1976년 4월 15일 초판이 나왔는데 1985년 초판 16쇄, 1988년 6월 10일 '증보판 14쇄'가 나왔다. 벌써 22년 전이니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다.

 

 법정 스님 <무소유> 1988년 8월 22일 구입날짜와 이름, 1988년 6월 10일 재증보판 14쇄를 구입했던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무소유>를 좋아한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법정 스님 저서를 항상 가까이에 두시고, 또 항상 추천도서 1호로 꼽았다"며 "스님의 저서 중<무소유> 같은 경우는 여러 번 읽으셨고,<조화로운 삶> 에 대해서는 2007년 말에 추천하신 사유를 찾아보니, '산중에 생활하면서 느끼는 소소한 감성과 깊은 사색을 편안한 언어로 쓰셔서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을 가실 때나 휴가를 떠나실 때 항상 법정 스님 수필집을 지니고 갔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법정 스님 입적에 대해 조전을 보내면서 "자비가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말씀만 아니라 삶 자체로 보여주셨다"며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무소유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해 오셨다"고 애도했다.

 

그리고 "많이 갖고, 높이 올라가기를 욕심내는 현대인들에게 비우는 사람, 베푸는 사람의 소중함을 보여주셨다"며 "수많은 저서와 설법을 통해 남겨진 맑고 향기로운 지혜와 마음은 우리 가슴속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분향(焚香)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법정 스님 입적을 애도하면서 분향 조전을 보냈다.

이 대통령이 애도 조전에서 밝힌 것처럼 법정 스님은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무소유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했으며, 많이 갖고, 높이 올라가기를 욕심내는 현대인들에게 비우는 사람, 베푸는 사람의 소중함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법정 스님은 "<무소유>도 더 이상 소유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유언을 남겼다.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오마이뉴스블로그> '보림재-임종국을 보배로만드는 서재')

 

<무소유>도 더 이상 소유하지 말고, 입던 옷을 수의로 입혀 태워 달라,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라, 오두막 뜰 철쭉 나무 아래 뿌려 달라는 유언은 그가 마지막까지 '무소유' 삶을 살다가 육신을 벗었다는 말이다.

 

그럼 그가 걸어왔던 삶과 남긴 말을 실천하는 것이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특히 <무소유>를 추천도서로 하고, 국외 순방과 휴가 갈 때 법정 스님 책을 항상 지니고 간다는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법정 스님이 대운하를 강하게 비판한 것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프레시안>은 11일 지난 2008년 공개 법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업으로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를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이다", "투기꾼과 건설업자들만 대운하에 찬성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운하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한 대목이 대표적 사례라고 보도했다.

 

대운하는 아니지만 지금 4대강은 파헤쳐지고 있다. 강바닥을 파헤치면서 '오니'층이 드러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장비를 동원하여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고 있다. 강이 죽고, 온갖 식물들이 죽고, 문화재가 훼손되는데도 말이다. <무소유>를 추천도서로 삼으면 무엇하고, 국외 순방과 휴가갈 때 몸에 지니고 가면 무엇하나. 삶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뿐 아니다. "많이 갖고, 높이 올라가기를 욕심내는 현대인들에게 비우는 사람, 베푸는 사람의 소중함을 보여주셨다"고 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한 일은 부자감세와 방송을 장악했고, 국가권력기관을 동원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어떤 장관은 전임 정부 때 임명받은 기관장들은 물러가라고 닦달했다가 법원 판결로 인하여 한 지붕 두 위원장라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게 했다.

 

한 마디로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실천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다 내 것'이라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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