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Wow!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니. 제게 벌어진 일이지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지난 일요일 밤 한국에 들어와서 불과 며칠 동안 트위터 번개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은 제 평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 http://estima.wordpress.com/)

 

지난 5일 저녁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에서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보스턴에 살다 잠시 귀국한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가 친 '트위터 번개'에 100명 가까운 이들이 모인 것이다. 미국에서 겪은 IT 현상에 대한 간단한 강연을 겸한 이날 모임은 트위터 방송으로도 생중계돼 수백 명이 지켜봤다.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국내에도 급속히 번지고 있는 '140자짜리 단문 블로그' 트위터 '한국어 사용자'는 현재 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문화'인 트위터와 한국의 '오프 문화'가 만나 활발해진 '트위터 번개'가 임정욱 대표에게는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리꾼들도 이처럼 유명인과 트위터를 통해 '친구'가 된다는 자체가 색다른 경험일 수밖에 없다.         

 

'140자의 매력' 트위터에 빠진 CEO들

 

지난달 4일 '블로그 CEO(최고경영자)'로 유명한 조너선 슈워츠 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하이쿠 형식으로 퇴임사를 남겨 화제가 됐다. 이에 앞서 빌 게이츠(@BillGates)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도 지난 1월 19일 트위터에 처음 입문한 뒤 5시간 만에 팔로어(구독자) 10만 명을 끌어 모아 화제가 됐다. 빌 게이츠 트위터의 현재 팔로어는 57만 명에 이른다. 이밖에 에릭 슈미트 구글 CEO나 손정의 일 소프트뱅크 회장도 유명 트위터로 손꼽힌다.   

 

이처럼 해외 유명 CEO들이 트위터를 통해 일반인과 소통한다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신의 '팬'들에게 노출해 한 걸음 가깝게 다가가고, 나아가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트위터로 소통하는 CEO는 얼마나 될까? 10일 현재 '한국 트위터 사용자 디렉토리(http://koreantweeters.com)에 등록된 13만 사용자 가운데, 자기소개(bio)에 'CEO'나 '대표이사'로 밝힌 이는 500명 남짓. 물론 이 가운데는 'CEO 지망생'도 끼어있지만 거꾸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은둔형 CEO들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이들 중 가장 인기 있는 CEO는 누굴까? 팔로어 수만 따지면 '트위터 전도사'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3만3000명으로 단연 1위다. 박용만 ㈜두산 회장이 1만8000명으로 뒤를 쫓고 있고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와 허진호 네오위즈인터넷 대표도 '1만 팔로어' 대열에 합류했다.

 

이밖에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조원규 구글코리아 대표, 전하진 전 한컴 대표, 김진수 YES24 대표, 신동호 링크나우 대표, 박태웅 KTH 부사장,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등도 트위터에 이름을 올렸다.

 

'민원 해결사'에서 '옆집 친구' 같은 CEO까지

 

박용만 회장 같은 예외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IT 관련 중견기업이나 벤처기업 CEO들이 주로 트위터를 쓰고 있다. 특히 한글트위터(www.twtkr.com)를 운영하는 이찬진 대표처럼 트위터나 '소셜 미디어' 관련 분야 CEO들이 많다. 지난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트위터에 입문해 한때 화제가 됐지만 아직 활동은 미미하다.

 

IT 분야 대기업으로는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이 자존심을 지키는 정도다. 표 사장이 한 달 반 동안 트위터에 올린 글은 30여 편에 불과하지만 '노키아 5800' 펌웨어 업그레이드 지원 약속 등에 힘입어 3000명 가까운 팔로어를 확보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글보다는 쇼 트위트, 올레KT 등 기업 트위터 계정과 연계해 '트위터 마케팅' 차원에서 참여한 경우다.

 

반면 지난달 구글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사전 개통했을 정도로 '얼리어답터'인 박용만 회장 트위터는 사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회사 생활을 가끔 언급하기는 하지만 표 사장처럼 업무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초엔 드라마에 비친 회장 모습과 자신의 실제 생활을 대비시킨 '회장님 탐구생활'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트위터 친구에게 "그냥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할 정도로 스스럼 없다.

 

임정욱 대표나 이찬진 대표, 허진호 대표 등은 트위터들 사이에서 '친절한 정보통'으로 통한다. 자신의 관심 분야와 일상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IT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속속들이 중계하고 있다. 이들이 트위터에 올리거나 지인들과 나누는 글들은 그대로 다른 팔로어들에게 노출돼 순식간에 화제가 되기도 한다. 강연회에선 트위터로 직접 질문을 받고, 유명인과 만나는 자리에선 다른 팔로어가 궁금해 하는 걸 대신 확인해 주기도 한다.    

 

'트위터 소통', 매스미디어 통한 홍보 체계 흔들어

 

경우에 따라 '홍보담당자-보도자료-기자-언론보도'라는 정상적인 기업 홍보 라인을 건너뛰고 트위터를 통해 기업 대표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하기도 한다. 표현명 사장과 노키아폰 사용자들 간의 펌웨어 업그레이드 지원 약속이 대표적이다.

 

언론인 출신인 임정욱 대표가 '트위터 번개'를 마친 지난 6일 트위터에 남긴 글은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번 번개를 통해 소셜 미디어 현상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움트고 있다는 실감을 했습니다. 이 행사는 기존 미디어, 포털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고 검색도 안 되는데도 트위터를 통해 며칠 만에 전파, 조직되어 백여 명이 모이고 또 다른 수백 명이 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임 대표는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았는데도 모든 게 트위터를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새로운 파워풀한 풀뿌리 정보유통채널"의 탄생을 알렸다. 더 놀라운 건 임 대표 말대로 이 모든 게 "트위터 본격 보급 1년, 아이폰 3개월 만의 일"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소통은 트위터나 기업인의 전유물은 아니다. 네이버 미투데이 사용자도 100만 명을 넘었고, 유명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들도 단문 블로그를 통한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 이순간 이 깜찍한 소통 채널이 '아이폰'에 이어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태그:#트위터, #CEO, #이찬진, #박용만, #임정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