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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듯하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어김없이 찾아온 것이다. 기자는 올해 21살이니까 수능을 본 지 대략 1년이 지났다. 내가 고3이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했을까 떠올려보면 '무언가 답답하고 압박받는 느낌'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지금의 고3들은 어떨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바뀐 교육정책의 최대 당사자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고3이 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보았다.

불안하고 초조하면서 너무 빡센 '고3 라이프'

내가 취재계획을 세우고 그에따라 주위의 고3들을 만나기로 했었다. 기사를 쓰거나 취재를 한다는 생각보단 고3들과 진솔한 소통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했으나 약속을 잡았던 고3들이 전부 펑크를 냈다.

평일에 워낙 바쁠 것을 예감하고 주말에 약속을 잡았는데 토요일, 일요일 전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다며 약속을 미뤘다. 하긴 평일에 '자기시간'이 전혀 없으니 주말에라도 그동안 밀린 자신의 사생활이 필요하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기분이 좋지않은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직접 오프라인에서 고3들을 만나는 건 힘들다는 것을 체감하고 온라인(전화,문자,메신저)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전국의 고3들과 문자를 통해 짧게나마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인천에 사는 '박병욱 군'은 '기숙사에 잡혀살아 자기시간이 전무한 탓에' 기자의 문자에 답장을 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보통 문자 한 통에 답장을 받는데 걸린 시간은 4시간이었다.

"기숙사에서 돌아와 너무 피곤해 바로 자버려서 문자를 못봤네요ㅠ"라며 지친 모습을 보인 병욱 군은 토요일 1시에 학교에서 나와 월요일 오전 6시반에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일상을 반복한다고 했다. 그나마 남는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인터넷강의를 듣거나 자습을 하며 보낸다고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광주에사는 '안지선 양'도 바쁜 고3생활을 실감하고 있다. 평소에 10시까지 자습을 하고, 자습이 끝난 후에도 독서실에 가서 심야학습을 한다. 주말에는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항상 오후 6시까지 자습을 한다.

이런 고3들의 심정을 잘 표현해주었던 친구가 춘천에 사는 '길영환 군'이었다. 고3생활이 한마디로 어떠냐는 질문에 "불안하고 초조하다"며 '대학에 가야한다는 것'과 '너무 빡세다는 것'이 이런 정서를 만들었다고 했다. 개인이 스스로 가지는 '부담감'보다 주위에서 고3이란 이유로 풍기는 암묵적인 '압박과 부담'을 더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매일 잠과의 전쟁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
▲ 학교 쉬는시간에 부족한 쪽잠을 자고있는 청소년들 매일 잠과의 전쟁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고등학생들.
ⓒ 바이러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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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뼈저리게 경험했는데, 고3이라고 뭐 바뀐 게 있나?

반면 그저 누구나 겪는 고3생활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있는 고3들도 있었다. 대전에 사는 '서여진 양'은 "뭐 저는 별거 없는데"라며 고3이 되기 전 주위에서 우려를 너무 많이 해줘서 그런지 진짜 고3이 되고나서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거나 못 결딜 만하진 않다고 말했다. 물론 여진 양도 '빡센'건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내내 학교에서 자습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 사는 '김지연 양'은 자신의 고3생활이 '밑밑하다'란 말에 동의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겼냐'는 질문에 "뭐 아는 애들이랑 지내고 있죠"라고 한 지연 양은 그냥 다른 고3들이 다 그러는 것처럼 자신도 마찬가지라며 고3생활을 그럭저럭 보내고 있다고 했다.

대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은 기자는 '어디 목표로 두고있는 대학이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지연 양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다. 지연 양은 관련 학과중에 중앙대 신방과가 있지만 너무 높아서 쓰기 힘들다며 현실적인 이유를 말하기도 했다.

기자가 처음 기획을 하고 약속을 잡았을 때 광주에 사는 '배하나 양'은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고3들이 바쁘고 다들 시간이 없겠지". 그 말을 새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모든 고3은 전국을 가리지 않고 무척이나 바쁜 거 같다.

생각해보면 기자 본인도 고3시절 무지 바빴다. 그래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회 책임론'적인 생각을 남들보다 잘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서 오는 '반항심'이 있었지만, '고3을 기계취급하는 학교와 사회'에 밀려 '대학 진학'을 위해 '억지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나를 순응시킨 적도 많았다.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고3이 뭐길래?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19살 꽃다운 나이의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부담스럽고 빡센 삶'을 강요하는 건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부여하는 의미의 '고3'을 모두가 겪어야만 하는 '매커니즘'이 너무 싫지만 그래도 전국에 고3들이여 언제나 힘내고 '파이팅!'하길 바란다.

'고3 완전정복'은 수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고3의 일 년을 '고3 수험생활을 보내는 세 남녀 학생의 모습'을 통해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 '고3 완전정복'이라는 책 '고3 완전정복'은 수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고3의 일 년을 '고3 수험생활을 보내는 세 남녀 학생의 모습'을 통해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 고3 완전정복 (새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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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국의 고3여러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태그:#고3, #열아홉살, #야자, #성적,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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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광주로 내려와서 독립 언론 <평범한미디어>를 창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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