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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대강 공사현장 중 낙동강 구간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많아졌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정치인, 언론 기자, 종교단체, 환경단체, 동네 주민, 또는 상주쪽 한 단체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에 시민들이 참가한 참가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방문 목적이야 각기 다르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것입니다. 정부, 여당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보 건설 현장의 높다랗게 쌓인 준설토와 구조물 그리고 공사관계자들이 내보인 진척상황 등을 브리핑 받겠죠.

 

또 다른 한 그룹은 경향신문, 한겨레 등을 비롯한 진보성향의 언론, 종교단체, 환경단체 등입니다. 이들은 굴착기와 각종 중장비로 파헤쳐진 현장을 눈과 사진에 담으며 정부측 감언이설이 거짓말이었음을 어떤 형태로든 증명하려고 하겠죠. 그 방식은 기사, 블로그 글, 트위터 한줄 메시지, 낙동강 순례 감상문 쓰기 등 다양할 것입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곳은 상주 쪽입니다. 지율 스님과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이사 강습사)이라는 단체에서 매주 낙동강순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는 '4대강 살리기'로 훼손되고, 난도질 당하는 '낙동강을 지키기 위한 활동'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순례한 함께했던 많은 기자들은 죽어가는 강 현장과, 함께 했던 순례객들이 느낀 감상을 기사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영남일보>, 사실과 진실의 착각

 

그런데 지역의 한 신문에서 이 사실에 이상한 해석을 해, 독자로 하여금 '헉?' 소리나게 했습니다. 특히 지율스님과 함께 낙동강 순례를 다녀온 저는 너무도 황당했습니다. 기사의 맥락에 따르면 '낙동강을 지키기' 위해 작은 마음이나마 보태고자 참석한 사람들의 모습을 '강살리기 사업보기 위해 관광(?)온 사람들'로 빙의시켰습니다.

 

 

<영남일보>는 지난 3월 4일 <'강따라 뚜벅뚜벅' 상주 명소됐네>를 통해 낙동강, 특히 경천대, 회룡포 등을 함께 볼 수 있는 상주지역을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기사의 중간제목으로 "낙동강 투어로드 인기, 강 살리기 사업 보려 인파 몰려"라고 뽑아두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검증 들어가 보겠습니다.

 

일단 상주시가 낙동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총 33㎞구간에 85억을 투입해 '낙동강 투어로드'를 개설했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자전거 이용객이 거의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최근 4대강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 곳을 도보로 걷기 위해 찾는 방문객이 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방문객이 늘어난 이유입니다.

 

앞서서도 말씀드렸지만, 언론인, 종교인, 시민 등이 이곳을 찾는 것은 '낙동강 지키기'라는 화두를 실천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율스님과 시민단체 강습사에서 매주 '순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얼마전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이사 등이 다녀가면서 더더욱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방문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영남일보> 측에서도 이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해당 신문은 2월 2일 <"공사 방해 뜻은 없어, 현장 우리 눈으로 보자는 것">이라며 이 순례 행사를 상세하게 소개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갑자기 이 흐름이 <강 살리기 사업 보기 위한 인파>로 뒤바뀌었더군요.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 이국진 사무국장은 이 기사를 보고 "강 죽이는 현장을 보러 사람이 몰리는 거겠지요"라며 착잡해 했습니다.

 

<영남일보>는 2008년 한반도 대운하, 2009년 4대강 살리기와 관련 정부 여당 측의 장밋빛 주장만 그대로 지면에 옮겼을 뿐, 이 정책에 오류를 제기하는 대부분의 정보를 지면에서 배제했습니다. 더불어 공사현장의 각종 문제, 민원, 지역사회 피해 등 지역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룬 뉴스마저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언론은 '사실'을 말하면서 '진실'을 감추기도 합니다. <영남일보>가 본 사실은 '낙동강 투어로드에 방문객이 증가하고, 그 사람들 대부분이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보기 위한 시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영남일보>의 지향 즉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서라면, 새로운 현상이 무엇이든 간에 무조건 자신의 관점에 맞춰서 해석하는 '부당한 저널리즘' 관행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진 속 인물들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진정으로 '강살리기 사업'을 보시기 위해 상주 낙동강 투어로드를 찾으신 것입니까?

덧붙이는 글 |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에서 3월 9일 발표한 보고서입니다. <미디어오늘>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영남일보, #4대강, #상주, #낙동강투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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