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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여고 청소년 정치외교연합' 7명의 학생들
 '통영여고 청소년 정치외교연합' 7명의 학생들
ⓒ 정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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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65주년인 2010년은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해다. 비록 '기념'할 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숫자인 것은 틀림없다. 또한 3·1독립만세운동 91주년을 맞아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청소년들의 역사인식과 교육에 대한 우려를 하나같이 쏟아놓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국사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기억해야 하는 국치'의 해에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 속에서, 경남 통영지역에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공부와 실천을 이어나가는 청소년들의 모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통영여고 학생 7명이 꾸민 모임 '통영여고 청소년 정치외교연합'이 그 이름이다.

통영여고 강류경, 김가은, 김석영, 김수지, 박경리, 주현경, 최유라(가나다순) 등 7명의 학생들이 꾸린 '통영여고 청소년 정치외교연합'은 지난해 10월 30일 결성하고 활동을 시작해 지난 3월 1일에도 의미있는 움직임을 가졌다.

7명의 여고생들은 지난 1일 3·1 독립만세운동 기념일을 맞이해,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대표 송도자)과 민족문제연구소 통영모임이 원문공원 3·1운동 기념탑에서 가진 '친일인명사전 헌정식'에 참가해 독립지사의 영령에 참배하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역사바로세우기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새겼다.

이어 7명의 통영여고 학생들은 송도자 대표와 함께 노인요양병원을 찾아가 일본군'위안부'할머니들과 함께 마음과 정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같이 아름다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7명의 통영여고 학생들은 그 나이답게 밝고 발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중한 생각과 발언으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학생들 "위안부 문제는 역사 문제이면서 인권 문제"

학생들은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조사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있어서 우리나라 지자체 의회보다 일본 지자체 의회의 결의안 채택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었어요"라고 위안부 문제의 현실에 대해 당혹감을 표시하면서도 "직접 만나뵙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결의안 채택도 중요하지만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함께 마음과 정을 나눌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한 "올해가 한일합병 사건이 있은 지 100년째가 되는 해인데, 오히려 역사 문제는 진정한 해결이 아니라 묻어버리려고만 하고 잊어버리자는 사람들도 있어 안타까워요"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청소년이며 또한 여성인 이들에게 종군위안부 문제는 '여성인권문제'이기도 하다. "유교문화권인 탓인지, 할머니들은 피해자인데도 오히려 사회에서 냉대를 받고 소외받아 왔습니다. 피해자가 오히려 냉대받는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나라 성폭력 피해자 여성들의 상황도 수십 년 전 당시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고 봐야겠죠"라며 위안부 문제가 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문제임을 지적한다.

"매월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시간 가질 거에요"

'통영여고 청소년 정치외교연합'은 앞으로도 매달 한두 번씩 일본군'위안부'피해할머니들을 찾아가 같이 마음과 온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며, 올해 8월에 예정된 '다가가기' 인권영화제에도 자원봉사 스태프로 참여해 바른 역사와 인권을 위한 실천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답게 UCC영상을 자체제작해서 통영시민들에게,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 모든 이들에게 종군위안부문제의 현황과 실상을 알릴 계획도 갖고 있다.

많은 성인들은 '정치'라는 단어만 보면 국회의원이나 정당, 선거전 등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정치'는 구호가 거창한 선거판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통영여고 청소년 정치외교연합'이 증명하고 있다.

올바른 정치란, 올바른 역사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약자를 위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임을 이 7명의 여고생들이 제대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역사의식의 위기, 민족정신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들도 있지만 통영의 아름다운 7명의 여고생들의 미소 속에서 통영과 대한민국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
ⓒ 정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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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영, #통영여고, #통영여고 청소년 정치외교연합, #한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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