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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취재, 약 3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취재정리 : 안소민 시민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도서출판 레디앙, 2008년)의 저자 목수정씨(42세)를 파리 마레(Marais)지구에 위치한 보쥬(Vosges) 광장에서 만났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도서출판 레디앙, 2008년)의 저자 목수정씨(42세)를 파리 마레(Marais)지구에 위치한 보쥬(Vosges) 광장에서 만났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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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자유여성' 목수정씨(42)를 파리 마레(Marais)지구에 위치한 보쥬(Vosges) 광장에서 지난 3월 1일 만났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도서출판 레디앙, 2008년)의 저자. 현재 프랑스 남자와 동반자가 되어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결혼 한 적이 없다. '팍스'(PACS:시민연대계약)만 했을 뿐이다.

목수정씨는 프랑스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이를 낳은 방법에 대한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으려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하나의 정답만 강요하는 한국사회와는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 낳기'는 프랑스의 출산율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한 해 출생아의 50% 가까이 결혼 상태가 아닌 커플에 의해 탄생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문화의 경직성도 바뀌어야 할까? 아직 이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때 이르게 느껴질 것이다. 목수정씨는 한국도 프랑스처럼 남녀결합 방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진보가 이뤄져야겠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랑'의 깊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산업은 발달했지만 사랑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반문했다. "결혼의 신성함, 도덕성은 여성에게 100% 요구하면서 (남성들이 소비하는) 성산업이 번창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행복한 커플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겠나?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키울까?"라고.

- 왜 결혼을 하지 않나?
"아직도 결혼이라는 제도는 여성에게 불리하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어려워하고 아이 낳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사 지내야 하고, 시부모의 명령에 복종해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 나는 결혼이라는 족쇄를 견딜 수 없었다. 실제 몇 번 결혼을 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는 항상 악몽을 꾸었다. 구두에 진흙이 묻어 있는 꿈이었다. 웨딩드레스가 참 안 예뻐 보이더라."

- 프랑스엔 미혼모라는 단어가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사회에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이라는 약속을 하고 그 안에서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는 한 가지 정답만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프랑스 사회에선 정답이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왜 결혼 안하냐고? "프랑스엔 정답이 없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책에 보면 '시민연대계약(일명 '팍스'라고 불린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실제로 현재 칼리의 아빠(희완)과 시민연대계약을 맺고 살고 있는 목수정씨에게 이 제도에 대해 물었다.

- 시민연대계약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처음에는 동성애자 커플의 혜택과 복지를 위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함께 사는 동성애자 커플 중 한 명이 죽으면 남은 상대는 상속을 비롯해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불합리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동성애자보다 이성애자들이 훨씬 많다. 1999년 통과되었는데 10년 동안 투쟁해서 쟁취한 결과다."

- '팍스'의 과정은?
"두 사람 모두 결혼과 팍스를 안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만 구청에 제출하면 된다. 여기에 상호간에 어떤 계약으로 할 건지 계약을 쓰기도 하는데 이건 의무사항은 아니다." 

- 어떤 계약을 쓴다는 건가?
"예를 들어, 내가 죽으면 상대에게 전 재산을 상속한다는 등의 계약이다. 계약 내용에 제한은 없다."

- 프랑스에서 출생신고는 어떻게 하나?
"결혼을 안했어도 가능하다. 팍스 상태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엄마 또는 아빠만 할 수도 있다. 대신 태어난 지 반드시 사흘 안에 해야 한다. 애를 방치하는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곳에선 아기 이름을 반드시 미리 지어놓곤 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아이는 부모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 결혼이 팍스와 다른 점은?
"결혼은 증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례가 필요하다. 주례는 구청장이나 부구청장이 맡는다. 결혼식이 혼인신고 그 자체다. 그러나 팍스는 서류로 신청만 하면 된다. 팍스를 해제할 때도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신청해도 가능하다. 한 달 안에 해제가 된다. 반면 결혼했다 이혼했을 때는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합의하면 간단하지만 합의가 안 되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이혼중'인 커플들이 많다."

- 결혼과 팍스의 경우, 남녀의 재산은 어떻게 관리되나.
"결혼시 계약 안하면 이혼할 때 남녀의 재산은 무조건 반으로 나뉘게 되어 있다. 물론 아이가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자신의 재산은 각자 관리한다는 계약을 해놓으면 남편이 소송에 걸려도 부인의 재산은 안전하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의 저자 목수정씨(42세)가 1일 파리 마레(Marais)지구에 위치한 보쥬(Vosges) 광장에서 오마이뉴스 프랑스 특별취재팀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의 저자 목수정씨(42세)가 1일 파리 마레(Marais)지구에 위치한 보쥬(Vosges) 광장에서 오마이뉴스 프랑스 특별취재팀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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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딸 전체 교육비 한 달에 단 3만원

- 딸 칼리(5)는 어디에서 낳았나?
"임신 7개월째에 한국에서 돌아와 프랑스의 한 병원에서 낳았다. 참고로 프랑스에선 출산은 무조건 국립병원에서만 할 수 있다. 사립병원은 임신판정 여부와 부인과 진찰만 하는 곳이다. 국립병원에서 낳았는데 난산이어서 1주일을 입원해야 했다. 퇴원할 때 낸 돈은 전화비가 전부였다. 자궁수축 마사지, 물리치료 모두 무료였다. 심지어 피임도 무료다. 출산 뒤 피임을 어떻게 할 거냐고 가장 먼저 묻는다."

- 현재 칼리가 다니는 유치원과 교육비에 대해 소개해달라.
"칼리가 다니는 학교는 플라스 데 보쥬 (Place des Vosges) 유치원이다. 식비만 낸다. 프랑스 학교는 수요일에 쉬는데, 이외에도 단기방학이 많다. 방학 때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단기 놀이학교 프로그램을 연다. 다양한 학년이 섞이는데 이 놀이학교에서는 그림도 그리고 박물관에도 가고 요리도 한다. 요즘 프랑스는 스키방학(보통 2월에서 3월 사이에 있는 방학으로 지역마다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인데 오늘 칼리는 세느강에 가서 유람선을 탄다고 했다."

- 칼리의 교육비로 한 달에 드는 비용은?
"파리시에서 미술이나 요리, 음악을 주제로 한 아뜰리에(현장실습 프로그램)를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번 칼리가 이 아뜰리에에 참여했는데 2주 동안 지불한 금액은 2유로(약3천원)였다. 식비나 놀이학교 등을 포함해 칼리에 들어가는 한 달 교육비는 3만원 남짓이다. 아플 때나 일이 있어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는 금액에서 제외된다."

- 집안에서 가사일은 어떻게 분담하나?
"식사는 내가 담당한다. 아침에 아이를 깨워서 밥을 먹이는 건 아빠, 데려다주는 건 아빠가 하고 데려오는 것은 내가 한다. 그 외 쓰레기 버리고 청소하고 설거지하는 것은 칼리 아빠의 몫이다. 빨래는 내가 돌리고 넌다. 대신에 빨래는 함께 갠다. 내가 하고 있으면 저 멀리서 달려온다.(웃음)"

"성산업 발달했지만 사랑은 사라지고 있다"

다양한 남녀결합 방식이 인정되는 분위기, 임신-출산과정 무료, 유치원교육비 단돈 월 3만원, 완벽한 남녀 가사분담 등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프랑스에서는 정말 꼭 결혼 하지 않은 쌍이라 할지라도 아이를 낳는 부담이 없을 듯했다. 그렇다면 목수정씨는 우리나라의 부부들이 '하나 낳기도 버겁다'면서 출산파업(1.15명, 2009년)을 하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우리나라 엄마들이 왜 아이를 1명 이상 낳는데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보나?
"물론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성산업은 발달했지만 정작 사랑은 사라져가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가족구조와 사회가 여성들을 숨막히게 한다.

한국에서 결혼의 신성함은 100% 여성에게만 요구된다. 도덕성이 요구되면서 성산업이 발달한 나라, 남편은 회식과 접대로 자정 넘어서 퇴근하고 이것 때문에 부인은 스트레스 받는다. 이런 분위기에 행복한 커플이 얼마나 되겠나.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키울까. '이렇게 살아야 적어도 불행하지 않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게 된다. 프랑스도 여기 나름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문제가 더욱 심하다."

- 한국에서도 프랑스와 같은 다양한 가족의 구성, 양성평등이 가능하다고 보나?
"지난 시절,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을 했다. 그러나 가족과 혈연에 대해서만은 여전히 금기시했다. 현재 자칭 진보라하는 사람들도 이런 구습에 짓눌려 있다. 프랑스는 지난 68혁명때 구습을 벗어던졌다. 한번 대대적인 폭발이 있어야 할 것 같다.(웃음)."

그러나 목수정씨는 '희망'은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촛불시위'에서 특히 여성들에게서 희망을 봤다. 여학생, 유모차 부대, 하이힐 부대가 주축이 된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쇠고기 수입반대에 그치지 않고 언론과 정부에 대한 비평으로 지평을 확산시켜 나갔다. 그걸 보고 이러한 비판의식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시민의 힘이다."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이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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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