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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도 아닌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아래 영등포경찰서가 40여 명이 넘는 수사관을 동원하여 한 달이 넘게 이 잡듯 뒤지며 진행한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의 정치활동 혐의 수사'의 잠정 결과가 윤곽을 드러냈다.

영등포경찰서는 2일 "교사 또는 공무원 신분으로 특정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정치자금을 기부한 수사대상자 292명의 대부분인 284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소 의견을 밝힌 284명 중 정당 가입과 정치자금 기부 112명, 정당 가입만 2명, 정치자금 기부만 170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이 '증거재판주의'와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중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그래서 검사나 판사 의견이 "나쁘다"고 할지라도 구체적인 형사처벌 조항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또 심정적으로 범죄임을 직감한다고 해도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이는 "10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근대 사법제도의 가장 중요한 모토 실현을 위해 도입됐다. 고문을 금지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이번 경찰의 '기소 의견' 송치는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은 당원 가입 여부와 시기도 특정하지 못했고 당비 인지 후원금인지 돈에 대한 성격 규명도 못한 상태에서 그냥 당비로 규정하고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의 정당가입 혐의, 정치자금법 상의 불법 정치자금 납부 등의 혐의로 기소한다는 것이다.

돈 성격 구분 없이, 무조건 당비라고?

지난 2월7일 새벽 경찰이 민노당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관을 파견하자, 이정희, 홍희덕 의원 등 민노당 당직자 및 당원들이 서버업체 건물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다.
 지난 2월7일 새벽 경찰이 민노당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위해 경찰관을 파견하자, 이정희, 홍희덕 의원 등 민노당 당직자 및 당원들이 서버업체 건물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다.
ⓒ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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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논란이 됐던 당비냐, 후원금이냐에 대해 경찰은 어떤 증거도 내놓지 않고 '그냥 정기적으로 돈이 입금되었기 때문에 당비'라고 하고 있다. 또 '당비를 납부했기 때문에 정당에 가입한 것이므로 범죄'라는 주장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나섰다지만, 이 역시 아무 것도 증명할 수 없는 헛수고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은행으로 무통장 입금 또는 CMS로 돈을 보낼 때 확인하는 것은 그 돈을 실제로 받을 사람과 금액이다. 누구의 명의로 되어 있건, 어느 은행에 개설된 것이든, 그것이 어디에 신고된 것인지는 돈을 보내거나 받는 사람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통장에 뭐라고 찍히느냐 역시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다. 쓰는 사람 마음이고, 구분하는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돈을 보내는 사람이든 돈을 받는 사람이든 '누구에게 얼마가 갔다, 누구에게서 얼마가 들어왔다'는 것만 확인되는 것이 무통장 입출금이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하나밖에 없는 CMS 통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개인처럼 통장을 여러 개를 만들어 주택청약 통장, 자녀 학자금 통장, 주식 펀드 통장 등으로 그 용도에 따라 엄격히 구분하여 사용한다면 모를까 통장 하나로 ▲당비와 후원회비 ▲정치인 후원비 ▲기관지 구독료 ▲FTA 반대 투쟁기금 ▲교육연수비까지 받는 상황이라면 입금자와 입금액, 통장 기재 사항만 가지고 그 성격을 구분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일 수밖에 없다.

당원 가입 가능성으로 치면,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의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 당원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한 현직 교사와 교육공무원들이 한나라당 당원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나 검경은 이 사실에 대해서 전혀 수사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경찰이 돈의 성격 구분 없이 무조건 당비라고 구분해 '당원 가입'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여론·정치공작이다.

경찰과 검찰은 애초부터 공무원이나 교사가 미신고 계좌에 돈을 보낸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이 일면 맞을 수 있다. 우리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7조에 의하여 법제처나 행정안전부, 교육과학부, 그리고 검찰마저도 교사나 공무원이 정당, 정치인, 정치후원회 등에 후원금을 내는 것 자체를 위법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처벌하려는 검경에게 큰 장애물이 등장했다. 현직 교장과 교감, 교원, 그리고 유치원연합회와 사학법인협의회 등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후원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형사처분하려면, 기껏 1만 원에서 40만 원 낸 교사들에 앞서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모금한 교총 산하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의를 먼저 수사해야 한다. 그들의 정치자금 모금 결의가 훨씬 더 큰 죄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미신고 계좌 입금 자체가 문제"라는 '억지경찰'

검찰은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관련 교사들을 처벌하자니 한나라당이 걸리고, 처벌 안 하자니 그동안 수사를 한 검경이 공개 망신을 당할 것 같아, 결국 미신고 계좌 입금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몰아가고 있다. 돈의 성격이 당비이냐 후원회비냐를 떠나서 미신고 계좌에 입금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의 주장 중 '미신고 계좌에 입출금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은 맞고 '이를 불법정치자금으로 형사처분 하겠다'는 것은 틀리다.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신고 되지 않은 계좌로 정치자금을 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법 입법 취지는 비밀리에 운용되는 불법 정치자금을 처벌하겠다는 것이지 합법적인 정치자금에 대한 행정 처리 잘못을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민노당의 미신고 계좌에 입출금된 돈은 비자금이나 돈세탁과는 전혀 상관없는, 합법적인 정치자금이 합법적인 계좌로 옮겨진 것 외에 아무 의미가 없음이 명백히 밝혀졌다. 하나밖에 없는 CMS 통장으로 입금된 돈이 그대로 합법적인 통장 또는 대상에게 전해진 것이라면 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노당이 행정적 실수로 이 통장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면 이는 통장을 신고하지 않은 회계 책임자에게 경고나 과태료 정도의 행정 처분으로 그칠 일이지 돈을 입금한 교사나 공무원에게 형사 처벌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그것이 선관위에 신고된 것인지, 신고 되지 않은 것인지는 돈을 보내는 사람이 상상도 하지 않는 사항이며 이를 확인할 방법도, 이유도 없다. 따라서 교사나 공무원이 미신고 계좌에 입금한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며 기소하겠다는 경찰의 주장은 억지다.

정당가입 여부와 더불어 이번 수사를 담당한 검경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정당 가입의 시효 문제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경찰이 수사를 통하여 밝힌 입금 내역은 대부분 최근이 아니라 훨씬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며, 그나마도 최근에는 중단된 것이 많았다.

교사와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한 것을 증명하지도 못했지만, 설사 경찰의 주장대로 일부 교사들이 정당에 가입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정당가입 시기가 2007년 이전이면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의 공소시효 3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공소 자체가 안 된다. 애초 검경이 비밀 투표를 보장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난에도 막무가내로 투표 현황을 열어보겠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당 가입으로 처벌이 안 되면 정치활동으로라도 처벌을 하겠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안쓰럽기까지 한, 검·경의 '계속범' 논리

교총 산하 현직 교사단체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정치자금을 후원하자고 결의한 회의 자료.
 교총 산하 현직 교사단체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정치자금을 후원하자고 결의한 회의 자료.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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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때문에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검찰과 경찰이 개발해 낸 논리가 이른바 "계속범"이다. 정당 가입을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즉시범'이 아니라 탈퇴를 하지 않는 한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범죄인 '계속범'으로 보아 가입 시기에 상관없이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고민하여 개발한, 대단한 논리라고 스스로 자평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법 조항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것이 얼마나 허황된 주장인지 알 수 있다.

우리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는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84조(벌칙)는 "이를 위반한 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당법 제53조(위법으로 발기인이나 당원이 된 죄)는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없는 자가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모두 "정당의 당원인 자"를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정당의 결성"(국가공무원법) 또는 "정당의 발기인"과 병렬적으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당 결성, 발기인과 마찬가지로 정당 가입 시점을 시효의 출발점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명백하다.

중앙선관위 역시 정당 가입죄는 정당 가입 시기를 시효의 시작점으로 보는 즉시범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명확한 사실에도 경찰은 자기들만의 해석으로 이를 계속범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고, 검찰 역시 현재까지는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민정당 시절까지는 학교에서도 교장·교감이 여당 당원 가입서를 들고 다니면서 교사들에게 가입을 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선거철이 되면 역시 선거운동원 등록부를 들고 다니면서 사인하도록 했다. 이처럼 반강제로, 혹은 산악회 동창회 명부가 당원명부로 둔갑한 경우도 많다. 이렇게 당원이 된 이들 중에는 지금까지 탈퇴신청을 하지 않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자기가 당원인지도 모르니 탈퇴 신청을 할 이유가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인 것이다.

검경 논리대로 정당가입을 '계속범'으로 본다면, 교장 교감에 의해 또는 산악회나 동창회 명단이 잘못 흘러가 당원이 된 사람들 중에 탈퇴 신청을 하지 않은 이들이 20년이 지난 지금 모두 형사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된다. 이게 말이 되는가? 검찰과 경찰의 계속범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들의 목적은 '법정재판' 아닌 '여론재판'에 있다

어떤 면에서 당비냐, 후원회비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논점이 아니다. 검찰은 당원 가입이 후원회비 납부보다 훨씬 중대한 범죄처럼 말하고 있지만 우리 법으로 엄격히 따지자면 교사나 공무원의 당원 가입보다 후원회비 납부가 처벌 형량이 더 무겁다고 볼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본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제84조는 정당에 가입한 것과 정치활동을 한 것에 대해서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한 경우 외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의 정당 가입에 대해서는 정당법 제53조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국가공무원보다 더 가벼운 형량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정치자금 후원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인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에서 '후원회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의 정치인 후원을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아'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7조를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적용하게 되면 정치자금 후원은 징역에서는 1년으로 똑같지만 벌금에서 300만 원 이하가 되어 정당 가입보다 액수가 3배나 많다.

즉, 우리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정치자금법을 종합해 보면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자금 후원이나 처벌 형량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굳이 따지자면 정치자금 후원이 정당 가입보다 더 높은 형사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다른 것은 곁다리라고 하면서 계속 정당 가입 혐의만 고집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소하여 형사처분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기소 자체에 의한 여론재판이 목적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이미 시국선언 사건에서 이를 목격하였다. 애초 법조계나 교육계에서는 시국선언 기소 자체가 과도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무려 86명을 기소하였으며, 기소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들을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 처분했다. 일부는 학교에서 쫓겨났고 일부는 징계를 받은 뒤 교원노조 전임이 불허됐다. 이는 전교조 활동 무력화로 보인다. 한편에선 이를 빌미로 교직원노조 설립 신고를 취소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정치활동 수사 역시 시국선언과 마찬가지로 이런 목적, 이런 경로를 밟은 뒤 무리한 기소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기소된 후 무죄가 나오든, 유죄가 나오든 그것 자체로 비판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역할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유독 전교조 대상 사건에서만 높게 나오는 '무죄율'

지난 1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무원, 교사탄압저지공동대책위원회 및 민생민주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공무원 및 전교조 공안 탄압 기자회견'에서 방대곤 전교조 초등정책국장이 경찰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수사 확대 방침과 관련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무원, 교사탄압저지공동대책위원회 및 민생민주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공무원 및 전교조 공안 탄압 기자회견'에서 방대곤 전교조 초등정책국장이 경찰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수사 확대 방침과 관련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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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있지만 민노당은 이번 수사로 인해 정당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도 노조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노당뿐 아니라 민주당 등 거의 모든 야당들이 이번 전교조와 전공노 정치활동 수사가 6월 선거를 위한 정치적 기획 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민노당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동네 PC방에서 당사자들의 참가도 없이 진행해 "국가 공권력이 얼마나 군색했으면 영장 집행을 PC방에서 하느냐, 영장에 없는 내용을 수사하다보니 이런 우스운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다. 국가 공권력의 최고 집행 기관인 검찰이 국가 공권력을 국민의 우스갯거리로 희화화 시켜버린 장면이다.

이런 검찰을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자료가 또 있다. 최근 전교조 활동을 빌미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 무죄 선고율이 다른 일반 사건에 비하여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검찰청과 사법연감 등의 자료에 의하면, 2008년 전국 모든 검찰의 기소 사건의 법원 무죄 선고율은 0.31%였다.(인원 4046명) 현재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가장 높은데 0.91%였다. 즉, 전국적으로 1000명을 기소하면 겨우 3명이 무죄를 받고, 가장 높다는 서울중앙지검에서 100건을 기소하면 무죄 받는 사람이 1명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수치만으로도 너무 높다고 뭇매를 맞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최근 전교조 활동으로 검찰에 의해서 기소된 사건의 무죄율은 일반 사건의 무죄선고율과의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높다. 먼저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무죄가 나오고 있는 서울 통일교사 사건과 전북 통일교사 사건이 있다.

부산 통일 학교 사건은 유죄가 나왔지만 이 3건을 통틀어도 무죄율이 무려 66.7%이다. 전국 무죄율보다 200배나 높은 수치이고, 서울중앙지검 무죄율의 74배에 이른다. 이뿐이 아니다. 교사 시국선언 사건에 대해서도 전북과 대전에서는 무죄, 인천과 충남에서는 유죄가 나왔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언론은 유죄와 무죄를 2:2로 단순 비교하여 검찰과 전교조가 비겼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잘못된 분석이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있어서 무죄는 0.3%가 나와야 정상인데 50%가 나온 것은 명백한 검찰의 패배이자 망신이다. 이뿐 아니라 방과후학교의 교장 교감 관리 수당을 둘러싼 마찰로 기소되었던 최근 전교조 울산 지부의 4명의 간부들이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고, 지난해 안양 성문고에서 학교 민주화를 요구했던 전교조 교사들이 받았던 기소유예도 헌재에서 "기소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받았다.

검찰, 수사과정 논란 피하려면 신중해라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기소된 전교조 교사 20명 중 1명을 제외한 19명이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으나 선고 형량은 그에 한참 모자라는 100만 원 이하 벌금이 대부분이었다. 유죄 비율만 따지더라도 5%여서 일반 사건 무죄율 0.3%보다 훨씬 높아 검찰이 위안 삼을 거리도 안 될 것 같다.

이렇게 검찰이 전교조 활동을 빌미로 기소한 중요 사건의 무죄율은 일반 사건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다. 대한민국 검찰의 치욕이자, 검찰이 전교조에 대해서 얼마나 편파적으로 기소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전교조에 대해서 기소부터 하고 보자는 경찰과 검찰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수사 과정에서의 불법과 편법은 차치하고라도 당원가입 여부도 밝히지 못하고, 돈의 성격도 증명 못하고, 계속범인지 즉시범인지 법리적 논쟁도 정리 못한 채 200명에 가까운 교사와 공무원을 기소한다면, 공권력은 법정에서 국민의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기소 의견 송치'야 수사를 했던 경찰의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정식 기소여부는 전적으로 검찰 판단에 달려있다. 이 수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검찰은 기소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에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치활동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 최종 판단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그:#정치활동, #검찰,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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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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