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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탄압, 부자 중심의 세제 개혁, 4대강 죽이기, 미디어 악법,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 이명박 정부 2년의 모습은 몹시 일그러져 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등이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째를 맞아, 기획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백서를 기반으로 해 노동, 시민권, 사회·복지, 환경과 건강, 언론, 교육·학문 등 각 주제별로 이명박 정부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2008년 2월 집권한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이제 2년을 지났다. 심각한 비정규노동 문제와 사회양극화 속에서도 MB정부는 집권 전부터 신자유주의 노동배제 정책노선을 분명히 제시하였다. 문제는 그것이 이전 정권의 신자유주의 노선과 얼마나 어떻게 다를 것인가에 있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 개요가 드러난 것은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노동부의 업무보고에서였다(노동부, '노동 분야 국정과제 실천계획', 2008. 3. 1).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자 경찰들이 살수차로 물을 뿌리며 강제해산 시키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9월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정부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자 경찰들이 살수차로 물을 뿌리며 강제해산 시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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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사와 일상 업무를 제거하고 보면 새 정책방안은 노사관계 정책에서 '노사관계 법치주의의 확립'과 노동시장 정책에서 '노동유연성의 제고', '규제개혁'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전자는 교섭 쟁의질서 확립, 노사 준법의식 확립, 복수노조 전임자임금 법 개정, 비정규직 관련 법 제도 보완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였으며 후자는 임금 근로시간 등 고용 유연화, 노동규제 전면 재검토 등이 포함되었다. 요컨대 그것은 많은 관찰자들이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처럼 강경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전면적 실시였다.

그러나 새 정부의 이와 같은 정책 구상은 집권 첫해인 2008년에 충실히 수행될 수 없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정치 정세의 급박한 변화 때문이었다.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3달 동안 지속된 촛불집회로 말미암아 정권의 정책 수행능력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떨어졌던 것이었다.

또 2008년 말에는 미국 발 금융공황의 여파로 심각한 경제공황이 시작되었다. 고용불안과 실업 사태가 예견되는 환경에서 고용불안을 야기할 고용유연화 중심의 새 노동정책을 실행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2009년 중반 이후 정치 정세가 상대적으로 안정화되고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불안이 점차 약화되자 이명박 정권은 원래 계획했던 노동정책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하였다.

'쌍용차사태'로부터 시작된 MB정부의 '노동억압정책'

지난해 6월 쌍용차 파업 사태 때 모습. 사측이 평택공장 진입시도를 예고한 가운데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쌍용차 파업 사태 때 모습. 사측이 평택공장 진입시도를 예고한 가운데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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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첫 출발은 쉽지 않았다. 임시 계약직 비정규노동자의 사용 기한을 2년에서 3~4년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만 것이었다. 부정적 여론과 야당의 강한 반대로 말미암아 법 개정은 쉽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노동부의 비정규노동자 100만 해고 대란설이 허위임이 밝혀진 상황에서 정부는 법 개정을 일시적으로나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환점은 곧 다가왔다.

전환점은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의 정리해고 반대투쟁이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77일간의 파업농성투쟁은 정부의 대규모 여론 조작과 경찰력 투입, 그리고 가혹한 진압으로 마무리되었다. 용산참사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실행된 위험한 진압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여론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정부는 새 노동정책을 마음껏 실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후 이명박 정권의 노동 억압정책은 거칠 것이 없었다. 쌍용노동자는 물론 이를 지원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간부들을 대규모로 사법처리하는 것은 그 시작이었다. 연이어 시국선언을 빌미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조합원과 간부들에 대한 중징계와 사법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통합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그 출범을 막기 위한 조직적 방해공작과 더불어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여론을 조작하며 노조 설립신고를 거부하는 등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계속되었다. 이 흐름은 최근까지도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이유로 진보정당에 가입한 전교조 교사와 공무원들에 대한 대규모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또 이 기간 동안 정부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공공부문에서는 단체협약의 일방적 해지사태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쟁의가 벌어질 이유가 없었던 한국노동연구원과 철도노조의 파업사태는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철도노조 파업의 경우에는 정부와 경영진이 파업을 유도하여 노조를 공격하려는 노조파괴공작의 일부를 드러낸 비밀문건이 사후에 발견되기도 하였다. 쟁의가 예상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의도적으로 쟁의를 유도하고 이를 빌미로 민주노총 산하 노조를 억압하는 국가 주도의 민주노조 파괴공작이 공작적 차원에서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주노총 탄압'을 지향한 노사관계 정책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탄압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탄압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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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목할 일은 같은 시기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악선전과 탈퇴공작이 대규모로 벌어진 점이다. 조중동 및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언론들은 연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공격하는 한편 민주노총 탈퇴 노조기사를 과장하여 왜곡 보도하였다.

(통합)전국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불법 정치활동을 하는 단체에 가입하는 것으로 매도했던 정부의 태도에도 보수언론은 적극 호응하였다. 노사관계 정책의 모든 초점은 결국 민주노총에 대한 직간접적 탄압을 지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첫 새벽에 국회를 통과한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노동법 개정과정과 내용은 그 정점이었다. 정부는 한국노총과 환경노동위 야당 위원장을 적절히 동원하여 강행처리에 따르는 부담을 줄여가면서도 최종적으로는 노동 측에 가장 불리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여 통과시켰다.

민주노총을 철저히 배제하거나 기만하면서 이명박 정부는 전경련 등 자본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법 개정을 매끄럽게 관철한 것이다. 한국노총을 여전히 권력의 영향 아래 둘 수 있게 된 것도 주목할 성과였다. 향후 노조 활동에 미치는 이 두 가지 사안의 영향력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영미 신자유주의'와 'MB 신자유주의'의 차이는?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은 신자유주의 노동배제정책, 반노동자 정책으로 일관되게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시장정책에서 그것은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 유연화' 일변도의 정책 실행이었으며 노사관계 정책에서는 '무관용 원칙'과 물리력 사용을 앞세운 '경찰국가'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반(反) 노동정책을 노사관계의 '선진화'이자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이라고 강변하며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상정하는 1980년대 영미 방식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은 이후 30년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결코 선진화방안이 될 수 없다.

그 기간 동안 영국과 미국에서 노동자의 빈곤이 크게 늘었으며 사회적 양극화가 심각하게 확대된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모델의 몰락은 그것이 선진화는 물론 경쟁력 제고 방안도 아님을 웅변하고 있다.

다른 한편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경찰국가 전략은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결코 동일시 될 수 없다. 맥락도 다르며 내용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영미의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 복지국가의 사회경제적 위기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노동자들은 복지국가를 경험하지도 못하였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정치권력이나 노동조합의 조직자원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그리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들의 절반을 상회하는 초(超) 유연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시장전제(market despotism)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시장만능의 사회에서 다시 시장주의를 강제하는 상황은 80년대 영미와 결코 같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권의 노사관계 정책은 영미의 '법과 원칙'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노동탄압 정책일 뿐이다. 쌍용자동차 파업에서 정부가 보여주었던 행태는 '법과 원칙'이 아니라 '야만의 국가폭력'에 불과한 것이었다.

MB정권 노동정책, 선진화가 아닌 후진화 방안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 1월1일 새벽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하자 반대토론에 나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지난 1월1일 새벽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려하자 반대토론에 나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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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공무원노조의 상급단체 가입 행위를 불법으로 몰아가는 일은 '법치주의'라기 보다 전근대적 권력이나 군사독재정권의 '반민주적 기본인권 탄압'에 가깝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LO(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에서 수차 되풀이해서 비판하였던 '복수노조 창구 강제단일화'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것도 영미의 신자유주의국가가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요컨대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은 '선진화' 방안이 아니라 '후진화' 방안이자 반(反) 민주적 노동탄압일 뿐이었다. '경쟁력 제고' 방안이 아니라 낡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체제를 다시 도입하려는 헛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쟁취했던 민주적 권리들과 노동자 생존권을 부정하고 역사를 되돌리는 일이다.

현재 정부의 노동탄압 수준은 몇 가지 사항을 제외하면 완화된 군사독재정권이었던 노태우 정권기의 억압성에 거의 접근하고 있다. ▲민주노조 파괴 ▲정리해고 구조조정 일변도의 노동시장 유연화 ▲비정규노동 확대와 강제적 임금 억제 ▲행정기관의 일상적인 노조활동 지배 개입 ▲경찰력의 폭압적 사용과 파업 파괴 ▲노동통제용 노동 관련법 개악 ▲노조 활동가에 대한 인신구속과 물리적 억압 ▲공무원노조 교원노조 탄압 등이 그러하다.

이명박 정권은 이제 중요한 역사적 갈림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군부독재 시절의 반민주적 노동억압으로 회귀하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다.

덧붙이는 글 | 노중기 기자는 한신대(사회학) 교수이며, 교수노조 대외협력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정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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