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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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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김대중.

해방 이후 가장 대척점에 있었던 정치적 인물이다.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휴전선처럼 이 두 사람을 사이에 두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박정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김대중의 모든 것이 싫고, 김대중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박정희의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

두 사람이 모두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을 빼놓으면, 워낙 정치적 역정과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 및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허상에 대한 증오의 정치로 집단적인 정치적 최면과 인지부조화에 빠져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특히 김대중에 대한 극우보수 세력들의 집단 인지부조화는 거의 병적인 수준이다. 명백히 허위로 드러난 사실조차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김대중의 집권 이전에는 '빨갱이'라는 색깔론으로 공격하다가, 집권 이후부터는 비자금 은닉 등 부정축재설로 비난했다.

보수 세력들이 언젠가는 김대중을 역사에서 파렴치한 부정축재자로 낙인찍으려한 그 '김대중의 수조 원 재산설'의 진상이 드디어 밝혀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유족이 19일 세무서에 신고한 상속세 신고서에 전 재산이 12억여 원이라고 한다.

보수세력에게는 실망스런 정도의 재산일 수밖에 없다. 아니, 허탈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수조원은 아니더라도, 최소 수천억 원 아니면 수백억 원이라도 되어야 하는데, 12억 원이라니.

12억 중 8억 원은 노벨평화상 상금 총 11억 원 중 김 전 대통령이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 기부했던 3억 원을 제외한 것으로, 이 8억 원을 제외하면 김 전 대통령이 모은 순수한 재산은 4억 원이다. 부인 이희호씨 소유의 사저 말고는 부동산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김대중 재산 12억 원 앞에서 보수세력들은 이제 뭐라 말할 것인가

그동안 보수세력들은 마치 주문 외우듯 김 전 대통령이 해외에 빼돌리거나 양도성예금증서(CD)로 숨겨놓은 재산이 수조원이라고 주장해왔다. 아무 증거나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음해였다. 이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지난 2008년 주장했던 김 전 대통령의 100억 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 비자금 은닉설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로 밝혀져, 오히려 그 의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여 있다.

물론, 김대중도 정치를 하면서 그 당시의 특수한 상황으로 박정희나 전두환 등 집권세력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액수이겠지만, 어떻든 정치자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기존 정치인 중에서 정치자금에 관한 한 가장 깨끗한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도 스스로 "구시대 정치의 막내"라며, 정치자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최소한 김대중은 이번 상속세 신고로 최소한 부정축재를 통해 유산을 후대에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권만 한나라당으로 넘어오면, 김대중의 부정축재 사실이 백일 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장담했던 보수세력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음해로 드러났다.

그들의 소원대로 이미 권력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권으로 넘어갔다. 정권이 교체된 지,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다. 검찰은 권력의 충실한 시녀가 되어, 지난 2년 동안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해 죽은 시체를 해부하듯 내장까지 들어내며 샅샅이 뒤져왔다. 혹시 죽은 권력에 부정부패의 남은 먼지라도 없나 기대하면서.

그런 이명박 정권과 검찰이 김대중을 봐줄 리가 없지 않은가. 그에 앞서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이 김대중을 그대로 두었겠는가. 만약 일부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는 '김대중의 수조 원 재산설'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김대중은 노무현에 앞서 '보수광기의 단두대'에 세워졌을 것이다.

극우 보수세력들은 이제 답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12억 원의 상속세 신고서 앞에서, 그들이 주장했던 김대중의 수조 원 재산이 어디로 날아갔는지를. 말한 자가 답할 의무도 있다. 아직도 찾지 못했다고 말할 것인가.

박정희는 무려 1조원 이상의 유산을 남겼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그런 보수세력들이 입만 열면 부정축재를 하지 않았다는 '깨끗한 박정희'는 얼마를 남겼을까. 미안하게도, 최소 1조원에서 최대 5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정도면, 전두환과 노태우의 정치자금의 아버지뻘인 박정희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원조였던 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서거 당시 남긴 재산은 MBC(문화방송) 주식과 부산일보를 소유한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육영재단, 그리고 6억 원의 현금이었다. 실제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정희가 자녀들에게 남긴 이들 재산의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노조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는 지난 2005년 정수장학회 재산을 최소 1조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최근 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는 MBC의 자산가치가 10조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어, 정수장학회의 자산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의 30%를 소유한 대주주다.

박정희 대통령의 자녀들 사이에 재산 다툼이 벌어진 육영재단의 경우에는 3만여 평의 어린이회관 부지만도 1천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중 가장 넓은 80여만 평의 대학 부지를 갖고 있는 영남대학교도 자산 가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영남대는 지난 96년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2천5백억 원으로 평가되었는데, 지금은 그 몇 배의 가치가 될 수도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개인 사업가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부정축재 재산이기 때문에 원소유주에게 돌려주라고 권고했으나, 박 전 대통령 유족들은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때, 청와대 금고 속에 있는 10억여 원의 현금 중 6억 원은 당시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수십억 원에 이르고, 일반적인 자산관리를 했다면 지금 100억 원이 넘는 자산이 되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정희뿐 아니라, 당시 그의 최측근이었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나 김종필 전 총리도 천문학적인 부정축재를 했다가 지난 80년 권력형 부정축재자로 몰려 많은 재산을 사회에 헌납했다.

이처럼 박정희가 자녀들에게 남긴 유산은 현금과 재단 등 어림잡아도 현재 기준 최소 1조원에서 5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김대중은 '고작' 12억 원의 현금만을 남겼다. 김대중은 장학재단이든, 대학재단이든, 육영재단이든 그 어떤 이권이 있는 재단을 유족들에게 남기지 않았다.

박정희는 이권을 남기고, 김대중은 책을 남겼다

김대중이 남긴 유일한 재단은 '김대중 도서관'인데, 그것도 유족이 아니라 연세대학교에 기부해 지금은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으로 남아 있다. 김대중 도서관에는 책만 1만 6577권(2004년 기준)으로 빽빽이 들어차 있다. 박정희는 자녀들에게 엄청난 재산과 인사권을 남겼지만, 김대중은 대학에 책을 남겼다. 육영재단 등을 둘러싸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녀들 사이에 운영권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박정희가 자녀들에게 책이 아니라 이권을 물려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산이 13억 원인데 부채가 16억 원으로 유족들에게 남긴 재산이 하나도 없다. 보수세력들이 '봉하마을 아방궁'이라며 떠들던 경남 김해의 사저는 10억 원도 채 안 되는 재산이다. 정치인 노무현도 퇴임 이후 보수세력으로부터 엄청난 부정축재를 했다며 매도당했으나, 결국은 알몸으로 왔다 맨몸으로 떠났다.

박정희와 김대중이 남긴 재산은 단순히 숫자상으로 봐도 최소 1조 원 대 12억 원이고, 최대 5조 원 대 12억 원이다. 노무현은 마이너스 3억 원(-3억 원)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재산을 갖고 온갖 험담을 해대던 보수세력들은 이제 뭐라고 말할 것인가. 비록 우리 곁에 없지만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최소한 인간적 도리로 "미안하게 됐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검찰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재산을 파헤치는 데는 보수세력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결코 무능하지 않다. 검찰은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사돈의 팔촌까지의 재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현미경으로 논바닥의 이삭 찾듯, 참빗으로 머릿속의 서캐를 속아내듯 샅샅이 훑어왔다.

박정희를 신처럼 무조건 받드는 일부 보수세력들에게 박정희는 자녀들에게 고무신 한 짝만 남겼어야 하는데, 최소 1조원이 넘는 자산을 남겼다는 사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그리고 영남대학교도 사실은 박정희의 재산이 아니라 김대중의 재산이라고 믿고 싶은 심리적 상태가 아닐까.

 19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2009년 8월 19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동교동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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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에 대한 증오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허상에 대한 증오의 정치가 가져온 인지부조화다. 정치적 시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정치인의 재산 갖고도 이런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우리 정치가 얼마나 진영논리, 세력논리에 빠져 있는 지를 보여준다.

지역주의와 겹쳐진 "우리가 남이가?"는 대표적인 패거리 논리다. 물론, 이런 진영논리와 세력논리의 오류는 보수세력 뿐 아니라 진보세력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편은 모두 옳고, 다른 편은 모두 틀리다는 진영논리는 그 자체가 전제의 오류다.

미국 외교관이자 학자였던 그레고리 헨더슨이 오래전 한국 정치를 "소용돌이의 정치"라고 부른 것도, 정치가 결부되면 그 어떤 합리성이나 객관성도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권력의 중앙으로 소용돌이처럼 빨려들어 가는 한국 정치의 극단적 이분법을 말한 것이다. 한국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갈등을 키우는 '갈등의 확대재생산' 구조의 악순환에 빠져든 이유다.

출생부터 음해 당했던 김대중은 유형의 자산인 재산까지 음해 당했다. 보수세력들은 자신이 휘두른 도끼에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박정희와 김대중이 남긴 재산이 말해주지 않는가. 연세대 의대 교수인 '신바람 박사' 황수관 박사는 예전 텔레비전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나와 비만의 원인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재산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김대중의 상속세 신고서를 보면서, 이제 허상에 대한 증오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으로서의 정책과 업적, 그리고 민주적 정당성에 의해 평가받게 내버려 둬야 한다.

바로잡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2월 21일자 '박정희와 김대중, 누가 더 많은 재산을 남겼나' 제목의 기사 내용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MBC(문화방송)주식과 부산일보를 소유한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육영재단 등 현재 기준 최소 1조원에서 5조원에 이르는 유산을 남겼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은 재단법인이고, 영남대학교는 학교법인이기 때문에 사인(私人)이 개인적인 재산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녀들에게 엄청난 금전적 재산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기술은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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