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월 30일에 방북햇던 총무원장 자승스님(왼쪽 세번째)과 남측 방문단 스님들이 평양 광법사에서 북측 스님들과 예불을 드리고 있다.
 지난 1월 30일에 방북햇던 총무원장 자승스님(왼쪽 세번째)과 남측 방문단 스님들이 평양 광법사에서 북측 스님들과 예불을 드리고 있다.
ⓒ 조계종 총무원

관련사진보기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남측 불자 4천여명의 금강산 신계사 순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통일부가 조계종이 요청한 개성 남북 불교계 실무접촉을 불허한 것이다.

계속 껄끄러운 관계였던 이명박 정부와 불교계가 이번 사건으로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남북민간교류에 대한 정부의 '제한적-선별적 허용' 입장이 다시 확인됐다는 점에서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며,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19일 "조계종이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금강산 행사에 대한 실무회담을 18일에 개성에서 열겠다고 방북신청을 해왔다"면서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 상황에서 대규모의 금강산 방북이 불투명하고 금강산 방문자들에 대한 신변안전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계종에 자제요청을 했고, 조계종도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불허한 것이다. 통일부는 남북접촉 예정을 하루 앞둔 17일에 조계종에 이같은 뜻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금강산 신계사 순례사업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지난 1월 30일부터 3박 4일간 방북했을 때 북측 조불련과 합의한 것으로, 오는 3월 중 3차례에 걸려 총 4000명~4500명이 신계사를 찾아 법회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07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대규모 인원이 금강산을 방문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정부가 조계종과 조불련의 개성 실무회담을 불허한 것은 대규모 금강산 방북이 실현될 경우, 금강산 관광 재개로 연결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실무회담 불허로, 방문계획은 최소한 연기가 불가피해졌고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조계종 내부 격앙... "MB정부, 기독교 눈치 보나"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방북신청이 불허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이후에 실무접촉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불교계 전문 매체가 전한 조계종 내부분위기도 상당히 격앙된 상태다.

<법보신문>은 19일자 기사를 통해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가 "통일부의 '선정부후민간'이라는 대북 관계 기조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하지만 접촉 하루를 앞두고 불허를 통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반드시 불자들의 여망인 금강산 신계사 순례가 성사될 수 있도록 종단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의 남북 경색을 풀기 위해서라도 통일부가 민간 교류에 대해 조금은 유연한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와 함께 "최근 만취 경찰의 스님 폭행에 이어 국정원 직원의 조계사 외압 등으로 현 정부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불교계를 길들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며 "특히 오는 6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관으로 평양에서 대규모 남북 공동기도회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현 정부가 기독교 눈치 보기에 급급해 불교계의 금강산 순례를 미루려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불교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 불자들의 순수한 민간교류조차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불교계의 대표격인 조계종 총무원장이 직접 평양을 방문해서 북측과 합의해온 신계사 순례사업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의 불허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양측의 충돌로 연결될 소지가 다분하다.

MB정부 출범 이후 끊이지 않는 정부-불교계 갈등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범불교도 대회'가 2008년 8월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주요 종단 승려와 신도들이 종교 차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범불교도 대회'가 2008년 8월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주요 종단 승려와 신도들이 종교 차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최근 한 시민단체의 조계사 내 행사에 대해 국가정보원 직원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방북을 거론하면서 "이런 정치집회는 종단에 누가 되지 않겠느냐"며 행사 취소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조계종은 '국정원 직원 출입금지'로 대응한 바 있다. 이에 앞서 4대강 운하개발사업 저지 특별대책위원장인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이 만취경관에게 폭행당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 논란과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이던 지관 스님 차량검문사건 등으로 불교계가 폭발해, 8월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27개 종단 20여만명(경찰 추산 6만명)이 참가한 범불교도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불교계 뿐만 아니라 대북지원민간단체들도 비판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말에 자승 스님은, 정부가 민간단체의 방북을 선별적으로만 허용하는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민간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격방북했었다. 그의 방북에 앞서 한 대북지원 민간단체 인사는 "정부가 불허할 수 없는 분이 앞에서 나섰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태그:#금강산 신계사, #자승스님, #이명박 정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