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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는 강진 와보랑께박물관. 슬비와 예슬이가 사투리 간판을 읽어보고 있다.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는 강진 와보랑께박물관. 슬비와 예슬이가 사투리 간판을 읽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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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 안 기여?(맞냐, 틀리냐?) / 이리 뽀짝 와바야(이리 가까이 와봐라) / 오매 사삭스렁거(아이구, 엄살 부리고 있네) / 암시랑토 안해야(아무렇지도 않다) / 모냥이 밸시럽드랑께(모양이 이상하게 생겼더라)

전라도 사투리가 참 정겹다. 순박하기만 하던 옛날 생각이 떠올라 웃음이 절로 난다. 지금은 점점 사라지고 잊혀져 가지만 이 사투리에는 우리 조상들의 넋이 배어있다. 정서와 문화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얼매나 정겨운 말이요? 사람들도 읽어봄서 좋아라 해라. 오매 인자 안 쓰는 말인디 함서. 전라도 아닌 딴디 사람들도 뭔 말인지 잘 모름서도 재밌어라 허고…."

'남도답사 일번지' 전라남도 강진하고도 병영면 도룡리에 있는 '와보랑께 박물관' 김성우(64) 관장의 얘기다.

 슬비와 예슬이가 김성우 와보랑께박물관장으로부터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김성우 와보랑께박물관장으로부터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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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보랑께 박물관 바깥 풍경. 최근 반듯한 건물을 짓고 지난달 22일 새로 문을 열었다.
 와보랑께 박물관 바깥 풍경. 최근 반듯한 건물을 짓고 지난달 22일 새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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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는 전라도 사투리는 김 관장이 직접 써놓은 것들이다. 사투리 쓰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생각나는 대로 하나 둘씩 써놓았다는 것이다.

"옛날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할 땐디라. 같이 일하던 직원이 전라도 사투리를 오지게 쓰더라고라. 그때는 참말로 듣기 싫었제. 그래서 사투리 자그만치 쓰라고 닦달도 했지라. 근디 사투리를 듣다봉께 거기에가 우리 선조들의 살아온 모습이랑 그 시대가 들어있더랑께라. 그때부터 사투리에 관심을 가졌지라."

와보랑께박물관에는 사투리만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아니다.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장독도 무수히 놓여있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띠를 익힐 수 있는 석상들도 줄지어 있다. 그 사이사이에는 갖가지 야생화가 새봄을 기다리고 있다. 매화나무는 벌써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김성우 박물관장으로부터 옛날 양은도시락에 얽힌 얘기를 듣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김성우 박물관장으로부터 옛날 양은도시락에 얽힌 얘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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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보랑께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난 흑백텔레비전과 생활용품들. 빠르게 변해온 우리의 생활에서 너무 쉽게 잊혀지고 밀려나버린 것들이다.
 와보랑께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난 흑백텔레비전과 생활용품들. 빠르게 변해온 우리의 생활에서 너무 쉽게 잊혀지고 밀려나버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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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전시실은 오래된 생활용품들로 빼곡하다. 특별하거나 값나가는 물건은 아니지만, 빠르게 변해온 우리의 생활에서 너무 쉽게 잊혀지고 밀려나버린 것들이다. 그래서 더 애틋한 물건들이다.

"이거시 흑백테레빈디. 옛날에 동네 한 대밖에 없었지라. 그렁께 밤마다 그 집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제. 테레비 볼라고. 미안항께 고구마도 쪄가꼬 가고, 깎어 묵을 무시도 몇 개 들고 갔제. 말래에다 놔두고 마당에 쭈욱 앙거서 본디, 그것이 얼마나 신기했능가 몰라. 연속극도 나오고, 노래도 나오고…. 사람 환장허게 재밌었제. 테레비 있는 집 아거들은 인기가 최고였제. 먹을거 생기면 그 애한테 줌시로 한번 보게 해달라고 사정하고…."

옛날 얘기를 하는 김 관장의 얼굴이 환해진다. 오지다는 표정이다. 그렇게 어려운 형편에서도 여유를 갖고 이웃들과 함께 나눴는데, 모든 게 풍부해진 요즘엔 오히려 그렇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슬비와 예슬이가 옛 닭장을 살펴보며 카메라에 담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옛 닭장을 살펴보며 카메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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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비와 예슬이가 김성우 관장으로부터 옛날 생활과 식습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김성우 관장으로부터 옛날 생활과 식습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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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는 흑백텔레비전 외에도 옛 생활용품이 즐비하다. 김 관장 자신이 자취생활하면서 썼다는 곤로도 있고, 지금의 것보다 서너 배는 커 보이는 밥그릇도 있다. 추억 속의 얘기가 되어버린 홍두깨, 수세미도 보인다.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교과서와 풍금도 눈에 띈다.

수동식 전화기와 계산기, 사진기, 타자기, 녹음기 등 우리의 지나온 생활사가 담긴 물건들이 다 모여 있다. 이 모든 것들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거저 볼 수 있다는 것도 크나큰 행운이다.

 슬비와 예슬이가 김성우 관장으로부터 옛 이발기에 얽힌 얘기를 들으며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김성우 관장으로부터 옛 이발기에 얽힌 얘기를 들으며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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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성지를 보러 오는 사람들한테 먼가 다른 볼거리를 줄라고 시작한 것인디, 이라고 전시관을 차리게 됐지라."

김 관장의 얘기를 들으며 전시관 1, 2층을 돌아보는데, 내가 흡사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앞에는 쓰러져가는 초가집이 서 있고, 그 옆으로 돌과 흙을 발라 올린 돌담길이 그려진다. 눈깔사탕이나 꽈배기로 아이들을 유혹하던 구멍가게도 저만치 보인다. 어디선가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도 들려오고.

와보랑께 박물관은 추억의 화로였다. 가난해도 정겨웠고 불편했지만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겨나는 그런….

 와보랑께박물관 전시실 한켠에서 만난 요강들. 어릴 적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생활용품이다.
 와보랑께박물관 전시실 한켠에서 만난 요강들. 어릴 적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생활용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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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우 와보랑께박물관장이 전시실에서 옛 썰매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김성우 와보랑께박물관장이 전시실에서 옛 썰매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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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광산나들목-나주-영산포-영암-(강진 방면)청풍원휴게소-(장흥 방면)옴천-병영(병영외곽도로)-(장흥 방면)와보랑께박물관
☎ 061-432-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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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