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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강원도에서 도교육청 일제고사를 보지 않고 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들이 해임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자들에게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2월 11일 강원도에서 도교육청 일제고사를 보지 않고 수업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들이 해임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뒤 기자들에게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 전교조 강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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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교과부가 1월 말에 2009년 일제고사 점수를 발표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별 소식이 없다. 작년에 임실의 조작 사건으로 체면이 땅에 떨어져 이번엔 점수를 발표하기 전에 여러 지역을 실사하고 다녔다(관련기사:교과부, 일제고사 점수 오른 교육청에 상 줄까?).

일제고사 점수 올리면 성과급 많이 준다?

그러더니 올해부터 학교단위 일제고사 점수 향상도를 성과급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건 무슨 말일까? 2009년 내내 일제고사 점수를 올리기 위해 초등학생까지 야간자율학습, 0교시, 방학 보충수업, 예체능 무시, 기초미달학생 특수반 배치 등 비교육적인 일이 벌어졌던 것을 모르는 것일까?

지금은 일제고사 점수 향상도를 운운하기 전에 과연 일제고사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부터 다시 따져봐야 할 때이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제고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법원에서도 연이어 일제고사로 해임된 교사들이 승소판결을 받았고, 특히 지난 2월 11일 강원 해직교사 재판에서는 일제고사로 생긴 각종 파행현상을 지적하며 UN사회권위원회가 일제고사 폐지를 권고한 것까지 판결문에 실었다(관련기사:시도교육감은 평가권이 없다?).

그런 가운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에서 나온 2008년 일제고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일제고사로 생긴 또 다른 문제점을 볼 수 있었다.

2008년에 학업성취도 점수 전체적으로 올라

평가원은 작년 연말에 2008년 일제고사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평가원은 1999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 업무를 해 왔는데, 최근까지 초6, 중3, 고1 중 3~5%를 표집평가하여 그 이듬해에 분석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2008년도 일제고사 점수는 교과부가 작년 2월에 전체 점수를 발표했다가 조작과 누락 의혹으로 재검사후 4월에 다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평가원이 내놓은 2008년 보고서는 표집학교 학생들의 성적과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이다.

보고서는 크게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교과별로 총점 변화와 성별, 지역별 점수 차이를 보여준다. 뒤에는 학생의 특성과 가정환경, 학교와 교사 특성과 학업성취도의 관계를 분석해 놓았다. 맨 뒤에는 종합적인 분석과 현재 고민 및 대안을 제시해 놓았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초등학교 6학년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지역별 성취도 변화상황입니다. 점수가 2007년에 비해 올랐고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비해 읍면 지역의 성취도가 늘 떨어진다고 합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초등학교 6학년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지역별 성취도 변화상황입니다. 점수가 2007년에 비해 올랐고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비해 읍면 지역의 성취도가 늘 떨어진다고 합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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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008년도에는 2007년에 비해 점수가 많이 오른 편이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점수가 높고, 지역별로 보면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왔다갔다 하는데 읍면지역은 항상 점수가 낮다. 2003년부터 이어져 온 현상이다.

이 외에도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를 많이 받을수록 성취도가 높고, 교과에 대한 흥미가 높고 스스로 공부하며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하면 점수가 높다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이상을 보면 교과부가 굳이 한 번에 170억 원을 들여서 전국 일제고사를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표집평가만으로도 충분히 이런 결과가 예측되고, 부모의 소득수준과 지역 규모에 따른 격차는 최근 계속 불거진 문제이다. 교과부가 일제고사 결과를 보고 지정한 1380개의 학력향상중점학교 분포도와 이 결과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일제고사로 인해 정작 학업성취도 평가는 신뢰성 잃어

2008년 교과부는 처음으로 전국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렀다. 이전과 상황이 달라진 만큼 평가원의 보고서가 어떻게 나올지 매우 궁금했다. 결과를 보니 이전 보고서에 비해 빠진 내용이 보인다.

2007년도 학업성취도 통계 자료 보고서에 나온 내용입니다. 초중고의 국어 교과 성취도를 원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평가원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표나 그래프로 나왔는데 2008년 보고서에는 보지못했습니다.
 2007년도 학업성취도 통계 자료 보고서에 나온 내용입니다. 초중고의 국어 교과 성취도를 원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평가원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표나 그래프로 나왔는데 2008년 보고서에는 보지못했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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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보고서를 보면 교과별로 우수 학력, 보통 학력 등 성취수준 분석이 나와 있다. 국어는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초등학교는 3, 5%, 중학교는 5.8%, 고등학교는 5.7%이다. 사회 2. 2%, 수학은 1.2%, 과학은 2.9%, 영어 2.2% 수준이다. 2008년 보고서에는 이 내용이 빠져 있다. 교과부에 2009년 2월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전국적으로 2%라고 발표했기 때문일까?

그런데 보고서를 읽다 보니 일제고사 때문에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래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로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나타난 결과나 보완할 문제를 서술한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학생들이 OECD국가들에 비해 자신감이나 흥미가 낮아서 교과학습에 대한 정의적 태도를 강화해야 하고, 학생의 자기조절학습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부정행위 방지에 관한 것이다. 지역교육청별로 점수가 공개되다보니 부정행위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SAT(대학능력시험)처럼 답안의 유사한 정도를 평가하여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셋째, 문항의 보완 유지에 관한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변화 추이를 보기 때문에 문항 동등도 검사도 하고 공통으로 꼭 들어가야 할 문항도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미리 연습을 해 버리니 문항 보안 유지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이는 결국 교과부가 학업성취도 평가로 고안된 문제지를 전국일제고사로 전용하여 생긴 문제이다. 해마다 학업성취도 추이를 분석하고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각종 변인들을 연구하여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돈만 쓰고 그 결과는 쓸모가 없어져 버릴 위기에 놓여 있다.

평가원은 학업성취도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설계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부정행위 방지와 보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그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다. 시험 채점에 부정행위 여부까지 판단한다?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일제고사인데, 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부정행위 여부까지 조사해야 한다면 어느 부모가 일제고사를 보게 할까?

또 한국 학생들이 점수는 높지만 학습 흥미도가 낮다는 건 피사평가에서도 계속 지적받은 내용이다. 그런데 일제고사로 문제풀이 학습에 찌들리고 지역교육청의 점수 올리기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니 앞으로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결국 교과부가 일제고사를 없애지 않는 한 앞으로 평가원에서 나오는 평가 보고서가 신뢰를 받기는 어렵게 생겼다.

결국 일제고사에 밀리다

이 문제가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11월 19일 일제고사 공청회 자리였다. 사전에 보도자료도 내지 않아 공청회가 아니라 비밀회합이라는 비판을 들은 자리이다(관련기사 : 일제고사 공청회는 무효).

□□ 쟁점 1 :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이 '개별 학생의 성취수준 진단․보정' 및 '학교 교육격차 지원'으로 강조됨에 따라 평가 대상 학년과 평가 시기에 대한 의견이 상충됨(11.19. 교과부 보도자료)

공청회에서 다룬 첫 번째 쟁점이 바로 평가원의 고민과 연결된다. 이미 학업성취도 평가 목적이 국가교육과정 평가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점수를 알려주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이 때문에 시험시기가 올해는 7월로 조정되고 대상 학년도 초6 중3, 고2(원래 고1)로 변화되었다(관련기사 :정체불명의 초3평가와 2010년 일제고사).

즉 이제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학업성취도 평가는 사라진 셈이다. 그 결과 평가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게시판이 며칠 사이에 아래 내용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해당학년 모든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함으로써 보정 교육으로 연결하고자 함 
▫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교과별 학업성취 변화추이를 파악함으로써 교육과정의 교육목표 도달정도와 함께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함
▫ 학업성취도와 교육맥락 변인과의 관련성 분석을 통해 학업성취에 영향주는 원인을 탐색하고 학생, 교사, 학교의 구성 요인 관계를 파악함
▫ 질 높은 평가도구를 개발함으로써 일선학교의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고 평가방법을 선도하고자 함 (2010년 2월 13일 게시판)

그간 교과부가 말한 것처럼 모든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해서 보정교육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이랬다.

◦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진단하여 학업성취도의 변화 추이 파악
◦ 교과 교육과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목표에 비추어 학생이 목표를 어느 정도 도달하였는지 분석하고,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정착 정도를 파악하여 교육과정 개선에 기초가 되는 참고 자료 제공
◦ 문항 분석, 성취도와 배경변인과의 관련성 분석을 통해 교수·학습 방법 개선 및 장학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 산출
◦ 참신하고 타당한 평가도구를 개발·활용함으로써 일선학교의 평가 방법 선도
◦ 변화 추이 설계와 기법, 성취수준 설정 방법, 배경변인과의 심층 분석 방법 등과 같이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의 기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도입한 새로운 연구 설계와 방법을 탐색하여 확산 시킴 (2010년 2월 1일 게시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교육과정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기관이고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이제 교육과정 개선 목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야말로 교육과정도 학업성취도 평가도 일제고사에 밀려난 셈이다.

덧붙이는 글 | 결국 일제고사가 국가적인 연구사업도 제대로 못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계속해서 2009년 일제고사 문제지 분석과 학습부진아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태그:#일제고사, #학업성취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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