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 사람>은 '용산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문화예술인 행동'에서 만났던 판화가 이윤엽 님입니다. 처음 이 작가를 봤을 땐 '완전'철거민인 줄 알았어요! 그만큼 그는 가난하고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 속에 온 몸으로 이미 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무언가 만들어내고 그려내는 삶으로 예술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이 분명해요.
1980년대에 문화예술인들은 독재에 맞서 싸우며 시민들과 함께 했었지요. 특히 노동조합을 만들려다 억울하게 해고를 당하거나 말도 안 되는 저임금에 제 배만 불리려는 사업주들에게 맞서 싸우는 현장에 달려가 걸개그림을 그리고 선전물을 만들고 문화예술 놀이를 하며 노동자들과 함께 했었지요.
겉으로는 순수를 말하면서 예술과 우리의 삶 사이를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는 껍데기 예술과 달리 진짜 예술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사람들의 삶터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 주려 애쓰는 움직임이기도 했지요. 그런 문화예술가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이는 생각이 바뀌어서, 어떤 이는 생활에 쫓겨서, 어떤 이는 상처를 입고, 그 현장과 멀어졌었지요. 또 노동조합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니 더 가난한 예술가들은 더 더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떠나가기도 했고요.
사실, 당시의 그런 모습을 2010년에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억울한 꼴을 당하고 있고 요즘 들어서는 더욱 말도 안 되고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봇물 터지듯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이윤엽 님같은 예술가들이 더 귀하고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그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이런 예술가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더욱 기꺼이 현장에서, 삶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예술의 향기를 꽃 피우는 세상이 아닐까요?
판화가 이윤엽님, 이 그림 보시고 조금은 수줍은 듯 밝게 웃는 그 모습 보여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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