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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달습지의 평화로운 풍경
 동달습지의 평화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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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우리고장의 길'을 위해 어디로 가서 걸어볼 것인가는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지난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며 용남면 용남해안로 옆에는 '동달습지'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경남도내에서는 도내 습지를 조명하는 습지 관련 워크숍과 세미나 등 행사가 열리고 있다. 통영에서도 통영YMCA 주관으로 오는 22일에 경상대 해양대에서 통영습지 보전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된다.

'지속가능발전'과 용남해안로

'지속가능발전도시 통영'을 말하자면, 용남해안로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지속가능발전도시 통영'을 말하자면, 용남해안로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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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달습지를 보며 걷는 길, 용남해안로는 "통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수식을 갖다 붙여도 억지는 아니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라고 반문할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동달습지와 동암만 갯벌의 '생존과 생명의 아름다움'은 그 어느 길의 경관보다 치열하게 아름답다. 또한 '유엔지정 지속가능발전도시'임을 표방하는 통영이기에 동달습지와 동암만을 껴안은 용남해안로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용남해안로를 어디부터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화포마을 앞부터 구치소를 지나 동달습지 앞길을 통해 동암마을(동암리) 길까지로 볼 수 있다. 혹은 길게 보면 통영RCE생태공원이 들어설 용남면 화삼리 앞길부터 동암마을 앞길까지로 볼 수도 있다. 동달습지와 동암만을 안은 용남해안로 끝자락에 RCE생태공원이 들어서는 것은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다.

이로 인해 동암만과 동달습지 보호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원' 조성은 친환경적인 과정이어야 할 것이고, 통영RCE(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통영센터)와 생태공원은 동달습지와 동암만의 새로운 지킴이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용남해안로, 통영구치소 앞길

용남해안로와 해안갯벌을 구간으로 나눠 보면, 화포마을부터 법원 앞에서 내려온 삼거리까지의 구치소 앞 구간, 동달습지를 끼고 있는 구간, 그리고 동암마을 앞 구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용남면 해안로에 자리한 노인복지시설 '처음사랑원'
 용남면 해안로에 자리한 노인복지시설 '처음사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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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포마을 앞 길가에는 갯벌과 방파제를 앞에 두고 노인복지시설 '처음사랑원'이 자리해 있다. 사회복지 사업에 오래 헌신해온 문성진 목사가 4년 전부터 운영해온 '처음사랑원'은 입구만 보면 그냥 집이구나 싶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그 아늑한 느낌에 감탄하게 된다. 생의 끝자락에 자리한 어르신들의 보금자리 '처음사랑원'은 지구 생명의 원천인 갯벌을 앞에 두고 자리했다. 문성진 목사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위치가 아닐까"라고 전한다.

동달습지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지금도 '용남해안로'라고 하면 구치소 앞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구치소 앞길을 걷던 용남면 주민 P씨는 "통영 최고로 아름다운 길이 용남해안로인데, 이런 좋은 자리에 구치소가 위치해 있다는 건 좀 아깝다고도 하겠지만, 오히려 구치소 사람들하고 법원 판검사님네들 정서에는 좋은 위치일테니 크게 보면 여기 구치소가 있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고 허허 웃고 간다.

동달습지와 동암만 지킴이들

동달습지를 말하면서 어떤 이들은 "이제는 통영에도 '습지'를 말할 곳이 있다"라고도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은 역설이다. 옛날, 통영은 해안습지와 갯벌이 적지 않았다. '통영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린시절 갯벌에서 진흙투성이가 되며 놀던 기억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통영지역에서 연안습지는 용남면과 광도면에 두세 군데만 남아있고 그나마 '개발'과 매립으로 인해 점점 잠식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갯벌도 연이은 매립으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그나마 요 몇 년 새 '지속가능발전'이 화두가 되어 동달습지는 많은 사람들이 보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달습지와 동암만을 내려다보는 통영YMCA 회관
 동달습지와 동암만을 내려다보는 통영YMCA 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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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남해안로를 걷다가 동달습지 쪽을 바라보면 통영YMCA 회관 건물이 보인다. 동달습지와 동암만을 내려다보는 언덕에 자리잡은 통영YMCA는 그 위치로 보나 그 활동으로 보나 동암만과 동달습지의 지킴이라는 말에 걸맞다. '동달습지'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표지판을 제작해 습지 환경을 알린 사람들도 통영YMCA이다.

"동달습지라도 지켜야 한다"
 "동달습지라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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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YMCA의 활동을 총괄 관리하고 있는 문철봉 사무총장은 "통영은 세계 8번째 유엔지정 지속가능발전 도시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보존 지정 습지가 전무할 뿐더러, 무분별한 매립과 개발로 인해 지역 내 갯벌과 습지는 고사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위기의 통영습지와 갯벌을 보전하는 것은 바로 생명과 평화 보전이며 통영YMCA의 중요한 책무입니다"라며 습지와 갯벌 보전의 의의를 강조한다.

동달습지와 습지 생태, 왜가리와 백로 등의 새들을 지키는 사람들은 통영YMCA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자연보호통영시협의회와 한국야생동식물 보호관리협회 통영지소는 겨울 철새 먹이주기와 습지 환경 정화 활동을 매년 두 차례씩 진행하고 있으며 습지지킴이와 푸른통영21, 통영RCE 관련단체들도 동암만과 동달습지 보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빗자루처럼, 촛불처럼'
 '빗자루처럼, 촛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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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달습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있다. 동달습지를 찾아가면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습지를 지키고 선 20여개의 장승들인데, 이 많은 장승들을 손수 제작해 습지와 갯벌 앞에 정겨운 모습으로 세운 용남면 주민 박영효(77)씨다. '통사발' 박영효 어르신이 장승과 돌탑을 일일이 만들어 세운 마음은 동달습지와 동암만 갯벌 뿐 아니라 통영 해안 환경 전체를 지키는 힘일 것이다.

동암마을 명물과 갯벌

동암마을 거위와 갯벌 너머 멀리 해간도 연륙교가 보인다
 동암마을 거위와 갯벌 너머 멀리 해간도 연륙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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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달습지 앞길을 지나 동암마을(동암리)로 접어들면 활기차게 "꽥꽥"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용남해안로를 걷던 사람이 동암마을 갯벌을 내려다보면, 토실토실하게 건강한 거위 한 마리를 볼 수 있다. 갯벌 앞길을 걷던 동암리 주민 한 분에게 물으니 "누가 키우는 놈은 아니고 그냥 저기 갯벌에 지 맘대로 사는 놈이라요. 원래 두 마리가 있었는데 언제 보니까 무슨일인지 한 마리가 죽어 있더라고요. 잘 먹고 지내서 통통하니 건강하긴 한데 심심하겠다 싶지요"란다.

단디 징키가 후손항케 넝가줍시다
 단디 징키가 후손항케 넝가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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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마을 해안로에는 동암리 이장님이 세운 "바다와 갯벌을 우리 손으로 지키자"라는 내용의 표지판이 서 있다. 삐뚤삐뚤한 글씨지만 바다와 갯벌을 아끼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정겹다. 그래서인지 동암마을 앞 갯벌은 통영 어느곳 해안보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동암마을 명물 갯벌 거위
 동암마을 명물 갯벌 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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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마을 회관 앞에서 시금치를 다듬던 할머니는 "깨끗할 밖에, 마을 사람들 모여가 시도 때도 없이 청소하요. 아 저 꽥꽥거리는 하얀놈? 우리 마을 명물이요. 이름이 따로 있나 꽥꽥거리니 꽥꽥이던지 뭐 그리 부르던가"라며 동암마을 명물 갯벌 거위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인다. 동암마을 명물 갯벌 거위는 오늘도 갯벌 생물을 먹이로 삼아 활개치며 꽥꽥거린다. '꽥꽥이'는 동암 갯벌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마스코트인지도 모른다.

습지와 갯벌의 위기는 진행 중

동달습지는 늘 위기 속에 있다
 동달습지는 늘 위기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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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YMCA 건물에서 내려가 동달습지 장승과 돌탑 앞에 서면 자갈이 잔뜩 깔린 공터가 보인다. 인근 주민은 "저 돌탑 뒤에 땅은 개인소유지인데, 명목은 주차장 부지로 돼있지만 지금은 아무런 용도가 없다. 다만 슬금슬금 땅이 넓어져 공유수면을 잠식해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공유수면은 바로 동달습지를 말하는 것이다. 동달습지에서도 소규모 매립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해안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용남해안로의 운동기구들
 해안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용남해안로의 운동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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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달습지 길 건너편, 갯벌 앞길(법원아랫길)에는 주변 경관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금속제 운동시설물이 16개나 자리잡고 서 있다. 지난해 8월경 통영시가 인근 주민의 편의와 건강을 위해 설치했다는 것들이다.

용남해안로와 동달습지에 대해 듣고 찾아왔다는 시민 C씨는 "꼭 바닷가 길에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운동기구들이 서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찾아보면 다른 장소에도 충분히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용남해안로는 특정 지역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라 통영시민 전체, 그리고 통영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이용하는 길이 아니겠는가"라며 아쉬움을 전한다.

동달습지 앞길을 지나 동암마을 쪽으로 가다 보면 동암만 해안 최고의 자리에 건물 두 채가 지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건물들은 동암만 경관 훼손 뿐 아니라, 입주가 진행된 이후에는 생활오폐수의 유입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이다.

동달습지를 터전으로 삼은 새들의 평화는 늘 불안 속에 있다
 동달습지를 터전으로 삼은 새들의 평화는 늘 불안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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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만 갯벌과 동달습지는 통영시에서 '지속가능발전'이 화두가 되며 보전의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지만 언제나 위기였으며 앞으로도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통영의 대표습지이며 대표갯벌인 동달습지, 동암만 갯벌을 지키고 보전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발전'은 그야말로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동달습지와 동암만 갯벌을 품에 안고 이어진 용남해안로는 '지속가능발전도시 통영'의 가장 중요한 길이 아닐까.

바다는 우리 생명, 갯벌은 우리 생명, 습지는 우리 생명
 바다는 우리 생명, 갯벌은 우리 생명, 습지는 우리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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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영, #동달습지, #동암만 갯벌, #용남해안로, #한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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