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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무덤 사이로 해가 뜨고 지는 도시 경주. 경주는 천년고도라 불릴 만큼 도시 전체가 여행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1박 2일의 일정으로 신라의 혼이 살아 숨쉬는, 경주를 향하여 설레는 마음을 가슴에 품고 출발했다. 경주IC를 빠져 나오자마자 보이는 신라시대 목조건물 양식으로 꾸며진 구조물들과 잘 정돈된 도로를 달려가면 통일신라 문화와 유적 중심에 선 느낌이 감개무량하기까지 하다.

 

인터넷과 경주관광안내책자 등을 통해 우리가 잡은 여행코스는 천마총-대릉원-첨성대-계림-반월성(신라궁터)-석빙고-안압지-국립경주박물관-문무대왕릉. 여행코스 선정은 사전학습을 위해 참고한 오마이뉴스 기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자매들, 겨울 바다로 가다

돌 속 부처를 '캐낸', 대단한 신라 석공들

동해구를 찾아 가는 길

신라 황금 유물이 일본에 온 까닭은?

꿈같았던 하루 동안의 신라여행

첨성대는 정말 천문관측대였을까?

경주의 황홀한 야경에 빠져들다

신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경주박물관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한 팬션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여행 계획을 잡는 중, 허전한 생각이 들어 짐을 찾아봤다. '아뿔사, 또 카메라를 챙기지 않았군!' 지난 목포답사기에 이어 오마이뉴스에 올리는 사진은 항상 폰카로 담으라는 기이한 운명인지.....

[사진] 폰카에 담은 목포 여행기

 

'폰카라도 감지덕지해야지, 어쩔것인가? 휴대폰 충전이나 제대로 해두자!'

 

무작정 떠난, 경주에서의 1박2일 여행을 사진으로 정리한다.

 

09:00 천마총

 

경주에 가면 누구나 가장 먼저 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대릉원 천마총. 아침일찍, 부푼 기대를 안고 찾아간 천마총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자전거대여소에 이어 솜사탕과 사격체험장 안내차량. 최근 사격체험장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관광경주 홍보에 얼마나 큰 효과를 주는지는 의문이다.

 

신라의 왕릉은 나무상자등으로 방을 만들어 시신을 모신 후 그 위에 자갈이나 흙으로 언덕처럼 덮고 입구나 통로를 만들지 않았던 이유로 잘 보존되어져 왔다고 전해지는데, 천마총은 과연 누구의 무덤이었을까?

 

"승규야? 과연 이 거대한 무덤은 과연 누구의 무덤이었을까?"

"아빠, 저기 씌여있잖아! 이 무덤은 신라 어느왕 무덤이래!"

"어느왕???"

 

그랬다. 천마총 앞에 마련된 안내판에는 '어느왕'의 무덤이라고 친절히 소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라고 표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천마총의 자랑인 천마도는 자작나무 껍데기를 여러 겹으로 겹쳐서 누빈 위에 하늘을 나는 천마를 능숙한 솜씨로 그렸다고 전해진다. 지금까지 회화 자료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고신라의 유일한 미술품이라는 데 큰 뜻이 있다. 이 고분의 명칭을 천마총이라고 한 것도 여기에 연유한 것이며, 지금은 이러한 것들을 볼 수 있도록 무덤 내부를 복원하여 공개하고 있다. 기자의 시각으로 천마총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역시 재미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OO목욕탕'

'박보살'

 

왕릉앞에 자리한 목욕탕은 그다지 어울리진 않지만, 그래도 목욕탕 굴뚝 모양이 첨성대모양을 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하지만 점을 치고 굿을 한다는 '보살집'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보살집이 많은 이유는 무녕왕릉에 가서 알게 되었다.) 이 씁쓸한 마음을 왕릉을 지키는 청설모는 아는지 모르는지...

 

09:40 대릉원-첨성대

 

천마총의 건너편에 위치한 대릉원은 경주시 황남동에 있는 신라시대의 고분군으로  신라시대의 왕, 왕비, 귀족 등의 무덤 23기가 모여 있다. 대릉원이란 이름은 '미추왕(味鄒王)을 대릉(大陵:竹長陵)에 장사지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딴 것이라고 전한다. 거대한 대릉원 앞에는 박목월과 김동리의 시와 글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다. 또 한번의 의문이 든다.

 

'왕의 무덤 앞에 웬 박목월시??'

 

경주에 역사유적만 있다고 하면 단조로운 기행이 될 수 있겠지만,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인 박목월 시인과 김동리 소설가의 고향이 경주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특히, 박목월 생가마을인 모량리까지는 지척이다. 인근 건천IC로 빠져 나가면 그곳이 바로 박목월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다고 전한다.

 

곧이어 우리를 반기는 첨성대. 소문에 비한 왜소함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천문관측대 임에는 틀림이 없다. 첨성대는 신라 27대 선덕여왕(632∼646)대에 제작된 천문대로 동양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이다. 첨성대는 작은 규모이지만 박력있는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이 합하여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신라의 멋과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다음 일정은 계림-반월성(신라궁터)-석빙고. 친절하게도 첨성대를 나서자마자 이정표가 다음 일정을 알려준다. 그런데, 반월성과 계림을 알리는 이정표밑의 '석빙고'의 영문표기는 다시한번 내 눈을 의심하게 하고 말았다.

 

'Sukbunggo'

 

언제부터 'ㅣ'의 영문표기가 'i'가 아니라 'u'라 되었는지 궁금하다.(폰카인 관계로 해상도가 떨어지는것은 어쩔수 없다)

 

10:30 계림-반월성(신라궁터)-석빙고

 

계림은 첨성대와 반월성사이에 있는 숲으로, 신라 왕성인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강(誕降)전설이 스며있는 곳이다. 계림이라는 명칭은 숲에서 닭이 울었다는 데서 연유되었으며, 후에 국명으로도 쓰였다고 전한다.

 

계림 입구에는 '자전거 스쿠터 절대출입금지'라는 표지와 이를 어길시 처벌이 따른다는 입간판이 친절히 알려주고 있으나, 내부에는 자전거를 타고 종횡무진한 흔적이 다분하다.(기념품을 파는 아주머니의 말에 의하면, 자전거를 타고 들어온 사람의 대부분 CCTV로 적발되어 즉석에서 15만원의 과태료 스티커를 발부받았다고 전한다.)

 

천년고도의 문화유물을 앞에 두고 '옥의 티'만 보이니, 큰일이다. 계림입구에서 팔고 있는 기념품을 들여다보니, 다보탑, 첨성대, 도검 등을 미니어처로 만든 기념품이 먼저 눈에 뛴다. 자세히보니 역시 '메이드 인 차이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저 국적불명의 양산(우산)은 또 무엇이더냐?

 

보물 제66호로, 얼음을 저장하기 위하여 만든 석조 창고였다는 석빙고를 지나자 여기저기 드라마 '선덕여왕'의 촬영 흔적들이 눈에 띈다. 반월성은 선덕여왕이 마지막 숨을 거둔 궁성으로, 여기에는 선덕여왕을 대신하여 예쁜 고현정이 우리를 기다린다.

 

 

선덕여왕 촬영지임을 애써 강조하는 입간판 아래에는 썰매장을 만들어 손님을 기다리지만,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이처럼 천마총과 대릉원을 경유하여 첨성대와 계림 반월성터 석빙고까지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 이동하며 관람할 수가 있다. (도보기준 왕복 약1시간소요)

 

11:20 안압지

 

안압지(임해전지) 입구에는 신호등을 조절하는 조작함이 기와지붕 형식으로 만들어진것이 단연 압권이다. 하지만, 매표소 입구의 요금 안내표를 보니 여기저기 붙이고 고친 흔적이 역력하다. 관광경주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지저분한 요금안내판. 이번 기회에 한번 바꾸시죠?

 

안압지는 경주시 인교동에 있는 신라 때의 연못으로, 삼국사기의 기록을 보면 674년(문무왕14)궁성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기르고 진귀한 동물들을 양육하였다고 전하는데, 안압지가 바로 그때 판 못이며 임해전지에 딸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못 바닥에서 출토된 유물은 금동여래삼존상과 금동보살상 등의 우수한 작품 이외에도 목조의 배, 건축 부재 등은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출토유물중 특히한 기와나 문고리 등은 단연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으나, '도깨비'의 영문표기를 'monster-mask design''dokaebi-design'등으로 번역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역력하나, 표기의 통일성이 없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12:20 국립경주박물관

 

안압지 건너편에 위치한 국립경주박물관은 1975년 7월에 새로 건립되어 관광경주의 위생에 걸맞게 선사시대실, 고신라 토기실, 고신라 공예실, 와전실(瓦塼室), 통일신라 토기실, 통일신라 금속공예실, 조각실, 고분유물실등으로 전시되고 있으며 정원에는 성덕대왕신종 및 석탑, 석불 등 석조물이 전시되고 있다.

 

선사시대실에 전시된 '경주월성로 가-1호 무덤출토유물'은 일본과 중국관광객을 위한 한자표기 중 한글 '가'를 그대로 표기한것이 눈에 들어온다. 생략하거나 다른방법으로 충분히 표기가 가능했을텐데, 번역작업의 작은 배려들이 아쉽다. 

 

14:20 문무대왕릉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문무대왕릉까지는 자동차로 약40분거리. 마지막 여정으로 문무대왕릉을 향했다.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인 문무대왕릉은 대왕암이라고도 불린다. 그 유래는 삼국통일을 완수한 문무왕은 통일 후 불안정안 국가의 안위를 위해 죽어서도 국가를 지킬 뜻을 가졌고 지의법사에게 죽은뒤 화장하여 유골을 동해에 묻어주면 용이 되어 국가를 평안하게 지키겠다는 유언을 전한다. 이에 유해를 육지에서 화장하여 동해의 대왕암 일대에 뿌리고 큰 바위에 장례를 치렀다. 사람들은 왕의 유언을 믿어 그 대석을 대왕암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문무대왕릉 입구, '여기가 왕릉인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왕릉의 위상치고는 초라하다.

 

문무대왕이 고이 잠든 바닷가. '어머나, 고이 잠드시지 못하고 계시는구나.' 천마총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던 보살(무당)들이 울리는 징소리가 문무대왕을 울리고 있구나. 곳곳에는 돼지머리를 두고 절을 하거나 굿을 하느라 어수선하기까지 하다.

 

 

헉, 근처 식당에는....

 

'방생고기팝니다'(?)

 

방생고기를 판매한다는 홍보간판을 경쟁적으로 걸어놓고 있다. 아마도 굿을 하는 과정 중 방생절차가 있어, 방생을 위해 쓰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방생도 방생나름이지, 수족관에 있는 횟감용 고기는 양식이나 수입산이 대부분일 텐데, 심히 걱정스럽다.

 

문무대왕릉이 코앞에 보이는 바닷가에는 왕릉을 관람하러 온 사람보다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주며 사진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갈매기도 새우깡의 유혹에 참지 못하고 달려든다.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것은 그들을 도와주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치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 아무리 '바다의 까마귀'라고 불리는 잡식성의 갈매기이지만 자연적 습성을 잃어 버리는 현실에 마음이 씁쓸한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마지막으로 찾은 바닷가식당에서도 기어코 나를 슬프게하고 만다. 물컵으로 가져다 준 컵을 과연 씻기는 씻어서 준것인지???

 

1박2일의 짧은 여행이라, 결론적으로 '옥의 티'만 발견하였고 신라 천년의 고도인 경주를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무리한 점이 많았다.

 

어린시절, 수학여행버스에 몸을 싣고 친구들과 웃음을 터뜨리며 긴 시간을 달려갔던 경주 불국사. 밤새워 들뜬 마음으로 노는데 정신이 팔려 경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음미해볼 겨를도 없이 지나쳤던 그 천년의 도시, 경주.

 

여러 번 나눠 볼 마음으로 철저하게 계획한다면 최고의 경주여행이 되리라. 꽃이 만발하는 봄, 가족과 경주로 떠나보시지 않을래요?

덧붙이는 글 | -경주ic 진입하기전 두번째 휴게소의 간판이 '광광휴게소'로 되어있었는데, 운전중이라 찍지를 못했네요. (기사내용중 지명의 일부는 네이버백과, 위키백과사전에서 참고하였습니다.)


태그:#경주여행,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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