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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하기 힘든 수많은 변수들의 결합 덩어리가 어디 한둘이랴. 그 중 '정치'만한  변수덩어리도 없을 것이다. 정치권 내외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셀 수 없는 변수들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정치?' 그것조차 여러 가능한 변수들 중 하나일 뿐, 도처에 널려 있는 다양한 변수들이 제공하는 의상으로 정치는 형형색색 수시로 갈아입는다. 잠잠하다가도 뜨악한 변수를 만나기라도 하면 금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알몸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 없이 무한할 것 같은 정치권력?' 그 역시 뜻하지 않은 변수를 만나 한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래서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경인년 벽두, 세종시가 낳은 파생변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지방선거는 물론 총선을 넘어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기세가 맹렬하다.

 

정치권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 안에는 순풍과 역풍이 동시에 작동한다. 그러나 안개 낀 수많은 변수들 안에서 작동하는 순풍은 누구 몫이고, 역풍은 또 누구 몫이 될 것인가? 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다. 각종 여론조사에 묻어나는 불안정한 '세종시'발 변수들, 그로 인한 순풍과 역풍의 향배를 톺아보자.  

 

[# 하나] '세종시'와 '박근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를 꾸준히 달리고 있다. 특히 세종시는 그의 독주를 더욱 견고히 해주고 있다. 각 언론사의 신년 여론조사에 이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5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방식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p), 박 전 대표가 29.3%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21일에 실시된 여론조사와 비교할 경우 대부분의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정체 또는 소폭 하락한 것과는 달리 유독 충청권에서만 23.8%에서 47.7%로 거의 24%포인트나 크게 올랐다. 박 전 대표가 충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은 정부의 세종시 발전방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변함이 없는 '원안고수' 입장이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 구도에서 '박근혜 독주'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친이명박계' 변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세종시 수정안 강행을 '박근혜 흠집 내기'로 보는 시각의 배경이다. 과연 '세종시'발 순풍의 최후 주인공은 누구일까? 시시각각 변하는 변수분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둘] 'MB표 세종시'와 '충청민심' 

 

'MB표 세종시'에 '지방분권형 행정수도 이전'은 없었다. 대신 '과학중심 자족도시'에 방점을 찍었지만 그 안에도 변수들이 즐비하다. '이반된 충청민심', '자족기능을 상실한 다른 지역 혁신도시와 산업단지들', '무너진 국토균형발전 꿈' 등은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세종시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질긴 인연은 서울시장과 대선 후보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여져 왔다. 많은 변수도 오갔다. 서울시장 재임 당시 참여정부의 수도이전 계획에 정면으로 반대했던 이 대통령은 그러나 대선 후보 시절 태도를 달리했다. 특히 대전·충남 지역 유세에 나설 때마다 '세종시는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지역민심을 안도시키는데 성공했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순풍'이었다.

 

그러나 '순풍'이 '역풍'으로 뒤바뀌어 '돌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꺼내 들면서부터다. 이미 충청권 민심은 격해질 대로 격해져 폭풍속이나 다름없다. 충청민심은 정부의 수정안 발표 이전과 이후에도 원안 지지 쪽에 큰 변화가 없다. 각 여론조사에서 묻어난다.

  

[# 셋] '세종시 수정안'과 'MB 지지율' 

 

세종시 수정안의 거센 불똥은 지지율 곡선에 튀었다. 지난 연말과 1월 초까지만 해도 이상변화가 없었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지지율이 최근 2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리얼미터>가 1월 18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와 휴대전화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4%p),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44.4%로 조사됐으며,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2.7%포인트 상승한 45.4%를 기록했다.

 

특히 전남·광주(-8.5%p)를 비롯해 대구·경북(-7.2%p)과 인천·경기(-7.0%p)에서 지지율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를 넘었다'는 각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온 지 불과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더 많은 변수가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 넷] '해외순방 변수 시리즈'와 국민여론

 

'세종시'발 변수들로 지지율이 하락한 와중에 돌발변수까지 생겼다. 이른바 '해외순방 변수 시리즈'가 불어 닥쳤다. 세종시 문제로 뒤숭숭한 정국을 돌파하려는 듯 대통령은 인도·스위스 순방길에 올랐다. 그런데 장녀 주연씨와 초등학생인 외손녀가 동행한 것이 일차 변수로 작용했다.

 

주연씨와 외손녀는 대통령 내외와 대통령 특별기에 동승, 해외순방에 함께 하면서 인도 국경일 행사 및 현지 산스크리스타 학교 방문 등 일부 일정에 참석해 논란거리가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하며 이 대통령의 사과 및 주연씨와 외손녀의 여행비용 반납을 요구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발주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의 최종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지난해 1박2일 일정으로 해외를 급히 방문한 이후 상승곡선을 그렸던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리얼미터>가 대통령이 인도, 스위스 순방길에 가족을 동반한 데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외교적으로 종종 있는 일이고 자비였으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38.4%, '정상외교 길에 대통령 특별기로 가족이 여행을 한 것으로 문제 삼을 만하다'는 의견은 51.4%로 나타났다.

 

[# 다섯] 'BBC 인터뷰'와 '김은혜 대변인'

 

변수는 또 다른 변수를 낳았다.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시각)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발언으로 단연 주목을 끌 무렵 대형 변수가 형성됐다. "김정일 위원장과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대통령 발언을 각 언론은 대서특필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불거졌다.

 

청와대가 대형 변수의 진원지이자 직격탄 대상이 될 줄이야. 이 대통령의 발언을 축소·누락·각색한 사실이 밝혀져 역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게 됐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그 중심에 섰다. 김 대변인은 29일 오후 스위스 다보스에서 이뤄진 영국 BBC와 회견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이 대통령이 "양측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취재기자들이 녹취를 확인한 결과, 대통령의 실제 발언 '강도'가 더 셌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은 커지기 시작했다. 김 대변인은 "발언을 왜곡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사의표명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깜짝 이벤트'를 위해 대통령 발언 수위를 조절하려다 들통이 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변수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 여섯] '세종시 수정안' 국회통과, 무난할까?

 

대통령이 선택한 '세종시 수정안'은 이제 국회통과를 남겨 두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우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가장 큰 변수다. 박 전 대표는 "원안이 배제된 수정안 반대", "당론이 수정돼도 반대"라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친박계 의원들을 더욱 똘똘 뭉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종시 문제는 미디어법이나 4대강 사업과는 다르다. 세종시 수정안은 본회의 상정은커녕 한나라당 당론 채택부터 첩첩산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리얼미터>가 세종시 수정안 국회통과 전망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의견이 41.1%로 나타났고,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은 그보다 2.3%포인트 많은 43.4%로 조사됐다. 2주전 조사에서 부정 전망과 긍정 전망 격차가 0.9%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할 때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 일곱] 세종시와 한나라당 운명은 어떤 관계?

 

세종시 문제로 친이-친박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 분당 가능성과 갈등이 수습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지난 1월 1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주간 정기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결과, '한나라당의 갈등이 심화돼 분당까지 이를 것'이라는 의견이 43.6%, '결국 갈등을 수습하고 화합할 것'이라는 의견은 43.1%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3.3%였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화합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그 외 민주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야당 지지층에서는 '갈등이 심화돼 분당까지 이를 것이다'라는 응답이 더 우세했다. 세종시 문제가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과 야당 중 어디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는 응답이 46.3%,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는 응답은 36.9%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6.8%였다.

 

'지역'이 큰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정몽준' 변수 또한 만만치 않게 작용할 전망이다. 정 대표가 친이 진영의 대표 선수 격으로 나서 박 전 대표와 충돌하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앞으로 어떤 변수들이 개입될지, 한나라당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 변수들이다. 

 

[# 여덟] 세종시와 민주당 관계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야권에서는 '당장에라도 표결을 해보자'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지지율에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특히 민주당 지지도가 지난해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정국 이후 영 신통치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5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방식의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p), 민주당 정당 지지도는 17.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21일 조사 당시(20.0%)와 비교해 2.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지난 15일 <모노리서치>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도는 21.0%(한나라당은 35.1%)로, 전달에 비해 1.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세는 세종시 문제에 따른 수도권 민심 이반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앞으로 변수는 많다. 우선 무응답층이 두텁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조사에서 무려 38.4%를 무응답이 차지했다. 전 조사(42.0%)보다 3.6%포인트 빠졌지만 무응답층 중에 진보성향을 가진 유권자들이 많다는 점은 긍정적 변수로 꼽을 만하다.

 

[# 아홉] 세종시와 국민참여당

 

세종시 수정안 변수는 각 정당에 매우 즉각적이고도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얼미터>가 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 2.2%p), 친노 진영의 국민참여당이 창당 이후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3위로 올라섰다.

 

한나라당(40.3%), 민주당(23.5%)에 이어 국민참여당이 5.6%로 3위로 나타났다.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주시할 대목이 많다. 공식창당 이전에는 2.7%로 선진당, 친박연대, 민노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창당 후에 무려 3계단이나 올라섰다. 그것도 서울(9.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인천·경기(6.7%), 부산·경남·울산(4.7%) 순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지지율이 12.9%로 상대적으로 가장 높았고, 20대(6.6%), 40대(4.2%), 50대 이상(0.7%) 순으로 조사됐다. 향후 중요한 변수들로 주목된다.

 

[# 열] 세종시와 진보진영

 

세종시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진보진영이 위기에 처했다. 세종시 문제가 정부-친이세력과 친박세력 간 전쟁으로 구도가 짜여 진 동안 진보진영은 세종시와 관련해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을 뿐만 아니라 세종시 이슈에 목소리를 높일 여지가 좁았다. 게다가 최근 진보진영 최대 이슈인 통합-선거연합 관련 논쟁도 세종시 문제에 가려져 되레 '정치적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진보세력의 눈과 귀가 국민참여당에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정치세력화보다는 야권분열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9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자동전화시스템 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국민참여당 창당에 대해 '진보진영 연대를 어렵게 하는 야권분열로 본다'는 응답이 42.7%로 '지역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세력화로 본다'는 응답 34.3%보다 높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3.0%였다.

 

전반적으로는 '야권분열'이라며 국민참여당을 부정적으로 보는 평가가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으나, 긍정적 변수도 상당부문 찾아볼 수 있다. 수도권과 경북지역, 젊은 층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야권 지지층에서 국민참여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긍정과 부정의 변수들이 혼재한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과연 새판을 어떻게 짜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깊은 물이 쉽게 고갈되지 않듯, 깊고 넓은 '세종시'발 변수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분열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태그:#세종시, #여론조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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