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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문화복지팀 이름의 파일 7여권
 학생문화복지팀 이름의 파일 7여권
ⓒ 숙명여대 42대 총학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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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에서 온 전화

지난 21일 저녁, 놀라운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발신자는 내가 다니는 숙명여대의 2010년도 총학생회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일면식도 없는 총학생회장이 나에게 전화를 한 이유를 들으면서 나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내가 '감시'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려 주었다.

사건이 일어난 경위는 2009년 11월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 본교의 "학생문화복지팀"은 사무실 리모델링과 이사에 한창이었는데, 한 재학생이 그 근처를 지나가다 학생문화복지팀 명의로 된 문서더미가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우연히 이를 뒤적여 보던 그녀는 이상한 자료를 발견했고 그냥 넘어갈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자료를 챙겼다. 그녀는 고민 끝에 혼자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해당 내용을 총학생회에 제보했다.

문서의 내용은 99년, 02년, 03년, 08년에 숙명인 게시판과 인터넷 기사, 숙대신보, 익명게시판인 스노로즈 등에 재학생들이 게시한 글들의 스크랩이었다. 주요 스크랩 대상은 재학생이 쓴 총학생회나 학교에 대한 비판글, 08년의 촛불집회 관련 글, 박미석 교수 복직 비판글 등이었다. 문서는 두툼한 서류철 7권에 달하는 양이었다.

 기간별로 정리된 스크랩 문서
 기간별로 정리된 스크랩 문서
ⓒ 숙명여대 42대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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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들의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게시물을 모니터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학교 본부에 불리한 내용이나 사회참여적인 글들이 집중적으로 스크랩돼 있는 것은 분명 수상쩍었다. 게다가 충격적인 사실은, 08년도 자료에는 십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학적부가 글과 함께 스크랩돼 있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장은 그 십여 명에 내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스크랩 파일에서 나온 기자의 학적부 조회 내역
 스크랩 파일에서 나온 기자의 학적부 조회 내역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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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학적부'가 수집됐다고?

학적부란 학생 본인이 인트라넷에 접속해야 볼 수 있는 개인 신상정보이다. 사진과 이름, 주민등록번호, 학과, 학번에서부터 입학전형, 출신 고등학교, 보호자정보, 학점까지 개인의 중요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이 학적부를 학교에서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임의로 열람하고 스크랩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있을 법한 일인가.

학교가 스크랩한 내 글들은 08년의 촛불집회 때 쓴 것이 많았다. 광우병 사태가 터지자 나는 큰 충격과 자극을 받아서 거의 매일같이 청계광장과 시청 앞, 광화문, 여의도 등지를 헤매고 다녔더랬다. 철없는 새내기는 '숙명' 깃발을 들고 진중권씨와 찍은 사진을 신난다고 숙명인 게시판에 올린 것뿐이었는데 '빅브라더'의 눈초리는 매서웠다. 그러니까 나는 '털리고' 있었던 거다. 소름이 안 끼칠 수 없었다.

 촛불집회 당시 우연히 진중권씨와 찍은 사진을 학내 게시판에 올렸는데 이 모든 게시물들이 스크랩돼 있었다.
 촛불집회 당시 우연히 진중권씨와 찍은 사진을 학내 게시판에 올렸는데 이 모든 게시물들이 스크랩돼 있었다.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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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이런 유의 언론 감시․통제를 당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순진하고 열정 가득한 새내기였던 나는 08년 6월 10일, 100만 촛불이 모이기로 한 날 학교에 조그만 자보를 하나 붙였다. 내용은 "숙명여대는 현모양처 학교가 아니다, 함께 오늘 집회에 참여하자"는 거였고 나의 이름과 학번을 함께 적었다. 실명과 학번을 적은 것은 우선 그게 문제가 되리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고, '08학번 새내기도 이렇게 열심이다'라는 것을 부각해 재학생들의 관심을 끌고자 했던 전략적(?)인 이유에서였다(실제로 꽤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자보는 삼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철거됐고 몇 주 후 나는 모 부처에 불려가서 주의를 들어야 했다.

사실 숙대 본부가 보수적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어서, 내 경우 외에도 "누가 학교 비판하는 글을 써서 학생처에 불려갔다더라"는 소문도 심심찮게 나돌고, 학교 행정을 비판하는 내용 혹은 사회참여적인 내용의 자보는 게시판에 붙이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언론탄압에는 이미 면역이 되어 있는 지경이었지만, 상당한 스크랩 분량과 학적부 조회, 게다가 재학생이나 학부 졸업생이 아니면 들어갈 수도 없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한 익명게시판 글까지 스크랩돼 있는 것은 재학생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총학생회에서 본 사건에 대해 게시판에 올린 글 아래에는 '충격적이다' '무서워서 인터넷에 글도 못 쓰겠다' '실망이다'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학생처 대응은 "적반하장"... 언론 보도 우려해

 학생처에서 공지한 '학교문건 사태에 대한 학교의 입장'
 학생처에서 공지한 '학교문건 사태에 대한 학교의 입장'
ⓒ 숙명여대 학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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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가 게시판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리자마자 학교 측에서도 입장글을 올렸지만 수습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학생처장 이름으로 올라온 글은 "총학생회와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 중인데 총학이 게시판에 해당 내용을 올린 것은 유감"이라면서 "학교에서 조치를 취하는 중인데 이를 언론에 알릴 필요는 없었지 않느냐"며 학교 평판의 실추를 우려했다. 하지만 분명 사건의 향배를 떠나서 피해 당사자인 재학생들에게는 알 권리가 있으며, 글을 올린 총학이나 언론에 제보한 학생을 탓하는 것은 또 하나의 언론탄압이고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총학이 해당 문건을 잠시 보여주기만 할 뿐 돌려주지 않는다"면서 "허락 없이 학교의 소유품을 가져가서 당당히 보관하는 행위는 온당치 않다"고도 썼던데, 도대체 누가 먼저 허락 없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조회해서 스크랩했던가?

다행히 이러한 스크랩이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학생처는 "이는 과거 이경숙 총장 시절에 이루어진 일들로 2008년 9월에 한영실 총장이 취임한 이후 대학행정의 집행부가 모두 교체되었고, 현재의 총장과 처장들은 해당 사실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했다. 자칫 발뺌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학교에서 어찌됐든 일정하게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여서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기는 한다.

내부고발자는 불안하다

그런데 학생문화복지팀은 왜 이 문건을 만든 것일까.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기에 더 두렵다. 그 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 특별히 피해를 받은 것은 없다. 학생문화복지팀에서 주관하는 장학금도 여러 차례 받아왔고 불이익이라고 생각될 만한 일은 겪은 기억은 없다.

기사를 올리면서도 내심은 불안하다. 학교에서 전화가 오지는 않을까,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용기를 내어 쓴다. 나는 본 사건의 피해자로서 진술하는 바이며 가해자는 피해자의 입을 막아선 안 된다.

학교 본부는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여 이 사건을 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물론 나도 모교가 비난받는 것이 싫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학교를 사랑하는 숙명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것이 진정 학교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진정 학교가 발전하려면 때로 더러운 고름을 짜내어 줄 필요도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나는 내 방식의 애교(愛校)가 분명 더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까 학교, 또다시 멋대로 내 학적부를 뒤져 전화번호 찾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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