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자유개척청년당 등 4개 보수성향 단체 회원 5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전 7시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 주변 도로에 모여 <PD수첩> 무죄 판결 등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좌파적인 판결이 나온 데 대한 책임을 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강기갑은 무죄... 대법원장에 계란 던진 우리는 무죄? 유죄?"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공관 정문을 막고 이 대법원장의 출근 저지를 시도했다. 특히 이들은 이 대법원장 차량에 투척하기 위해 사전에 수십 개의 계란을 준비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발견한 경찰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제지에 나섰고, 결국 이들은 대법원장의 출근 저지를 포기한 채 오전 8시40분경 현장에서 해산했다. 문제는 그들이 가지고 온 계란이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가지고 온 계란을 나눠 먹었지만, 3명의 단체 관계자는 가지고 온 계란을 숨겨 인근 육교 위로 올라간 것.

이들 3명의 단체 관계자는 육교 위에서 이 대법원장의 관용차를 기다리다, 차량이 육교를 지나가자 계란 4개를 투척했다. 이 계란은 대법원장 관용차의 조수석 유리창과 지붕 등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계란 투척) 사태에 대해 대법원 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말하기가 어렵다"면서 "차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집회를 할 때도 계란을 갖고 있었지만, 경찰이 말려서 던지지는 않았다"며 "집회가 해산된 뒤 남아있던 사람들 일부가 계란을 투척했다"고 말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은 또 대법원장 관용차에 계란을 투척한 이유에 대해 "너무 흥분해서 그러지 않았겠느냐"며 "강기갑 의원도 흥분해서 공중부양을 했지만 무죄를 받았는데, 그럼 흥분해서 계란을 던진 우리는 무죄냐, 아니면 유죄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강기갑 의원 등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은 문제가 많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은 수장으로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강조했다.

"줄줄이 판사 집앞 항의집회, 우리 사회 편향 반증"

이들은 앞서 지난 19일에도 강기갑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동연 판사(서울남부지법)의 집 앞을 찾아가 기자회견 형식을 빌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신변의 위험을 느낀 이 판사는 이날 집으로 가지 못하고 법원 사무실에서 밤을 지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남부지법은 급히 이 판사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를 내리고 운전기사를 겸한 경호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일에는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와 자유민주주의수호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이 용산참사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한 이광범 부장판사(서울고등법원)의 집 앞으로 몰려갔다. 역시 기자회견을 표방했지만, 플래카드를 들고 "이 판사는 법치붕괴 하지 말라"며 구호를 외치는 등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 보수단체는 <PD수첩>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문성관 판사(서울중앙지법)의 집 앞에서도 집회를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서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한 이들 판사들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오병욱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보수적인 법원에서 나온 최근 일련의 무죄 판결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다"며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당연한 판결 내용을 가지고 판사의 집 앞까지 찾아가 항의하는 것은 그 만큼 이 사회가 편향돼 있고, 삐뚤어져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