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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태양의 아들 잉카전이라는 이름으로 안데스문명에 관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 잉카문명전 전시실 입구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태양의 아들 잉카전이라는 이름으로 안데스문명에 관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 송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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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11일부터 올해 3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뜻깊은 특별전시가 열린다. 바로 '태양의 아들, 잉카'라는 제목의 특별전으로서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일보, 그리고 SBS가 공동으로 페루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박물관에서 유물들을 대여해서 전시하는 행사이다. 제목에는 잉카라는 말이 붙었지만, 사실상 안데스산맥 지역에 있었던 수많은 문명들의 유물을 전시한 행사이다.

안데스문명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잉카 외에도 여러 문명들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차빈문화, 모체문명, 나스카문화, 와리제국 등이 바로 그것으로서, 이 외에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화들이 발달하였다. 이들은 구대륙과는 전혀 다른 문화를 보여주었으며, 문자가 없다는 점이 특이한 점이다.

필자 또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번 특별전을 관람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박물관을 찾아 비싼 티켓을 끊고 특별전을 관람하였으며, 모두 진지한 눈으로 유물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이번 기사는 이 특별전을 보고 나서 그에 대한 감상을 쓴 것으로서, 동시에 안데스문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여러 편에 걸쳐 다뤄질 계획이다.

안데스문명의 기원과 남아메리카 원주민

구석기시대에 이용된 뗀석기로서 라파엘 라르코 에레라 박물관에서 대여하여 전시하고 있다.
▲ 안데스지역의 뗀석기 구석기시대에 이용된 뗀석기로서 라파엘 라르코 에레라 박물관에서 대여하여 전시하고 있다.
ⓒ 태양의 아들 잉카 특별전 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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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문명은 말 그대로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생긴 문명을 말한다. 안데스산맥은 남아메리카대륙의 서쪽에 있는 거대한 산맥으로서, 북아메리카의 로키산맥과 함께,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웅장한 산맥이다. 안데스산맥은 기후적으로 세 지역으로 나뉘는데, 해안지대와 고산지대, 그리고 밀림지대가 그것이다. 이곳들은 모두 농경에 부적합한 곳이어서 문명의 발생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의외로 느껴지는데, 안데스인들은 오히려 이러한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그들만의 문명을 창조해 내었다.

그럼 안데스문명을 일구어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가 흔히 인디오라고 불리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동북아시아 수렵민이 이주해 와서 형성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이다. 기원전 2만 년 전 최대빙하 극성기(Last Glacial Maximum) 당시 해수면이 낮아졌으며 이때 처음으로 구대륙과 신대륙이 연결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베링해협도 이 당시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곳을 건너 사람들이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구석기시대의 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며 클로비스인으로 보기도 한다. 클로비스란 미국 뉴멕시코의 한 읍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으로서 주로 B.C.9200년 ~ B.C.8900년까지 북미와 중미의 많은 곳에 걸쳐서 번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언어인류학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언어구조와 치아구조를 분석하여 세 종류의 아시아인종이 북아메리카대륙으로 이주하였고, 그 중에서 한 인종만이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건너갔다고도 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2점의 유물이 전시되었다. 뗀석기 2점으로서 관람객들이 제일 처음 보는 유물이면서 대충 지나가는 유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데스 문명의 첫발을 디딘 사람들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살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안데스지역 농경의 시작과 문명의 발생

쿠피스니케문화에 해당되는 유물 중 하나로서 달팽이껍질에 터키석을 박아 만든 정교한 작품이다.
▲ 펠리노 장식 가슴꾸미개 쿠피스니케문화에 해당되는 유물 중 하나로서 달팽이껍질에 터키석을 박아 만든 정교한 작품이다.
ⓒ 태양의 아들 잉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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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카스문화의 유물로서, 이러한 직물들은 미라를 감싸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직물에는 다양한 신들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 신 무늬 직물 파라카스문화의 유물로서, 이러한 직물들은 미라를 감싸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직물에는 다양한 신들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 태양의 아들 잉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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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6000년 ~ B.C.3000년 사이에 안데스 고원 지대 사람들은 수렵채집 사회에서 벗어났다. 이들은 농경을 시작하였는데 미래의 식량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종자를 개량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해안가도 마찬가지였으며, 이 외에도 안데스지역 일대에 서식하는 가축인 알파카(alpaca)와 야마(llama)를 사육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해안가와 고원 사이에서 서로의 생필품을 교환도 이루어졌다.

B.C.3000년 ~ B.C.1800년 사이에는 인구가 증가하고 마을이 커지며 농경의 대상이 더욱더 확대되었다. 특히 직물을 만들기 위한 면이 재배되었고 돌로 만든 집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카랄(Caral)유적과 같이 의식행위를 위한 공공건물이 만들어짐으로 인하여 이 땅에도 본격적으로 고대문명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초기농경사회는 B.C.1800 ~ B.C.1000년까지에 해당되며 주로 문명 형성기라 부르며 도시와 문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전의 기반은 생산량 증가, 토기 출현, 야금학의 발전, 그리고 직물 기술의 발전이었으며, 인구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사회 계층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때의 농경은 주로 농수로를 이용하여 행해졌는데, 이 때문에 경사가 완만한 산기슭으로 삶의 터전이 이동되었다. 이때는 토기의 제작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토기의 등장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주로 북아메리카를 거쳐 유입되었다는 가설이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안데스문명의 본격적인 시작은 바로 그 다음 시기인 B.C.1000년 이후부터이다. 다양한 문화들이 생겨났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문화가 바로 차빈문화와 쿠피스니케문화, 그리고 파라카스문화이다.

쿠피스니케문화(Cupisnique Culture)는 차빈문화보다도 앞선 문화로서 B.C.1200년 ~ B.C.200년 동안 주로 페루 북부 해안지대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강력한 차빈 문화의 영향을 받아 흡수되었는데 문화양식의 모티브는 펠리노와 콘도르, 뱀의 기본 도안 등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도 여러 유물들이 출품되었는데 그 중에서 '펠리노 장식 가슴 꾸미개'라는 유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달팽이껍질에 터키석을 박아 만든 작품으로서 4단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제일 아래의 펠리노 장식들은 매우 정교하다.

그리고 파라카스문화(Paracas Culture)는 B.C.1000년 ~ A.D. 200년에 걸쳐 번성하였으며, 화려한 문양이 있는 수천 개의 미라 망토로 유명하다. 파라카스 반도를 중심으로 건조한 남부의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지하수를 사용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세련된 문명을 이루었다. 이번 특별전에는 주로 파라카스 직물이 출품되었는데, 전시장을 들어가면 입구에서 머지않은 거리에서 왼편에 크게 펼쳐져 있다. 이는 미라를 감싸는 직물로서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 혹은 신들이 표현되어 있다.

안데스문명의 요람, 차빈문화의 성립과 전개

차빈문화의 유물로서 파코팜파유적에서 출토되었다. 펠리노라는 도안으로 만들어졌는데, 펠리노는 '고양잇과 동물'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안데스문명의 주요 도안이었다.
▲ 펠리노신 목걸이 차빈문화의 유물로서 파코팜파유적에서 출토되었다. 펠리노라는 도안으로 만들어졌는데, 펠리노는 '고양잇과 동물'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안데스문명의 주요 도안이었다.
ⓒ 태양의 아들 잉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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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빈문화(Chavín Culture)는 B.C.1000년 ~ B.C.400년까지 번성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안데스문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차빈문화는 세련된 조각품들이나 건축물들, 그리고 토기들을 자랑하는데, 이들을 살펴보면 잉카문명처럼 오랜 세월동안 누적된 문화가 표출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수준이 높다. 특히 차빈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이국적인 신들의 도안이 그려진 사원 석조물이다.

차빈이라는 명칭은 페루 북부 고원지대에 있는 차빈 데 우안타르(Chavín De Huántar)유적에서 기원하였다. 차빈 데 우안타르유적은 그 당시의 제례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유적인데, 기원전 1000년경의 유적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다. U자형으로 된 중심건물이 동쪽을 향하고, 그 가운데에는 원형의 정원이 배치되어 있는 등 구조적인 측면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신전에 새겨진 석조물들은 그들의 높은 문화적 역량을 말해준다.

차빈문화의 특징은 앞선 시대와는 비교가 될 정도로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것인데, 그 때문에 몇몇 학자들은 올멕문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해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에 의해 오히려 올멕문명의 발생이 더 늦은 게 밝혀지는 등, 여러 면에서 수수께끼에 쌓여 있다.

이번 특별전에도 차빈문화와 관련된 여러 유물들이 출품되었다. 그 중에서도 파코팜파유적에서 출토된 2점의 유물이 눈에 띄었다. 바로 '펠리노 신 모양 절구'와 '펠리노 신 목걸이'로서 둘 다 펠리노를 도안으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펠리노(Felino)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고양잇과 동물'을 나타내는 스페인어이다. 이 도안은 안데스문명의 전시기에 걸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전에서 가장 유심깊게 보아야 할 대목 중 하나이다.

'펠리노 신 목걸이'는 준보석으로 만들었는데, 펜던트의 줄은 정교한 세공을 하기보다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남기고, 몸체는 굵은 선으로 처리함으로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안데스 고대인들의 우주는 현실의 동물로 상징화 되었다고 하는데 재규어나 퓨마와 같은 펠리노는 땅을, 독수리나 콘도르와 같은 새는 하늘을, 그리고 뱀과 거미는 지하를 상징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차빈문화가 번성하였던 고원지대에는 이러한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인데, 이들은 주로 아마존의 열대우림에서 발견된다. 즉 이는 차빈문화의 형성과 도안이 아마존 같은 열대지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안데스문명의 꽃인 잉카문명으로까지의 전개과정을 보면 그보다 이전에 수많은 문화들이 번성하고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문명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안데스문명은 단순히 잉카로만 말해 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그 이전 사람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하여 완성된 것임을 이번 특별전에서는 유물들을 통하여 진지하게 말해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양의 아들 잉카 특별전에 갔다온 내용을 가지고 글을 써 보았습니다. 차후에도 몇회에 걸쳐 이와 관련된 내용을 더 올릴 계획입니다.



태그:#태양의 아들 잉카, #국립중앙박물관, #잉카문명전, #차빈문화, #안데스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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