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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너무 춥다. 곰이나 개구리가 아닌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춥다. 출퇴근길마다 완전무장을 해야 하는 요즘, 저소득층은 어떻게 겨울을 나고 있을까? 이런 날씨에 보일러 안 틀고 전기장판만으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걸까? 지난해 말 국회에서 보건복지부의 에너지보조금 903억 원은 모조리 깎였다는데….

<오마이뉴스>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시 빈곤지역, 쪽방촌, 비닐하우스촌 등을 다녀왔다. 하필 올겨울 들어 제일 춥다는 1월 둘째 주에 인턴 기자들이 발바닥에 얼음 박히도록 뛰었다. 굳이 서울광장의 남극체험 행사에 가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는 곳곳이 남극이었다. [편집자말]
 임경열 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운 아이비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얼어 죽어 있다.
 임경열 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운 아이비가 비닐하우스 안에서 얼어 죽어 있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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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 과천동 상하벌마을에는 300~400개의 비닐하우스가 있다. 과천시가 꿀벌마을과 함께 화훼마을로 육성하면서 화훼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대거 이주해 농사를 짓고 있다. 한 비닐하우스 안에 농작물을 일구는 터와 생활 집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홀로 사는 노인들이 거주한다. 일부 비닐하우스의 경우, 마땅한 거처가 없는 사람들이 살림살이를 마련해두고 집으로만 이용하고 있다. 검은색 천으로 덮여 있는 비닐하우스는 농작물과 함께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표시인 셈이다.

방문까지 얼어버린 할머니의 차가운 '온실'

 상하벌마을에 있는 공동화장실. 재래식 화장실에 수세식 변기만 얹었다. 앉으면 삐걱거리고, 내용물이 틈새로 흘러나와 꽁꽁 얼어붙는다.
 상하벌마을에 있는 공동화장실. 재래식 화장실에 수세식 변기만 얹었다. 앉으면 삐걱거리고, 내용물이 틈새로 흘러나와 꽁꽁 얼어붙는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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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열 할머니(84)는 올해 특히나 매서운 한파 때문에 비닐하우스 생활이 더욱 힘겹다. 비닐 위에 솜을 얹고, 그 위에 비닐을 덮고, 다시 그 위에 담요를 씌워 놓아야 비닐하우스에서 사람이 살 수 있다. 할머니의 집은 작물들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따로 마련돼 있다. 작물들은 사람보다 더 따뜻하게 해줘야 잘 자랄 수 있어서 할머니는 연탄난로 3개를 '자식' 같은 작물들 옆에 놓아둔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경유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면세유가 있지만 임할머니에겐 면세유도 부담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연탄으로 농사도 짓고, 할머니 방의 난방도 해결하고 있다.

연탄난로 하나에 하루에 연탄 12장이 들어간다. 난로가 3개니 총 36장이다. 연초에 장당 370원 하던 연탄 값이 600원까지 올라 하루에 2만1600원, 한 달이면 64만8000원이 난방비로 들어간다. 임할머니가 화훼농사로 벌어들이는 한 달 총수입이 100~150만 원인데 비료 값, 인건비에 난방비까지 빼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몇 십만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2~3년마다 한번씩 10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비닐을 갈아줘야 한다.

할머니 방은 연탄 난로와 전기장판만으로 겨울추위를 버틴다. 비닐하우스라는 이유로 도시가스는 꿈도 꾸지 못한다. 밥도 전기버너로 짓는다. 비닐하우스에서 그나마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다. 그러나 '무허가'이기 때문에 한전으로부터 전기공급을 받을 수가 없다.정식 절차를 통해서는 전기를 끌어올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야매 전기'(한전에서 공급권을 딴 다른 업자가 비싼 가격에 제공하는 전기)를 공급받아 쓰고 있다. 전문가가 직접 설치해준 것이 아니어서 화재의 위험도 크다. 얼마 전 가평 비닐하우스에서 화재로 두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할머니에게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요즘 임경열 할머니는 더욱 춥다. 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 꽁꽁 얼어버려서 닫히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닫힌 채로 얼어붙은 문을 보고서 '이러다 불나면 꼼짝없이 타죽겠다'는 생각이 든 임할머니는 힘겹게 문을 열어 두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문이 그대로 다시 얼어 버려서 닫히지 않는 것이다. 혼자서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안간힘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큰 천으로 열린 문틈을 메워놓았지만, 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에 코끝이 아릴 정도다.

화장실은 더욱 열악하다. 앉아서 용변을 보는 재래식 화장실이 노인들에게는 불편하기 때문에 재래식 화장실에 현대식 변기를 연결해 부착해 놓았다. 그런데 워낙 부실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앉으면 변기는 삐걱거리고 내용물은 바닥으로 새어 나온다. 그리고 미처 깔끔하게 내려가지 못한 인분이 낮은 온도로 인해 얼어붙었다.

땅주인들의 명도소송으로 더 추워진 할머니들의 겨울

요즘 임경열 할머니는 마음마저 시리다. 상하벌마을은 재개발 대상 지역이다. 임할머니 비닐하우스의 땅주인은 임할머니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 중이다. 명도소송이란 자신의 땅에서 나가달라는 것이다. 재개발 시 그 땅위에 사람이 살고 있으면 철거민으로 인정되어 임대주택 입주권과 이주비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땅주인들은 사유지 보상과 더불어 철거민에 대한 보상 또한 자신들이 얻고 싶어 한다. 그래서 땅주인들은 비닐하우스 주민들이 주소를 등록하는 것을 꺼리고, 주소가 등재된 주민들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개발 전에 내보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재개발 대상이 된 지역의 주민 80% 상이 '명도소송'에 휩싸여 있다. 임할머니 비닐하우스의 땅주인은 할머니가 살고 있는 땅에 나무를 심을 예정이라고 한다. 임할머니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했지만, 몇개월 전 땅주인은 할머니 비닐하우스 일부를 뜯어버렸다.

"내가 혼자서는 비닐을 못 뜯으니까……, 사람을 불러야 된다고 몇주만 참아 달랬는데, 얘기한 시간이 되기도 전에 홀랑 다 뜯어버렸어. 영하 4도까지 내려간다고 뉴스에 나왔는데도 말도 안 하고 다 뜯어버렸어……. 그래서 아이비(식물 이름)가 뿌리까정 다 얼어버렸어."

 이병희 할머니가 비닐하우스 안 부엌에서 연탄난로로 데운 물을 뜨고 있다.
 이병희 할머니가 비닐하우스 안 부엌에서 연탄난로로 데운 물을 뜨고 있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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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임할머니만 겪은 게 아니었다. 근처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이병희 할머니(68)의 몬스트라(식물 이름)도 모두 얼어 죽었다. 이 비닐하우스의 땅주인 역시 '나무를 심겠다'며 할머니 비닐하우스의 절반을 내어달라고 요구했고, 이할머니는 '비닐하우스의 반을 이용하고 막음판(나뉜 하우스의 뒤를 메울 수 있는 장치)을 설치해 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땅주인은 영하의 온도에도 막음판을 설치해주지 않은 채 비닐하우스를 뜯어냈다. 결국 할머니가 애지중지 키어왔던 몬스트라 수천 개는 뻘겋게 얼어버렸다.

"몬스트라가 제일 비싸요. 이파리 하나에 700~800원 해요. 근데 이제 다 죽어버렸어."

이춘수 '주거권 실현을 위한 비닐하우스주민연합 신생지역 특위위원장'은 2007년부터 이곳 비닐하우스에 사는 120가구의 주소를 등재하기 위해 싸워왔다. 지난해 7월 15일 승소했고 같은 달 31일부터 주소등재가 가능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비닐하우스의 땅주인들은 (주민들이) 주소등재를 하지 못하게 과천시청과 같이 주민들에게 압력을 넣어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과 할머니들에 따르면, 땅주인들은 비닐하우스를 뜯어내 작물들이 얼어 죽게 만들고, 자물쇠를 뜯고 비닐하우스에 있는 살림살이를 밖으로 내버리는 등 이들이 일궈온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나마 주소지를 등재했기 때문에 이제 할머니들은 법적 권리를 갖게 됐다. 할머니들은 현재 땅주인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8억 고급빌라 뒤에는 40년 지난 판자촌마을이 있다

상하벌마을 소식이 알려지자 이춘수 위원장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곳이 서초구 서초3동 사람들. 자신들 또한 주소지가 없는 무허가 건물에서 살고 있다며 주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 28억 원짜리 고급빌라촌 뒤편에 40년이 지난 판자촌이 있다는 것을 믿을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고급빌라들을 지나 눈 쌓인 뒷산으로 들어가니 수십 개의 판자촌이 펼쳐졌다.

 서초동 산청마을 판자촌에 있는 집. 벽이 허물어져 합판으로 덧대었기 때문에 겨울이면 찬바람이 틈새로 스며들어 애를 먹는다.
 서초동 산청마을 판자촌에 있는 집. 벽이 허물어져 합판으로 덧대었기 때문에 겨울이면 찬바람이 틈새로 스며들어 애를 먹는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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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산청마을은 이곳이 '강남'으로 불리기 이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형편이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 사업에 실패한 이들의 가족들이 오래 전부터 둥지를 틀고 삶을 유지해왔다. 집들은 합판을 겹쳐서 비닐을 대고, 그 위에 담요를 덮은 뒤 다시 벽돌을 쌓았다. 이번 폭설로 마을길 양 옆으로 눈이 수북이 쌓여 안 그래도 좁았던 길이 더 좁아지고 미끄러워졌다.

산청마을은 산비탈에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기 때문에 미로처럼 복잡하다. 쭉 연결된 집들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집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총 45가구가 살고 있다.

박민자(가명, 48)씨의 집은 연탄보일러 1개와 난로 1개로 난방을 해결한다. 산청마을의 대다수 집들이 겨울을 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박씨의 집으로 들어가면 부엌이 있고 부엌 안으로 들어가면 두 아들이 머무는 작은 방이 있다. 천장의 일부분은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박씨는 "지붕 합판이 무너질까봐 무섭다"고 했다. 좁은 계단 두세 개 위에는 박씨와 남편의 방이 있는데, 옷가지를 비롯한 살림살이와 두 사람이 누울 공간이 전부다.

박씨는 계단 청소일을 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부엌은 난방이 안 된다. 그래서 박씨는 항상 두꺼운 덧신과 신발을 신고 부엌일을 한다. 아이의 방바닥과 침대 위에는 담요 4~5장을 겹쳐 깔았다. 판자촌 사람들에게 담요는 생존도구나 다름이 없다. 조그만 창문으로 바깥바람이 쉽게 들어와서 이것을 막는 것도 큰일이다.

더 이상 얼지 않는 '공중부양' 수도시설

산청마을에는 이곳만의 전매특허 시설이 있다. 촘촘한 집들과 그 위로 얽혀 있는 전깃줄들, 그리고 그 옆으로 허공 위에 두꺼운 호스들이 마을 비탈 위아래로 쭉 늘어져 있다. 바로 '열처리 수도관'이다.

작년까지 산청마을은 겨울마다 물을 쓰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나의 수도꼭지에 연결된 긴 호스로 집집마다 물을 길어서 썼는데, 날이 추우면 호스가 얼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뜨거운 물을 붓고 얼어붙은 수도를 녹이려는 노력을 해봤지만 겨울에 물을 쓰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열처리가 된 수도관을 얼지 않게 공중으로 매달아서 물을 쓰고 있는 것이다.

"겨울에 이제 물이 얼지 않아서 너무 좋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세탁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어요. 한 집씩 차례대로 물을 받아서 써야 했거든요.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시간에 빨래를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박씨는 "세탁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이제 좀 게을러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이들은 물이 얼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얘기하는 소박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물은 이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다. "손자들이 아침에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김영자(68)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

 서초동 산청마을에 사는 한 주민. 실내에 있지만, 난방이 되지 않아 항상 두꺼운 덧신과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
 서초동 산청마을에 사는 한 주민. 실내에 있지만, 난방이 되지 않아 항상 두꺼운 덧신과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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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연탄에 불이 붙긴 왜 붙어?"   

따뜻한 물이 나오지도, 비싼 기름으로 난방을 해결할 수도 없는 산청마을 사람들이 극심한 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연탄'이다. 이곳 역시 무허가 건물이라는 이유로 구청에서 도시가스를 설치해주지 않는다. 한 통에 4만 원 하는 LPG가스를 사용하는 건 이곳 사람들에게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연탄으로 차가운 물을 데우고, 방에 훈훈한 공기를 넣어준다. 당연히 연탄은 매일매일 끊임없이 타들어간다.

다행히 '사랑의 연탄'이라는 이름으로 복지기관의 연탄 지원이 매해 들어온다. 하지만 왜 인진 몰라도 올해 연탄지원이 많이 줄었다. 연탄을 주문하려고 해도 1000장 이상만 배달을 해주기 때문에 쉽사리 주문을 할 수도 없어 애가 탄다.

간혹 연탄을 들여올 때는 동네 길목 호화빌라 앞에 연탄들을 수북이 쌓아 놓는다. 그럴 때면 빌라 주민들이 "불이 날 수 있다"며 항의를 하기도 한다.

"연탄 가지고 와서 도와주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도 똑같이 살려고 하는 건데, 뭐라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까만 연탄에 불이 붙긴 왜 붙어? 절대 불은 안 나요."

김영자 할머니의 안타까운 한숨이 이어졌다. 28억 원짜리 빌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연탄을 놓아두면 불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뒷마을 이웃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 연탄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은 과천 비닐하우스에도, 이곳 서초동에도 우리의 이웃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권지은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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