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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의 새해 목표는 ○○○이다."

 

2010년 첫 달이 벌써 절반이나 지났다. 어떻게, 올해 새해 목표는 세웠는가? 아직 못 잡은 사람들은 올해 새해 목표를 책 100권 읽기로 잡아보는 건 어떨까?

 

지난해 새해를 맞이하며 목표로 세운 책 100권 읽기에 성공해 100명의 지인들에게 1만원의 후원을 받고 이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일명 '100+100 희망프로젝트'를 진행한 26살 사회 초년생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009년 초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인천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근무하는 윤채원(26·인천 남구)씨가 그 주인공이다. 윤씨와 윤씨의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대학교 같은 과 친구인 종시연(26·인천 연수구)씨를 지난 1월 13일 오후 7시 인천 부평구 부평6동 참나무학교(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났다.

 

이날 이들은 후원을 약속하기 위해 참나무학교와 산곡1동 어깨동무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윤씨의 '100+100 희망프로젝트'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원래 책 읽는 걸 좋아했던 윤씨는 졸업을 해 처음 사회인이 되던 지난 2009년 초 시험이나 과제의 압박이 없으니 새해 목표가 좀 무리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책 100권 읽기'로 잡았다.

 

그렇게 책을 차근히 읽어가다 윤씨는 주변 친구들한테 장난으로 "내가 책을 100권 읽으면 뭐 해줄래?"라며 물어 봤고 친구들과 "책 사줄까?", "책장 사줄까?", "너 좋으라고 책 읽는 데 내가 뭘 해주냐?"라고 장난스럽게 답변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윤씨는 내가 목표를 이루는 것을 친구들이 축하해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좀 더 좋은 일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크리스토퍼 하워드의 '비저닝(visioning)'이라는 책의 마지막 이야기가 큰 영향을 줬다.

 

"글쓴이의 조부모가 별장이 하나 있었는데 별장에는 누구나 올 수 있지만, 조부모는 별장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조금이라도 나은 곳을 만들고 떠나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이곳을 이용할 사람을 위해 나무가 없으면 심는다던지, 튀어나온 못이 있으면 뽑는다던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에 살고 있는 이상 우리의 이웃이 행복한 지 항상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의 교훈을 읽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 100권 읽기를 성공하면 1만원을 후원해 줄 사람 100명을 주변에서 모으기 시작했고, 이를 모으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친구 종씨는 이 이야기를 듣고 1회성으로 끝나면 아까우니 한 달에 한번 정도 좋은 책을 읽고 희망을 나누는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인터넷 사이트 '싸이월드'에 '희망독서클럽(http://club.cyworld.com/2009readingclub)'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친구나 선후배들을 설득해 주로 클럽에 가입하게 했으나 2009년 10월 경 '싸이월드' 메인 페이지에 클럽이 소개되면서 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지금은 214명에 이른다.

 

이렇게 해서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과 매월 2번씩 서울과 인천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하며 후원자들을 많이 모으게 됐다. 그래서 책읽기에도 탄력을 받은 윤씨는 총 104권의 책을 읽었다. 필요한 책은 사보기도 했지만, 학교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다. 윤씨가 110권 읽기에 성공하자, 114명이 1만원 씩 후원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13일 현재 65만원이 모아졌다.

 

하지만, 희망프로젝트가 탄탄대로의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사람들 때문에 윤씨는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니가 좋아서 책을 읽는 데 왜 내가 돈을 내냐?", "책 살 돈으로 후원하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취지를 듣고 바로 그 자리에서 돈을 꺼내주는 사람도 있었고 중국이나 러시아에 있는 선배나 친구가 인터넷 뱅킹으로 돈을 보내주기도 하는 등 힘을 주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후원금을 모은 윤씨와 종씨는 가까운 곳의 어려운 아동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인천여성회 회원에게 참나무학교와 어깨동무지역아동센터를 추천받아 후원을 약속했다.

 

이들은 후원금을 절반으로 나눠 가정형편이 어려운 2명의 아동에게 1년간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는 아직 어떤 희망프로젝트를 진행할지 정하지 못했지만, 클럽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클럽 신년모임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직 무엇을 할지 정하지는 못했다. 클럽 회원들이 가진 책을 모아 책을 못 보는 아이들이 많은 곳에 기증을 하는 것은 어떨까 고민 중이며, 1년에 한번은 반드시 좋은 일을 할 생각이다.

희망프로젝트는 혼자 하면 100만원이지만 10명이 하면 1000만원이라는 큰 돈이 될 수 있다. 주변의 사람들이나 클럽 회원들에게 '100+100 희망프로젝트'를 해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 운동이 전파되고 우리의 활동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윤채원, #종시연, #희망독서클럽, #희망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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