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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아무리 부정해도 결국 예능인이라 불리는 '김C'를 만났다. 음반 작업과 함께 오는 22일 홍대 V-Hall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는 언제나 그렇듯, 지치고 피곤한, 여전히 심드렁한 모습이었다.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그에 대해 어지간히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캐릭터로 1박2일에서 살아남는지 모를 일"이라지만 정작 김C 본인은 그런 말들에 둔감하다. 어차피 예능은 먹고살기 위한 방편일 뿐 스스로는 예전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세밑부터 해오던 <인권 콘서트 휴먼>의 시즌 2로 기획된, 새 공연 'Acoustic Rainbow' 홍보를 위해 파워블로거들과의 '소박한 간담회'가 끝난 13일 저녁 요즘 김C의 생각들과 이번공연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C
 김C
ⓒ 탁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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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박2일> 입수장면은 잘 보았다. 꽤 추웠겠다. 진정 자발적이었나?
"자발적? (웃으며) 카메라 15대가 돌아가는데 자발은 무슨……. 강요는 없었지만 자발적이라고 하기는 좀 남세스럽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강요된 자발(?)이라고 할까? 프로그램이 워낙 시청률도 높고 하니까 이런 저런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주에는 홍어를 잡으러 갔었는데 그에 비하면 입수 장면은 아무것도 아니다."

- 최근 하차하긴 했지만, 천하무적야구단과 1박2일, 그리고 이따금씩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에서 종횡무진이다. 그래도 예능인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나?
"1박2일과 천하무적야구단을 매주 녹화할 때는 정말 피폐했었다. 이따금 '천하……'를 다시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들을 받는데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몸이 너무 지쳤다. 예능프로그램을 나가고 있으니까 예능인이라 불리 우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하지만 내 안에 정체성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음악'이다. 나는 한 번도 예능인이 싫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맥락을 자르고 쓴 것일 뿐이다. 그러나 난 매번 나를 음악인, 음악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역시 당신 같은 사람들은 내가 한 말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다. "

- 좋다, 음악인 김C라고 해두자.
"해두는 것이 아니라 난 음악인이다."

- 알았다. 음악인 김C의 새 공연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공연인가?
"원래 공연은 인권연대와 함께 진행했던 인권을 주제로 한 공연이었다. 그런데 인권이라는 주제가 분명히 가치있게 다루어져야 할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하는 우리도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도 어떤 프레임에 갇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주제가 내용을 재단했다고 할까? 뭐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는 결국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못하게 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방향이 필요했다.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분명하게보다는 모호(?)하게, 상징적이기보다는 함의를 중심으로 새 콘셉트를 정했다."

- 그렇게 만든 'Acoustic Rainbow'란 어떤 의미인가?
"어쿠스틱은 음악의 근본이다. 어떠한 치장도 하지 않은 알몸과 같다. 인권이란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자신의 사회적 입장, 정치적 지향, 이런 것보다 우선하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인권 아닌가? 음악으로 따지면 어쿠스틱과 같다고 생각했다. 레인보우 역시 마찬가지다. 무지개는 성적 소수자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색깔의 혹은 사람들의 공존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모든 색깔이 하나의 띠로 엮어 있는 것만큼 소수자들을 상징하는 것이 또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뜨거운 감자의 김C(오른쪽)과 고범준.
 뜨거운 감자의 김C(오른쪽)과 고범준.
ⓒ 탁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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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는 동일하지만 내용과 내용의 중심인 음악에 중점을 두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들리는데, 공연의 내용에도 변화가 있는가?
"일단 객석의 한 가운데에 앉아, 우리의 음악 중 6곡 정도를 어쿠스틱으로 연주한다. 화려한 사운드를 자제하고 노래의 본질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어쿠스틱은 솔직한 고백과 같다. 고백으로 공연을 시작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여기에 뜨거운감자의 원래 스타일 음악들을 함께 넣어보려 한다.

사실 우리의 음악은 나름 상업성을 지향하지만 언제나 변방의 음악으로만 인정받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들 스스로가 소수자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약간 유명해지고 약간 먹고 살만 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루저 기질(?), 언더그라운드 기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 우리는 이 공연을 우리사회의  소수자들을 위한 공연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우리도 그 안에 한 축이기 때문이다."

- 스스로 노래하고, 스스로 위로받는 셈인가?
"뭐 그런 셈이다. 언젠가 당신도 이야기했지만 우리 음악이 당대에 갑자기 떠서 잘 팔리는 음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음악을 만든다. 그게 우리 일이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다."

- 그 말은 마치 대중음악인이 대중은 안중에도 없다는 투다.
"우리의 안중에 대중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안중에 우리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우리 노래가 들릴 것이라 생각한다. 인권이란 것도 그런 것 아닐까? 우리 모두 알게 모르게 침해 받거나 침해하고 있는 것들, 신경 써서 찾아보거나 둘러보아야 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 사회적 함의를 강조할수록 공연장에 관객이 떨어지는 것은 그런 공연을 꽤 많이 연출했던 입장에서 볼 때 분명한 사실인데 왜 굳이 이런 공연을 하려고 하는가?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여서 그렇지 인권이라든지, 자유라든지 저항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우리들의 삶에도 또 창작에도 중요한 모티브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그런 주제의 공연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세상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물론 사랑이다. 앞서 말했던 이런 주제들의 근본 역시 사랑에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사랑을 노래하는 공연과 별반 다를 바 없기도 하다."

김C와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어 마저 전한다.

우리는 저마다 각별하지만 때때로 그것을 잊고 산다. 대세라는 것, 흐름이라는 것, 혹은 주류라는 것에 혹해서 자신만의 가치에 대해 무감해지기 쉽다. 그러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은 결국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다양성의 바탕은 각기 다른 생각들을 가지고 사는 것,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데 어떤 사회적, 정치적 불이익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우리는 모두가 소수자가 되어야 한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김C의 음악이 낯선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주류음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음악은 필요하다.

무척이나 시린 겨울이다. 몸은 따뜻한 방안에서 녹인다고 해도 마음은 어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찾아 갔으면 좋겠다. 공연은 오는 1월 22일 저녁 8시 홍대입구 V-Hall이다.


태그:#김C, #어쿠스틱레인보우,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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