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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 30분 마포구 성산 2동 주민센터.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30명 이상의 사람들로 주민센터가 북적였다. 모두 2010년 희망근로 참여 신청을 위해 아침부터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참여 신청서와 필요 서류를 들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시는 13일부터 각 동의 주민센터에서 2010년 희망근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주거취약지역 시설개선, 슬레이트 지붕개량, 동네마당 조성 등의 사업에 총 1만6572명을 모집한다. 신청자들은 신청 첫날부터 주민센터에 몰렸다.

 

성산 2동 주민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A씨는 "오늘 9시부터 접수를 시작해 2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100명이 넘는 사람이 접수를 마쳤다"고 말했다. A씨는 신청자들의 필요 서류를 복사하느라 복사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센터를 나서던 B(68·남)씨는 "1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차례가 왔는데, 전세계약서를 제출해야한다고 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B씨는 "접수를 하려면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푸념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근로를 신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청을 마치고 나온 C(71·여)씨는 "희망근로는 다른 일들에 비해서 일이 힘들지 않고, 정해진 시간만 근무를 하면 된다"며 "어디 가서 이런 일 하면서 하루 3만 3천원이나 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밖에도 희망근로 참여자는 주 유급 휴일과 연차 유급 휴가를 쓸 수 있고, 4대보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C씨는 지난해 이미 6개월 동안 희망근로에 참여했는데, 이날은 지인 2명에게도 권유해 함께 신청을 마쳤다.

 

B씨 역시 "작년까지 경비로 일했는데, 희망근로가 괜찮다고 주변에서 추천해서 신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취약계층에게 희망근로는 그 이름처럼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희망근로 6개월 후엔 다시 실업자 신세

 

이렇게 희망근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지만, 2010년 희망근로 예산은 2009년의 3분의 1 수준인 5700억여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26만여명이던 2009년에 비해 모집 규모는 10만여명으로 줄어들었고, 근로 기간 역시 6개월에서 4개월로 짧아졌다. 이에 따라 희망근로의 혜택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C씨는 "경쟁률이 높은 것 같은데, 젊은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으니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우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하지만 C씨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희망근로를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희망근로가 종료된 이후에 참여자들이 실업자로 되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희망근로는 지속적인 고용과 연결되지 않는다. 실제로 작년 11월 30일 6개월의 희망근로 기간이 종료되면서 많은 참여자들의 생계가 다시 막막해졌다. 희망근로가 말하는 희망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었던 셈이다. 2010년 희망근로 역시 6월 30일로 기간이 만료되면, 참여자들은 다시 실업자로 돌아가야 한다.

 

기록적인 한파에도 정오가 될 때까지 성산 2동 주민센터의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C씨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돈을 가져다주는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희망근로라도 해야 생활비를 벌 수 있다"며 "비록 4개월이라도 일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C씨에게 희망근로가 '희망'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절망'으로 다가올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태그:#희망근로, #성산2동, #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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