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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초 영문책자의 배포 중단을 지시한 배경과 관련해 "번역상의 오류가 많았다"고 공식적으로 해명했지만, 영문책자 번역에 참가한 인사들이 명예훼손 소송까지 검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위원회 "번역 오류가 많아서 배포 중단"... 번역참여자들 "억울해 소송 검토"

 진실화해위가 지난해 3월 펴낸 영문책자 <Truth and Reconcilliation>.
 진실화해위가 지난해 3월 펴낸 영문책자 <Truth and Reconcilliation>.
ⓒ 진실화해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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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지난 5일 뉴라이트 출신인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취임한 직후 전임 위원장 시절 발간된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영문책자 배포 중단 지시의 배경으로 진보 성향인 안병욱 전 위원장이 직접 쓴 'Historical Background of Korea's Past Settlement'('한국 과거사 해결의 역사적 배경')란 글을 지목했다.

안 전 위원장의 글에는 "(민간인) 학살은 대부분 한국군, 경찰, 우익테러단체에 의해 자행됐다", "박정희 군부세력은 극우 파시스트 체제를 한국사회에 접목시켰다" 등의 내용이 있다. 이는 '성공한 현대사'에 더 주목하는 뉴라이트 역사관과 어긋난다. 그래서 뉴라이트 성향의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을 지낸 신임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배포 중단을 지시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진실화해위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배포한 영문책자에 영어 번역상의 오류가 너무나 많다는 지적이 발행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배포를 중단하게 됐다"고 공식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진실화해위 측은 '번역상 오류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달라'는 <오마이뉴스> 측의 요구에 "해명자료를 낸 것으로 마무리됐다"며 구체적 근거 제시를 거부했다.

게다가 진실화해위의 공식 해명은 <오마이뉴스> 취재 당시 "신임 위원장이 취임한 것에 맞추어 새로운 영문책자를 발간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던 것과도 차이가 있다. 

그런 가운데 영문책자의 번역자들이 "억울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주목된다. 

동시통역사이자 번역자인 A씨는 "열심히 번역을 해줬는데 그동안 구체적인 이의제기 한 번 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 번역상의 오류가 많아서 책자 배포를 중단시켰다고 해명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다시 검토해봐도 잘된 번역이라고 자부한다"고 '번역 오류' 주장을 반박했다. 

"지금까지 번역을 의뢰한 기관으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항변한 A씨는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3년부터 동시통역과 번역을 전문적으로 해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발간된 의문사진상규명위의 1차 영문보고서 <정의를 향한 험난한 여정(A Hard Journey to Justice)>의 번역에도 참여했다.

A씨는 "영문책자를 번역한 후인 지난 2009년 10월 진실화해위가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도 통번역을 맡았다"며 "제 번역이 오역이었다면 어떻게 위원회에서 저에게 국제행사 통번역을 또다시 의뢰할 수 있었겠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도대체 진실화해위에서 어떤 부분의 번역을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이영조 위원장을 민형사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8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 3주년 활동 현황>이란 자료집을 발간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이 자료집을 영문으로 요약·번역한 <Truth and Reconciliation>(진실과 화해)을 펴냈다.

영문책자 번역에는 3명의 국내·외 인사가 참여했고, 3명의 외국인이 감수를 맡았다. 위원회는 2000부를 발행해 1200부를 배포하고, 현재 800부가 남아 있는 상태다. 영문책자 발간에는 213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진보 위원장' 주도 위원회 활동에 부정적이었던 뉴라이트 성향 위원장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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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이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해놓고 올 신년사에서 "진실화해위의 경험과 성취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겠다"고 약속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진실화해위원회가 이룩한 성과는 다른 여러 나라에도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의 경험과 성취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림으로써 인권선진국가로서 국격과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도 함께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안병욱 전 위원장의 글뿐만 아니라 영문책자의 표지도 이영조 위원장의 '심기'를 건드렸을 개연성도 있다. 문제의 영문책자 표지는 한국전쟁 시기 국군의 민간인 학살 장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거사 청산 자체는 물론이고 '민주파 정부'에서 출범한 진실화해위의 활동에 부정적이었던 이 위원장의 태도가 영문책자 배포 중단이라는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4월 29일 런던정치경제대 영문강연자료를 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이 위원장은 이 강연자료에서 "진실화해위가 특별한 이해관계집단에 둘러싸여 있어 공정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 "위원회의 진실은 투표된 진실(voted truths)뿐이다",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사를 평가하는 것은 퇴영적 정의(retroactive justice)다" 등 부정적 의견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12월 2일 위원장 취임식에서도 "그동안 제3자의 눈에 편향됐다고 비칠 소지가 있는 일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위원장이 주도하는 진실화해위의 활동에 소신에 가까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라도 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은 '뉴라이트의 좌파정권 흔적 지우기'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박정희 군부세력은 극우 파시시트 체제를 한국사회에 접목"

다음은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에 실려 있는 안병욱 전 위원장의 글 'Historical Background of Korea's Past Settlement'('한국 과거사 해결의 역사적 배경')에서 발췌한 것이다.

"역사가 이렇게 파행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에서 많은 부정적 유산들이 형성되고 축적되었다. 일제의 식민지배나 남한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협력하거나 그러한 통치를 수행한 사람들 그리고 그런 통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와 사용된 수단들은 역사가 바뀌어도 만족스럽게 극복되지 않고 한국사회의 민주적 발전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따라서 이들 잘못들이 새로운 사회에서 더 이상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그 잘못을 비판하고 제거하려는 사회적 요구에서 '과거청산' 문제가 제기되었다."

"당시 미국의 지원과 보호 아래 등장한 이승만 정부는 일제식민지배에 협력했던 인사들을 재등용하는 정책을 펼쳤다. 미국과 이승만 정부는 한국 민중으로부터 민족 반역자라고 비난받아 처벌당할 상황에 놓여 있던 친일파들을 재활용하여 자신들의 취약한 국내 입지를 보강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승만 정부는 위원회(반민특위-편집자 추가) 활동을 방해하였고 끝내 해체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일제 침략에 협조하였던 인사들은 처벌받기보다는 이승만 정권뿐만이 아니라 그 후 군사정권하에서도 권력을 가지고 큰 영향을 행사했다."

"이런 변화(민주적인 사회발전 요구-편집자 추가)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기득권세력은 또 다른 폭력에 의지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했다. 1961년의 5월 군사쿠데타는 그런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군인으로서 미국의 군사전략을 충실히 보좌할 수 있었고, 길들여진 일본군으로서 일본의 재진출을 위한 제반 조건을 마련하는 데 자기 민족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정희 군부세력은 20세기 한국현대사에 필요한 사상이나 가치관, 역사의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일본군국주의의 극우사상 그리고 미국군대로부터 고도의 통제기술을 전수 받아 극우 파시스트 체제를 한국사회에 접목시켰다."

"한국정부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른바 '폭동을 일으키고 적을 도울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했다. 그 대상은 1949년 좌익인사의 사상 전향이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보도연맹'에 강제적으로 가입된 사람들과 감옥에 수감된 정치범들이었다. 학살은 대부분 한국군, 경찰, 우익테러단체에 의해 자행됐다. 희생자들은 죽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재판도 받지 않고 집단학살 당했다. (중략) 당시 학살의 주도자들은 지배 권력의 중심에서 한국사회를 사실상 좌우해 왔으며 지난 50년간 한국 현대사를 학살자의 관점에서 정당화해 왔다. 반면에 유족들은 공산주의자라는 혐의가 두려워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6개월에 한 번씩 보고서로 국회와 대통령에게 제출하고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2년 6개월이 지난 한국의 과거사 정리는 기대한 만큼 성과 있게 진행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여기에는 내부의 기술적인 문제로부터 외적인 정치 사회적인 환경에 이르기까지 여러 복잡한 요인들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실위원회들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진실을 바탕으로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이루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권력의 과오와 숨겨진 진상들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는 아직은 그러한 치부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밝힐 수 있을 만한 정치사회적 여건이 만족스럽게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 한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이 군부의 개발독재로 가능했다고 하는 왜곡된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상황에서 군부 권위주의에 의해 자행된 문제들을 조사하여 만족스럽게 진실을 밝히는 데는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다. 기득권세력은 권위주의 통치의 수혜자로서 서로 강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사회전환을 억제하는 보수적 기능을 하고 있다. 대부분 위원회들이 그들의 방해로 제약을 받고 있어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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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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