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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자상가 휴대폰 대리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용산 전자상가 휴대폰 대리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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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인도 아이폰 갖고 싶다."

파격적인 보조금을 등에 업은 아이폰이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20만을 넘겼다. 그러나 정작 아이폰 국내 출시를 누구보다 기다렸을 주한 외국인들에겐 그저 남의 잔치일 뿐이다. 이통사나 대리점에서 단말기 할부금이나 요금 체납 등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외국인 아이폰 개통을 꺼리기 때문이다.

외국인 아이폰 가입 어려움을 집중 조명한 <중앙데일리> 1월 2일자 기사.
 외국인 아이폰 가입 어려움을 집중 조명한 <중앙데일리> 1월 2일자 기사.
ⓒ 중앙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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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외국인 휴대폰 개통이 까다롭기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단기 체류자는 사용 요금을 미리 내는 이른바 '선불폰'을 주로 이용하고, 중장기 체류자라도 '고가폰'은 엄두를 못 낸다. 비자 문제 등으로 '2년 약정 할부'가 쉽지 않아 내국인과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코리아타임즈>, <중앙데일리> 등 국내 영자신문들은 외국인들의 아이폰 개통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중앙데일리>는 국내에 10년 넘게 살고도 비자 문제로 아이폰 개통을 거절당한 한 주한 미국인 사례를 들기도 했다. 대리점에서 F2(결혼이주자), F4(재외동포), F5(영주권자) 비자를 소유한 이른바 '우량 외국인'이 아니면 아이폰 개통이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국인 보조금은 55만 원, 외국인은 7만 원?"

한 주한 외국인은 지난달 18일 '일곱난장이의 블로그'('아이폰 인종차별? 한국인은 OK, 외국인은 NO?')에 내·외국인 보조금 차별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아이폰 3Gs(32G) 모델의 경우 내국인 보조금이 55만 원(i-라이트 2년 약정 기준)에 이르지만, i요금제 대상이 아닌 외국인이 가입할 수 있는 1년짜리 '쇼킹 기본형' 보조금은 7만 원(2년 약정은 21만4천 원)뿐이어서 단말기 값만 87만 원을 내야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외국인들 사이에 유독 아이폰 문제가 불거지자 KT는 '오해'라며 진화에 나섰다. 외국인 가입 제한은 아이폰 뿐 아니라 '2년 약정 할부 요금제'에 해당하는 모든 최신 휴대폰이 똑같다는 얘기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11일 "외국인들은 그동안 선불폰을 많이 썼는데, 최근 (선불폰이 안 되는) 아이폰에 수요가 몰리면서 고객 불만이 늘어난 것 같다"면서 "아이폰처럼 2년 약정폰의 경우 외국인이 단말기 할부를 하려면 보증보험사의 보증이 필요한데, 보험사에서 F2, F4, F5 비자만 내국인과 동일하게 보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 출시 직후 예약 구매나 i요금제 가입이 불가능했던 건 단순 전산 개발 문제였고 지난달 24일 이후 정상 가입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F 비자에도 해당되지 않는 대다수 외국인들. 외국기업 주재원이나 그 가족, 유학생, 주한미군, 단기 취업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1~2년 단위로 비자 연장을 하는 탓에 2년 약정 자체가 불가능한 이들은 '기본형 현금'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 결국 1년 정도 약정하고도 60~7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 넘게 현금을 내야 한다. 그나마 남은 체류 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아예 아이폰을 구입할 수 없다. 

KT 관계자는 "단기 체류자의 경우 마지막 달에 요금을 안 내고 그냥 출국하는 등 외국인 가입자 리스크가 크다"면서 "보증보험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리스크 관리 수준을 높여 우량 외국인만 받겠다고 해 외국인들 불만이 더 커졌다"며 보증보험 쪽에 공을 넘겼다.

반면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12일 "오히려 지난해 10월부터 재외동포나 화교만 가능하던 보증보험 대상을 결혼이주자와 장기거주자까지 확대했다"면서 "이통사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물량은 아주 일부일 뿐이고 대부분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휴대폰 대리점 홈페이지에 올라온 외국인 아이폰 가입 조건
 한 휴대폰 대리점 홈페이지에 올라온 외국인 아이폰 가입 조건

'외국인 리스크' 부담? '보증금 제도' 활용하기도

'외국인 리스크'에 부담을 느끼긴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11일 통화한 한 휴대폰 매장 관계자는 "안산이나 구로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엔 전문 취급점이 있긴 하지만 다른 대리점에선 외국인 가입 처리 자체를 꺼린다"고 말한다. 할부 구매가 가능한 'F 등급 비자' 외국인은 많지 않은 데다 외국인등록증 확인 등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요금 체납 부담만 크다는 이유다.     

이렇듯 이통사와 대리점에선 '외국인 리스크'를 내세우지만, 정작 그 대가는 선량한 대다수 외국인들이 치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보다 앞서 아이폰을 도입한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미국은 사회보장번호(SNN)가 없는 외국인도 보증금을 맡기면 2년 약정에 내국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다. 보증금 액수는 개인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 유학생의 경우 500달러(약 55만 원) 정도가 일반적이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의 경우 외국인 대상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 홍보팀 관계자는 "체류 코드에 따라 무료나 5만 원, 20만 원을 맡기면 외국인도 내국인과 같은 조건으로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증금은 가입자 초기 비용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지만 요금 미납 후 출국을 막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KT 관계자 역시 "보증금 제도를 포함해 외국인 가입을 좀 더 수월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올 상반기 내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아이폰, #외국인, #KT, #휴대폰 보조금,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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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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