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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벽 4시 30분 경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왔다고 계속 울리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오는 전화나 문자는 아주 급한 일입니다. 그것도 좋은 일보다는 좋지 않은 급한 일이지요. 급한 마음에 문자를 확인했는데 대구에 사는 손아래 처남이 예쁜 둘째 딸을 낳았다는 소식입니다. 딸 낳았다고 새벽 4시 30분에 문자 메시시 보내는 처남은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요. 첫 아이도 아니라 둘째 아이인데 말입니다. 다섯 살 터울로 낳은 아이라 더 기다렸는데 기쁜 마음에 새벽에 문자를 보낸 것 같았습니다.

 

어제는 주일이라 갈 수 없었고, 오늘은 장모님께서 손녀가 낳다는 말을 듣고 처남댁 몸조리를 위해 대구로 가야한다면서 같이 가기를 원했습니다. 몸도 편찮은 분이 대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침일찍 모시고 대구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없었습니다. 산모와 아기는 당연히 병원에 있을 것이고, 처남은 일 때문에 포항에 간 모양입니다. 주인 없는 집에 장모님과 아내, 우리 아이 셋, 조카와 나까지 모두 7명이 둘러 앉아 주인행세를 했습니다.

 

 

처남이 작은 수퍼마켓을 하는데 아이들은 먹을 것이 없나 여기저기 다니다가 외할머니 허락을 받고 과자 한 봉지씩을 가져와 먹습니다. 조카 아이는 벌써 입 안에 과자가 가득입니다. 장모님은 며느리가 손녀를 낳았다고 미역과 쇠고기, 바지락 같은 조개를 한아름 싸왔습니다. 처남댁 몸조리를 잘할 것같습니다. 외할머니가 점심상을 준비하는 모습을 본 큰 아이는 소시지 반찬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어디 가든지 밥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헌아 외삼촌집에 와서까지 밥을 하려고 해."
"재미있잖아요."
"외할머니가 맛있게 준비하는데 너가 하면 불편하잖아."
"김서방 그만 두게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인지. 어떤 아이들은 자기 엄마가 아파 누워있는데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그래도 인헌이는 스스로 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인헌이가 만든 소시지 구이 얼마나 맛있는지 기대가 되는데."

 

아내가 특기는 청소입니다. 처가에 가면 청소, 처형집에 가면 청소입니다. 얼마나 청소를 많이 하는지 언젠가 별명은 '딱순이'라고 지어준 적이 있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더니 이것저것 꺼냅니다. 청소가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자기 집도 아닌데 무슨 냉장고 청소를 한다는 것입니까.

 

"당신은 우리집 냉장고도 아닌데 무슨 청소를 한다고 그래요."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까. 그냥 둘 수 없잖아요."

"처남댁이 다하겠지."
"앞으로 한 달은 몸을 조심해야하는데 누가 해주겠어요."

"장모님도 계시고, 재령이 친할머니도 옆에 계시잖아요."
"그래도 눈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해요. 이왕 보았는데 내가 해주면 좋잖아요."

"당신은 정말 '청소장이'가 우리나라에 있으면 청소장이다. 청소장이. 대단한 사람이다."

 

아내 손이 한번 가니까 냉장고 깨끗해졌습니다. 문제는 아기때문에 진주에서 대구까지 아침부터 나섰는데 아기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진주까지 다시 돌아가는 것은 헛걸음한 것입니다. 집으로 그냥 다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아기를 만나보고 갈 것인가? 고민을 했습닙니다. 아기를 보고 싶어도 대구 지리를 잘 모르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험을 했습니다. 처남댁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 찾기가 쉬웠습니다. 아기는 정말 예뻤습니다. 아기 만큼 예쁜 존재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외조카 이름은 '튼튼이'입니다. 물론 진짜 이름은 아니고,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부른 이름입니다. 정말 튼튼이입니다. 몸무게 3.16kg 아주 예쁘고, 튼튼합니다. 그런데 조금은 큰 산부인과 병원인데 아기가 혼자였습니다. 요즘 출산율이 낮다는데 역시 아기를 많이 낳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 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기들이 10명은 넘었던 것 같은데 튼튼이를 보면서 출산율이 낮다는 실감을 했습니다. 그런데 외조카를 보던 우리 집 예설이가 집에 데리고 가자고 합니다.

 

"큰 엄마 아기 집에 데리고 가."

"튼튼이를 집에 데리고 가자고."
"응. 아기 집에 데리고 가. 예쁜 아기 데리고 가요."

"예설아 아기가 예뻐."
"응 예뻐요. 예뻐."

 

자기도 네살밖에 안 되었는데 아기가 예쁘다면서  데리고 가자는 말에 온 가족이 다 웃음이 나왔습니다. 예설을 말을 들은 우리 집 아이들 모두가 다 튼튼이를 데리고 가자고 합니다.

 

"아빠 튼튼이 데리고 가요."
"튼튼이 데리고 가면 누가 봐줄 것인데."
"엄마요."
"그럼 예설이는?"

"엄마가요. 우리집을 '아기돌보미' 집으로 하면 되잖아요."
"아기돌보미 집으로 한다고."
"그래요. 아빠는 원장님, 엄마는 선생님."

"그리고 나는 신발정리하는 선생님할게요."
"막둥이가 신발정리하는 선생님 한다고? 학교는 언제가고."
"아기 돌보미 집하면 우리 집에서 공부하면 되잖아요. 옛날에 유치원 다니는 것처럼."

"그럼 내일부터 아기돌보미 집 한다고 광고를 내야겠다. 막둥이가 동네방네 다니면서 우리 집이 오늘부터 아기돌보미 집을 합니다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되겠다."

"그럼 내일부터 하면 되겠네요."

"그런데 사람들이 체헌이 집이 아기 돌보미 집을 하는데 우리가 믿고 맞길 수 있나요. 물어면 어떻게 대답할 거니?"
"엄마가 예설이 잘 돌보았잖아요. 예설이와 엄마가 바로 우리 집에 아기 돌보미 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방법이에요."

 

우리집을 아기돌보미 집으로 하자는 아이들을 말을 듣고 좋았습니다. 정말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아기돌보미 집을 하면 막둥이는 학교가지 않고 신발정리 선생님 한다고 했는데 과연 그 꿈이 이루어질지 궁금합니다. 막둥이 나이가 열살이니 갓난아기를 본 지 10년만입니다. 아기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귀한 존재입니다. 튼튼이가 건강하고 무럭무럭,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태그:#외조카, #아기돌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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