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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는 느낌이나 감흥은 사람마다 다르다. 보편적으로 볼 때 연령대를 달리하는 나이가 되거나 또는 새로운 도전이나 상황의 변화가 클 때 그 느낌은 예년과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경인년 새해를 맞아 많은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을 사람들을 만났다. 이제 성인이 되는, 졸업을 앞둔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의 1991년생 여고생 3명을 지난 8일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두잉'에서 만나 그들의 진로와 새해 소망에 대한 수다를 들어봤다.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여고생들. 김진미ㆍ홍자연ㆍ박솔 학생(왼쪽부터).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여고생들. 김진미ㆍ홍자연ㆍ박솔 학생(왼쪽부터).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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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연(부평6동·부개여고) 학생은 가천의과대학교 보건행정학과에 수시원서를 넣어 합격했다. 김진미(작전1동·안남고) 학생은 외식산업학과와 호텔조리과 쪽에 원서를 넣고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박솔(효성2동·작전여고) 학생은 물리치료학과에 원서를 넣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먼저 지원학과와 진로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홍자연(이하 홍) :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관심이 많았어. 특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보고 관심이 많았지. '외과의사 봉달이'라는 드라마가 크게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해. 그래서 나도 의료 관련 일에 종사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애아동과 소외계층을 만나는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어려운 사람들의 편에서 의료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

마침 3학년에 올라가서 선생님이 이런 학과가 있으니 들어가 보라고 권유를 해주셨어. 의사 되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고, 보건행정학과를 졸업하면 병원 일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김진미(이하 김) : "우와~ 그렇게 깊은 뜻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요리잡지와 프로그램도 많이 보고 항상 엄마가 주방 일을 할 때 옆에서 도와드렸어. 나도 요리하는 게 좋았어. 가끔 텔레비전에서 인간극장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찍 학원을 다니면서 요리 자격증을 따볼까, 생각도 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했어.

그런데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를 보고 완전 파티쉐한테 반해버린 거지. 그래서 학원을 다녀볼까 했지만 역시 반대로 못 다녔어. 그래도 1학년 때부터 취미로 특강도 들으면서 케이크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한테 선물도 하고 했어. 그러면서 바로 이 일이 내 적성이구나, 생각하게 됐지. 그래서 꼭 관련 학과에 지원해 대학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부모님에게도 인정받고 싶어."

박솔(이하 박) : "그래. 열심히 해서 부모님에게 꼭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을 쓰라고 하면 항상 '선생님'이라고 적어서 냈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당시에는 직업이 선생님밖에 없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 되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힘들 것 같아서 포기했어.

우연히 고3 때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관심을 가지게 됐어. 이 직업이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매력적이라는 말에 더 끌렸고 그래서 이 과를 지원한 거야. 또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고 하다 보니 내가 받은 만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직업이 그런 봉사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학교를 졸업하고 물리치료사 일을 하다가 돈을 벌면 건물을 하나 사서 어려운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같은 곳을 만드는 게 꿈이야. 너희들은 어떠니?"

홍 : "우선 대학을 열심히 다니고 대학원까지 가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서 졸업한 다음, 우리나라나 외국의 병원에서 많은 경험을 쌓는 거야. 그리고 내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의료시설이 열악한 곳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김 : "파티쉐가 될 거야. 졸업하면 호텔에 취직해서 요리를 배우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전국을 돌면서 호텔 요리 같은 것을 잘 먹어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먹어볼 수 있도록 음식 봉사를 하고 싶어."

홍 : "다들 고등학교 때 동아리활동을 하며 봉사활동을 해서 그런가 봐.(홍자연 학생은 '독거노인 돌봐드리기', 김진미 학생은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박솔 학생은 '위안부 할머니 찾아뵙기' 등의 활동을 했다) 나는 대학 들어가면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싶고 미성년자가 못했던 아르바이트(알바)도 하고 싶어. 3학년이 끝나면 외국을 나갔다 올 생각이라 올해부터 알바를 열심히 해서 준비해야 돼. 너희들은 올해 뭘 하고 싶어?"

여고생들이 새해 소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 웃음이 터졌다.
 여고생들이 새해 소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 웃음이 터졌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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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1월 11일에 혼자 부산으로 여행을 갈 거야. 그러려고 수능 끝나고 나서 계속 알바했어. 부산이 인천하고는 정 반대로 우리나라 맨 끝에 있는 도시니까 그냥 가보고 싶었어. 아무 계획 없이 부산에 가서 가고 싶은 데를 즉석에서 돌아다녀보고 싶어. 그러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려고. 혼자 가는 거라 무섭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해.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

홍 : "우와~ 정말 멋있다.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3년 뒤에는 꼭 가고 말 테다."

박 : "스무 살이 되니 설렘 반 두려움 반이야. 그동안 나이 제한이나 걸리는 게 많아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제 자유로우니 못해봤던 걸 마음껏 해보고 싶어. 운동해서 살빼기,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등."

홍 : "스무 살이 되면 책도 많이 보고 학원도 많이 다닐 줄 알았는데 요즘은 매일 집에서 뒹굴고 있어. 흑."

김 : "난 하루하루가 바빠. 여행가기 전에 애들도 만나고 알바도 해야 하고 해서."

홍 : "나도 지난번에 마트에서 일해 봤는데 정말 힘들더라. 상품 설명하고 맛만 보여주면 될 줄 알았는데 사람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더라. 그때 같이 일하던 분이 마트에서 살아남으면 무슨 직업이든 할 수 있다고 말을 하더라고."

홍 : "그래도 내 주변에는 너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고3 교실을 가보면 애들이 다 성적 맞춰서 대학에 가려고 하니? 자기가 원하는 과를 가지 못하잖아. 하고 싶은 일보다는 서울에 있는 더 높은 대학을 가려고만 하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보내려 하니. 그런데 이렇게 너희들은 가고 싶은 과를 썼고 목표도 있다는 게 정말 대견스럽다."

김 : "꼭 서울에 있는 대학이나 4년제 대학을 나와야만 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물론 그런 대학을 가면 좋지만, 그런 대학 나온다고 취직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고려해서 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자연이도 그렇고 솔이도 그렇고 너희들 이야기를 들으니 살아가면서 길은 진짜 다양한 것 같아. 내가 지금 이 순간 느끼고 계획하는 것처럼 앞으로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일부 실렸습니다.



태그:#여고생, #새해소망, #진로, #91년생,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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