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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의료개혁법안을 가지고 크리스마스 휴가도 반납하고 토론과 대화로, 종래엔 표결로 해결했다. 우리들도 지난 12월 31일과 2010년 1월 1일, 연말연시를 국회의사당에서 꼬박 밤새웠다. 그러나 밤을 지새운 내용이나 방법에 있어 국민들에게 걱정만 끼쳐드린 것 같다. 면목이 없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6일 '1박 2일 날치기 국회'에 대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 대상은 명백하게 야당이었다.

 

김 의장은 이날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 신년모임에 참석, "헌정회 선배들이 피땀 흘려 쌓아온 민주 헌정의 가치가 이렇게 훼손되고 있을 때 (선배들이) 현역 국회의원이나 저 같은 국회의 지도자를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몸 둘 데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국회에서 난무하는 언어폭력과 고성, 언급하기조차 싫은 저질스러운 행태를 이제 다시 전례에 남지 않도록 선배들께서 많은 고견을 주기 바란다"며 2010년 국회 운영에 대한 세 가지 원칙을 밝혔다.

 

김 의장은 우선 "100년 전 식민지가 됐던 나라가 세계정상회의를 개최하고 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등 나라의 국격과 위상이 올라가는데 18대 국회가 오히려 이런 변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회가 변화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역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치의 중심이 우리 국회가 돼야지 국회 바깥이 중심이 돼선 안 된다"며 "외부세력과 시민단체에 의해 국회가 좌지우지돼서도 안 되고 정당이 국회를 압도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입으로 민주주의 이야기하면서 비민주 행태 보이는 국회, 정말 부끄럽다"

 

또 "국회의원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야지 사사건건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토론, 협상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분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처리 당시 벌어졌던 환경노동위원회 사태 등을 지목하는 발언이었다.

 

김 의장은 "'민주의 전당'으로서 국회가 복원돼야 한다"며 "입으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온갖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이는 국회가 정말 부끄럽다"고 야당을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그는 "난무하는 언어폭력과 물리력 동원, 2010년 국회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도록 하겠다"며 "저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폭력에는 타협하지도 관용하지도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모임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만 참석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결국 불참했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원로 의원들과 인사만 나눈 뒤 자리를 떠났다.

 

한편 정세균 대표는 이날 국회 조찬기도회에서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거듭 비판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작년은 참으로 고통스런 한 해였다"는 말로 축사를 시작한 정 대표는 "금년에는 정치력이 복원돼 '국회는 정치인들이 모인 것이지 싸움꾼들이 모인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김 의장을 겨냥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힘센 사람들이 일방통행 하는 곳이 국회가 아니라는 것을 새겨야 한다, 관용이라는 것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태그:#김형오, #날치기,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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