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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못하는 시간을 뒤로하고 2010년 새해를 맞이했다. 기기의 편리함에 맛들인 것 중 하나가 휴대폰으로 문자보내기다. 지인들에게 '☆2010년☆새해에는 복~ 많이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모두 이루세요.'라는 문자부터 보냈다.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2010 청풍호 선상해맞이'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이것저것 채비를 하고 제천의 청풍나루로 향한 게 4시 30분경이다. 차량들이 드물어 뻥 뚫린 새벽도로를 신나게 달려 제천 땅에 들어섰다. 그런데 박달재 터널 못미처에 차량들이 비상등을 켠 채 서있다.

 

졸음운전을 했는지 대형트럭이 방호벽을 들이받은 사고였다. 한참을 길에 서있었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새해 첫날 사고를 낸 운전자를 걱정했다. 늘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를 빠져나가 청풍나루로 가는데 금월봉 위에 보름달이 멋지게 걸려있다. 6시 50분경 청풍호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해 승선표를 받았다. 1, 2층의 선실은 추위를 피한 사람들이 꽉 들어차 들어설 틈이 없다. 찼다. 찬바람이 몸을 웅크리게 하는 3층의 갑판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선착장을 빠져나온 배가 청풍호 한가운데에 자리 잡자 시민 안녕 기원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동쪽 산마루가 붉어지자 보름달이 호수의 서쪽 산등성이 너머로 부지런히 몸을 숨긴다. 해돋이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추위로 움츠러든 목을 길게 빼고 호수의 동쪽을 바라봤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등성이 위로 해가 떠오르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왔고 새해 소원을 적은 희망풍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청풍호의 물위에서는 모터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배위를 선회허며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축하했다.

 

붉은 빛을 토해내며 솟아오르는 새해를 향해 몸이 약한 아내가 건강했으면, 큰애의 회사생활이 즐거웠으면, 끈기가 부족한 둘째가 결단력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뱃살을 줄여 몸무게를 빼고, 가슴에 와 닿는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도 했다.

 

 

해맞이로 행사가 끝난 게 아니었다. 노래로 흥을 돋우고, 소원을 빌며 대북을 치고, 선착장에 도착하니 '희망 떡국 나눠먹기'를 진행한다. 참석자 모두에게 술과 안주까지 무료로 제공했는데 9월 16일부터 10월 5일까지 국제한방바이오 엑스포가 펼쳐질 제천이라 술은 황기막걸리였다.

 

 

옛날 민간신앙이나 경사를 축하할 목적으로 마을 입구에 세운 긴 대가 솟대다. 솟대는 고조선 때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나무나 돌로 된 긴 장대위에 오리나 새 모양의 조형물을 올려놓아 설치했다. 새해를 설계하는 1월 1일 아침에 솟대를 만나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청풍교 끝에서 우측으로 호반을 따라 금수산길을 달리면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으로 담아가는 '능강솟대문화공간'을 만난다. 대한민국 최고의 창작 솟대작가 윤영호 선생님과 솟대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솟대문화공간이다.

 

이곳에 우리 고유의 솟대문화를 자연, 인간, 문화가 함께하는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재구성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400여점의 솟대가 솟대전시관을 비롯해 야외전시장, 원두막의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동적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하늘을 향한 희망의 안테나 솟대로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겨울철은 마을 앞에 쓸쓸하게 서있던 솟대의 분위기와도 어울린다. 청풍호반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금수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여름철에는 여유를 누리며 야생화들이 꽃을 피운 산책로를 돌아보기에 좋다.

 

 

초면이 아닌 윤영호 작가님은 금지된 실내촬영을 허락하며 솟대로 만든 2010년 탁상용 캘린더를 건네줬다. 윤영호 작가님의 배려 때문에 더 즐거운 새해 첫날이었다. '2010 청풍호 선상해맞이'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곳 '능강솟대문화공간'까지 다녀가면 1석 2조의 새해맞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새해 첫날이면 바닷가는 해맞이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가는 길이 막혀 짜증나고, 장사꾼들의 바가지에 기분도 상한다. 고생하지 않고 대우받으면서 의미가 남다른 해맞이를 하는 방법이 있다.

 

새해 첫날 제천의 청풍나루에 가면 누구든 호수의 선상에서 해맞이를 한 후 하늘을 향한 희망의 안테나 솟대를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풍호, #청풍나루, #능강솟대문화공간, #윤영호, #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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