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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하나.

내 인생에 배스킨라빈스(31세)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아직 나는 서른한 가지 아이스크림 맛을 모두 맛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31'은 모두 맛보지 못할 만큼 벅찬 숫자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스물아홉일 때보다는 서른일 때 더 마음이 편했다. 29는 '20대의 가장 큰 어른'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30'은 '30대의 가장 막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서른하나가 되어도 이제 막 한 돌이 된 느낌이다.

30대의 첫돌맞이, 내 인생의 화두는 '한 걸음 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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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이들은 만 1년이 되는 날, 걸음마를 시작한다. 나도 그런 의미이다. 한 단계 도약, 한뼘 더 성장, 그리고 한 걸음 더.

걷기도 전에 갑자기 풀쩍풀쩍 뛰어서 1등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걷는 게 귀찮고 힘들어서 계속 기어다니거나 앉아있고 싶지도 않다. 그냥 더도말도 덜도말고 딱 한뼘만 더 성장하는 것이 나의 2010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세 가지 힘을 키워보고 싶다.

[꿈력성장] 무엇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

세상엔 아직 희망이 있고, 그리고 그 희망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으로도 파급효과가 커서 온통 희망으로 가득 찰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사람이 있다. 2009년도에는 무려 세 사람이었다. 안철수, 한비야, 그리고 데이비드 부소. 그들은 '남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그것이 무엇보다 자신의 심장을 뛰게 했기 때문이다. '남과 함께 행복해지는 일'이 그렇게 즐겁고 기쁠 수 있다는 것은 나도 이 사람들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수많은 사람들을 돕고 나누는 이들은 그전에도 많았지만, 왠지 그들은 '다수의 행복'을 위해 '나의 행복'을 버린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기쁘고 즐거운 일이구나. 그건 이 사람들을 만나기 전, 아프리카에 다녀와 체험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후, 안철수 한비야, 그리고 부소 같은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게 되면서 내 꿈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나는 겨우 서른에서야 찾았다. 허황된 꿈꾸기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그 전에도 무수한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이 다듬어지고 좀 더 명확해진 것은 서른의 막바지에서였다. 그것은 내가 현재 갖고 있는 직업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제3세계에서 출판업을 시작해보고 싶다. 문맹률이 높은 나라의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인 좋은 책을 읽히는 일. 거기까지 내 생각이 머물렀을 때, 난 정말 심장이 그 어느 순간보다 빨리 뛰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렇다면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박완서 선생님은 마흔에 소설쓰기를 시작하셨단다. 나는 아직 10년이나 남았다. 이제 막 돌을 넘긴 내가 할 일은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더욱 잘 배우기, 제3세계 언어와 영어 공부하기 정도가 될 것이다. 2010년 내가 꿈을 향해 한뼘 더 자랄 수 있는 방법이다.

[필력성장]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아프리카 사람들. 행복을 꾹꾹 눌러담아 주었던 그대들이 그리워요.
 아프리카 사람들. 행복을 꾹꾹 눌러담아 주었던 그대들이 그리워요.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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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것은 나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이다. 출판사에 몸담게 된 것도 사실은 내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미여행에서 돌아와 여행기 기획서를 출판사에 뿌린 덕에 나는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덕분에 내 책보단 남의 책을 내는 데 열중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내게 꼭 필요한 훈련 과정이었음을 지나고 난 뒤에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시기를 거치지 않고 내 책을 냈더라면 나는 지금도 쥐구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남미여행처럼 기록도 없이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공항으로 가기 한 시간 전에 <오마이뉴스>에 글을 하나 써놓고 떠났다. 그리고 나름 연재를 약속하고 갔기 때문에 돌아와서도 틈틈이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며 원고 쓰는 거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었기에 주말에 아침 일찍 일어나 한 편이라도 쓰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 인생에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다.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청탁 받고 쓴 '결혼도 안한 내가 아들이 둘'이라는 기사가 나간 뒤 많은 사람들에게 쪽지 및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후원을 하면 되냐는 문의부터 시작해 후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변했다, 다시 후원을 시작했다는 감사의 말까지. 그리고 이 원고는 'TV동화'라는 공중파 방송에 애니메니션으로도 제작이 된다. 그때 내 마음은 또 뛰기 시작했다.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절감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막바지는 <오마이뉴스>라는 매체를 통해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면, 나는 2010년에는 한뼘만 더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좀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재미있고도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는. 이 자리를 빌어 <오마이뉴스>에게 감사한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곳이니까. <오마이뉴스> 알랍 쪽쪽!

[활력성장] 더 사랑하고 더 행동하는 힘

나는 사랑의 힘을 믿는다. 멋진 언어 구사력, 척척 모든 일을 해내는 업무능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뛰어난 업무능력보다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우선되어야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화술보다 그 사람을 대하는 진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당장은 결과가 더뎌 보일지라도, 나는 좀더 쉽고 빠르고 잘 보이는 방법보다는, 세상이 외면한 사랑으로 2010년을 시작해보고 싶다. 회사를 사랑하고, 나와 내 사람들을 사랑하고, 나랑 상관없던 사람마저 사랑하는 일. 그건 세상을 더욱 활기 있게 만들어줄 것만 같다. 그 정답을 2009년 막바지에 깨달았듯이, 2010년은 한뼘 더, 깨달은 그것을 행동해보기. 한번, 사랑해보기.

한뼘, 내 손바닥 한뼘 길이를 재어보니 22cm. 내가 22cm 자라는 것이 얼마만큼 자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순간, 새해 첫날부터 나는 무려 10cm는 자라 있는 것 같다.

내 인생, 배스킨라빈스! 나의 서른하나는 상큼하고 시원하며 달콤하고 부드러운, 정말 아이스크림 맛 인생이길 기대해본다.

글. 니콜키드박


태그:#니콜키드박, #서른하나, #베스킨라빈스, #화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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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도 순식간에 뒤집어 즐겁게 살 줄 아는 인생의 위트는 혹시 있으면 괜찮은 장식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는 힘의 본질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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