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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부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촉구하는 예술, 이공계열 대학생대표자 대정부 농성선포식에서 대학생 대표자들이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를 요구하며 삭발을 한뒤 눈물을 닦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부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촉구하는 예술, 이공계열 대학생대표자 대정부 농성선포식에서 대학생 대표자들이 등록금 차등책정 철폐를 요구하며 삭발을 한뒤 눈물을 닦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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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초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의 특별기구인 교육대책위원회는 본교 학생 650여 명을 대상으로 등록금 문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등록금 관련 설문조사를 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이 조사에는 보통의 등록금 설문조사에서는 볼 수 없는 문항들이 있었다. 바로 '최종학기(8학기) 등록금 납부규정'에 관한 의견을 묻는 것. 현행 최종학기 등록금 납부방식이 타당한지, 혹은 바뀌어야 하는지를 묻는 문항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들이 매우 압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쪽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최종학기 등록금 납부 규정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라고 묻는 문항에 81.3%의 학생이 "예"라고 대답했으며, "아니오"라고 대답한 학생은 3.3%에 불과했다. 바뀌어야 한다고 대답한 학생이 바뀌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한 학생보다 25배 가까이 많았다. 설문조사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수치다.

도대체 최종학기 등록금 납부와 관련해 어떤 쟁점이 있기에 학생 대다수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일까.

현행 대학 등록금 납부방식에 관한 고찰

교육과학기술부령 제16호 '대학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납부방식은 학기 등록, 학점 등록, 월별 등록 총 세 가지가 있다. 학기 등록은 해당 학기에 몇 학점을 수강신청했는지와 관계없이 정액 등록금을 납부하는 방식이고, 학점 등록은 이수하는 학점 수에 비례하게 등록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월별 등록은 등록금을 수개월 간격을 두고 분할납부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현재 상당수 대학들이 2회 또는 3회 분할납부 또는 신용카드 6개월 할부 결제의 방식으로 등록금을 낸다.

그런데 월별등록은 등록금 액수에 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방식을 채택한 학교라도 기본적으로는 학기등록 또는 학점등록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학기/학점등록 방식에 의해 납부 총액이 산정되고 그 납부액을 월별등록 방식을 통해서 분할납부하게 되는 식이다.

둘 중 어떤 제도를 선택할 것인가는 산업대와 사이버대를 제외하고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돼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대학 대다수는 학기 등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관계법령상 산업대와 사이버대는 학점등록제를 하도록 돼 있으나, 근래에는 일부 산업대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승인을 받아 학기등록제로 전환했다. 학기등록제를 하는 3개 산업대 중 한 곳인 남서울대학교의 기획처 오창환 팀장은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기등록제로 학칙을 변경한 후 교과부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종학기의 학기등록,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이런 학기등록 방식이 일반학기(1~7학기)뿐만 아니라 최종학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경우, 학생들이 과다한 등록금 부담을 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재 상당수 학생들이 최종학기에는 매우 적은 수의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등록금은 고액의 학기등록금 그대로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종학기에 전공 한 과목을 수강하는 한양대 공대생의 경우 그 한 과목의 수업료로 447만8000원(공대 학기등록금, 2009년 가을학기 기준)을 납부해야 한다.

학생들이 최종학기에 수강하는 과목 수가 적은 이유는 수업을 성실히 들어왔을 경우 그 때쯤이면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거의 채워지기 때문이다. 졸업 여건이 성립된 상황이므로 학과 수업은 적게 듣고 취업준비나 인턴과 같은 다른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부분 학교들도 학사제도의 운영에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있다. 각 학교들은 학칙으로 한 학기에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학점 범위를 정해놓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보통학기의 경우는 10여 학점 이상을 수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최종학기에는 3학점만 수강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의무 수강신청 학점 하한선을 최종학기에는 대폭 낮춰 놓은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이를 등록금 납부방식의 문제에는 연동시키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두 과목의 수업료로 수백만 원을 납부하는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학교는 기본적으로 최종학기 학점등록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등록금 납입액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종학기 학점등록을 허용할 경우, 학점등록금 액수를 전체적으로 높게 가져간다 하더라도 한두 과목 듣는 학생은 학기등록금보다 훨씬 적은 등록금을 내게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등록금 납입액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학기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과목을 적게 수강하려 할 것이고, 이는 등록금 납입 총액의 하락폭을 더 크게 만들게 된다.

최종학기 납부방식 수정론에 대한 반론

 등록금을 못내서 대학을 중퇴하고 취업도 되지 않아 고민하던 한 대학중퇴생이 지난 9일 한강에서 숨진채 발견된 가운데,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와 고려대 학생회는 13일 오전 고인이 다녔던 고려대 학생회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등록금 인하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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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대다수는 이런 최종학기 납부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2009년 한양대 총학생회의 한 고위간부는 지난 8월말~9월초 두 차례의 학생회 회의에서 "최종학기에 학점을 적게 듣는 것은 취업 때문에 본분인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이고 따라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 학점등록제로 바꾼다면 학교에서 공부하지 말라고 권장하는 꼴이 된다"고 얘기했다.

대학 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학점당 단가와 간접비용을 책정하는 일이 어려워서 시행하기 어렵다"라며 "학점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산업대에서도 계속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한양대 교육대책위원 안승순씨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마지막 학기에 취업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탓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대교협의 입장과 관련해서는, 현재 학점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는 9개 산업대에 확인한 결과 교과부나 대교협에 그런 얘기를 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해결책에 대한 전망

자율적인 조정이 어렵다면 소송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희망하는 학생들이 소송인단이 돼, 다니는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우리나라 각 대학들의 학칙과 등록금 납부방식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한 대학이 최종학기 학점등록을 허용하라고 판결을 받으면 다른 학교도 줄줄이 이를 허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학생 소송인단의 승소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 이영기 변호사의 얘기다.

최근 두 차례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정기모임에서 이 문제를 다뤘던 이 변호사는 3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행 등록 방식이) 상식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법리적인 면에서는 쉽지 않다"라며 "등록금의 산출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산출 기준에 대해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어서 소송에서 '재학기간 동안 납부하는 총 등록금액을 8등분한 것'이 한 학기 등록금이라고 간주된다면 해당 학기에 적은 학점을 수강한다고 해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소송인단을 모아서 소송을 내더라도 불투명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설사 승소하게 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학교는 학점등록을 피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대폭 낮춰놓은 최종학기의 이수학점 하한선을 보통의 학기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도 있다. 아니면 손실분을 보충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폭을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높게 가져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이 지는 부담을 덜고자 했던 소송의 본래 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학생과 학교의 이익이 한 배를 탈 수 없는 상황에서 칼자루를 학교가 쥐고 있는 셈이다. 구조적으로 학생이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30일 교과부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최종학기) 학점등록을 원할 것이고 교과부도 거기에 공감한다. 그러나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다"라고 얘기하며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중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만큼 학교의 자율적 양보라는 비현실적인 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종학기 등록방식만 달라져도 등록금 부담액 국가 순위가 바뀐다

OECD가 지난 9월 발표한 '2009년 OECD 교육지표'(2007년 통계자료 기준)에 의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등록금이 두 번째로 비싼 나라다.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각각 4717달러와 8519달러로 둘 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만약 최종학기 학점등록제가 채택될 경우, 이것만으로도 한국의 순위는 더 낮게 조정될 수 있다. 최종학기 등록금 납입액이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각각 약 4520달러와 약 8164달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는 순위변화는 없지만 3위와의 격차가 617달러에서 335달러로 줄어드는 한편 국공립대는 원래 3위였던 영국의 4694달러보다 낮아져 한 단계 내려간다. 납입액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는 사립대도 원래 3위인 호주의 7902달러보다 낮은 7321달러가 돼 3위로 내려간다.

현재 학업연장자 등록(8학기 이외의 초과등록)을 하는 학생의 경우, 관계법령에 의해 4학점부터 6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수업료의 3분의 1 해당액"을, 7학점부터 9학점까지는 "해당 학기 수업료의 2분의 1 해당액"을 내고 있다. 때문에 최종학기 학점등록제가 시행되고 납부액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3분의 2 수준으로의 하락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등록금을 인하해달라는 요구도 아닌, 수강한 만큼 내게 해달라는 요구를 학교는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일까. 학교의 욕심과 정부의 무대책 속에서 학생들은 교문을 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무거운 등록금 빚을 떠안고 있다.


태그:#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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