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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마이뉴스 기사 중 <제발 학생들 머리 좀 내버려두면 안될까>를 잘 읽고 오랜 고난끝에 민주화와 인권이 정착했다고 자부하는 나라에 시대 착오적인 관습들은 참 끈질기게 오래간다 생각했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더불어 떠오른 것 중 그처럼 학생들을 괴롭히는 현재진행형의 오래된 악습이 또 있는데 바로 어린아이부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까지 두루 괴롭히는 '포경수술'이 그것입니다. 위 기사의 속편으로 '제발 남학생들 고추 좀 가만 두면 안될까' 정도가 될까요.

어제 도로에 쌓인 눈으로 거북이 주행을 하는 차 안에서 무료하게 라디오를 듣던 중 청취자들의 짧은 사연을 소개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떤 어머니의 글이었는데 내일 포경수술을 할 예정인 중학생 남자 아이가 너무 무섭다며 걱정을 하다가 어젯밤엔 글쎄 엄마품에서 자겠다고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연을 소개하는 디제이(남자)는 사연을 소개하면서 "다 어른이 되기 위한 것이니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잘 이겨내세요"라고 하더군요.

수술이라 함은 병든 조직을 잘라내는 것입니다. 좋게 해석하여 성적인 성숙과 사회적으로 성인이 된다는 의미 부여로 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런 구실로 아이들을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 수술이 정당화되어 멀쩡하고 민감한 성기에 주사기를 꼽고 수술용 칼을 대야 하는건지... 그것도 대부분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부모님들의 권유나 강권에 의해서 치러진다는 사실도 안타깝고요. 마흔에 가까운 나이의 기성세대이기도 한 DJ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답하는 모양이 우리나라에 만연한 '수술 불감증' '타인 고통 불감증'을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수술은 병든 조직을 잘라내는 것

너무 성행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성형수술은 본인이 필요하거나 원해서 하기라도 하지 포경수술의 대부분은 성인이 되기 전에 혹은 어린아이적에 부모님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하게 됩니다. 성기의 피부조직을 잘라내고 꿰매는 수술이 무슨 과외도 아니고 남들 다하니 나도 하는 현상이 해괴한 유행처럼 대를 이어 관습처럼 전해오고 있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제 군복무 시절에는 미처 포경수술을 하지 못한 동료들이 부대안에서 포경수술을 많이 했습니다. 남자의 제일 민감하고 중요한 부위를 칼로 째야 하니 주사기로 부분 마취를 하지만 그 심적인 공포감과 수술 후 시퍼렇게 부은 성기를 부여잡고 겪는 고통을 보고는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곤 했지요. 그런 동료들의 고통을 보고 저는 부대안에 유행처럼 퍼지던 포경수술을 포기했었습니다.

그 후 여행과 출장으로 외국에 몇 번을 갔다가 외국인들과 같이 샤워를 하게 되었는데, 저 같은 동양인들은 물론 서양인들도 대부분 포경수술을 안했더군요(포경수술을 한 성기는 그 수술자국으로 금방 티가 나거든요). 남자라면 다들 하는 수술인 줄 알았던 저는 처음엔 조금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더랬습니다. 그래서 여행 중 조금 친해진 외국인 친구나 출장업무로 잘 알게된 외국인과 조금은 특별한 대화를 나누었지요. 저의 일방적인 궁금증이었지만.

그들은 포경수술 자체를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더구가 성인이 되서 하는 것도 아닌 어린나이에 부모님이나 주위의 사회적 분위기에 이끌려 유행처럼 하는 것치고 너무 잔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들 나라에서 포경수술을 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로 종교적인 이유로 하거나 포르노 배우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위생적인 문제로 감염이나 질병 등이 걱정된다면 아침, 저녁으로 잘 씻으면 되지 그것 가지고 미리부터 수술까지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죠.

남들 다하니 내 아이도 해야하는 수술

포경수술은 원래 남자가 성인이 되어 발기했을 때 선천적으로 귀두가 성기의 포피(겉 피부) 밖으로 나오지 않을때 의사와 상담하고 하는 수술이어야 하는데 그런 증상의 사람은 극소수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선행학습을 좋아해서 그런지 아예 어릴 적에 싹을 잘라 버리니, 수영장에 가서 샤워를 하다가 그 작은 고추에 수술자국이 있는 많은 아이들을 보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가엾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너도 나도 유행처럼 포경수술을 하니 또래의 친구들 사이에서 포경수술을 안하면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되고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며 스스로 수술을 받겠다고 부모님을 조르는 학생들도 있다고 하니 세계 최고의 포경수술률 국가에서 벌어지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남들과 다르면 차별을 받는 우리의 문화가 포경수술에까지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기성세대들이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포경수술의 원조는 종교적인 의식으로 행했던 할례라고 합니다. 바로 유대교, 이슬람교 신자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어릴적 포경수술을 하던 게 할례입니다. 종교적인 이유라는 것은 성적인 성숙과 사회적으로 성인이 된다는 의미 부여 외에도, 어릴적에 포경수술을 하여 성기의 일부 포피를 잘라 성인이 되어서 자위행위를 하기 힘들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성욕을 죄악시한 그 시대에나 가능했던 억압적인 종교적 전통이랄 수 있지요. 유태인이나 무슬림들은 종교적인 이유에서 라지만 우리의 경우는 잘못된 상식이 낳은 무지의 결과로 이로 인해 많은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아직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얼마 전 TV의 어떤 프로그램에서 보니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에서 어린 여자 아이들을 할례하는 전통을 소개하며 잔인하고 야만적이라고 놀라더군요.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남자 아이들에게 공포와 고통을 주는 할례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뭔가 좀 잘못된 것 아닐까요. 안 그래도 학원에서 학교에서 공부와 시험에 시달리는 불쌍한 아이들을 포경수술로 육체적 고통까지 더하지는 말자구요.


태그:#포경수술 , #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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