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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어김없이 연말이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성탄 기념일도 어김없이 돌아와 바로 하루만을 남겨 놓은 전 날입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온 세상에 똑같은 축복으로 내려주실 함박눈 선물을 기대해 봅니다. 힘없고 나약한 서민들을 위해 나신 아기 예수의 따듯한 사랑이 그리운 날입니다.

오늘 처음 소개하는 루벤스(Peter Paul Rubens, 플랑드르, 1577-1640)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화가이며 현재 전해지는 그림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화가이며, 그의 오늘 작품들도 무척 아끼고 좋아하는 그림들입니다. 특히 예수 탄생과 관련한 여러 성화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어서 그의 첫 작품으로 소개합니다.

바로크 미술의 감각적인 예수 탄생 그림

그림과 관련한 성경 내용을 그 앞에 덧붙여 실었으므로 읽고 상상하면서 그림 감상에 참고하길 바랍니다. 이 세 그림은 클릭하여 더 크고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으며, 바탕화면에 띄워 감상하면 더 실감나면서도 색다른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역동성과 생명력, 심미적인 풍부함을 가장 잘 표현했던 플랑드르(Flemish) 화가, 루벤스의 대작 가운데에는 초상화와 풍경화, 역사화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제단화와 같은 종교그림이나 신화그림을 그린 화가로 더 유명합니다. 루벤스는 거대한 장식미술의 대가로서, 당시 유럽의 여러 귀족들과 미술품 수집가들에게 유명한 화실을 운영하였고, 외교관으로도 활동하였으며, 그의 비상한 활력과 다재다능함으로 인하여 창작 능력이 조화롭게 발휘되었습니다.

루벤스는 1577년, 독일의 웨스트팔리아(Westphalia) 지역 나소에 있는 지겐(Siegen, Nassau)에서 태어났습니다. 변호사이자 시의원이었던 아버지, 장 루벤스(Jan Rubens)는 칼뱅주의 교도(Calvinist)였으므로 당시 로마 가톨릭의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독일의 쾰른(Köln)으로 탈주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1587년, 11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 피펠린크스(Maria Pypelincks)와 그의 가족은 다시 앤트워프(Antwerp)로 돌아왔으며, 이곳에서 그의 생도 마감하게 됩니다.

Oil on canvas, 1628-30, Rubens House, Antwerp, Belgium
▲ 자화상(self portrait) Oil on canvas, 1628-30, Rubens House, Antwerp, Belgium
ⓒ Rub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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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정통 가톨릭 신앙자였기 때문에 루벤스는 어릴 적부터 전통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라틴어를 가르치는 가톨릭학교를 다녔습니다. 그가 배우는 인문학과 고전문학, 그리고 종교는 그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미술교육은 1591년인 15세 때부터 친척인 베르해흐트(Tobias Verhaecht)의 화실에서 실습생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루벤스 초기의 작품들은 대부분 소실되었거나 미확인된 상태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뒤, 그 도시에서 양식주의(mannerism) 화가로 유명했던 아담 반 누트(Adam van Noort, 앤트워프, 1561–1641)와 오토 반 빈(Otto van Veen)에게서 미술 지도를 받았고, 앤트워프를 주도하는 화가로 성장합니다. 22세가 되던 1598년, 덕망있는 인문주의 지도자로 '성 루크 화가조합(Guild of St. Luke)'에서 교사직을 맡습니다. 1600년에 루벤스는 르네상스 시대 예술의 요람인 이탈리아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베니스(Venice)에서 색채의 밝기와 티치아노(Titian, 이탈리아, 1477?-1576)와 틴토레토(Tintoretto, 이탈리아, 1518-1594), 베로니스(Veronese, 이탈리아, 1528-1588)와 같은 화가가 그린 르네상스(Renaissance) 명작을 감상하면서 인상적인 표현주의에 심취합니다. 또한 빈센조(Vincenzo) 백작과 곤자가(Gonzaga), 공작의 도움을 받아 만투아(Mantua)에 머물며 주로 왕실의 초상화같은 르네상스 그림을 모사(模寫)하는 작품활동을 하면서 공부하였고, 색채와 구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루벤스의 나이 24세 때인 1600년 10월, 곤자가의 자매인 마리 드 메디시스(Marie de Médicis) 여왕과 프랑스 헨리 4세(King Henry IV)의 삶을 그린 그림을 주문받아 창작 활동을 하였으며, 루브르 박물관(Le musée du Louvre)에서 전시되기도 합니다. 이탈리아를 두루 여행하며 사생첩(Sketch Book)에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고, 16세기 이탈리아 예술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부유한 관객(관찰자)들에게 제공할 르네상스 그림의 모사본을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Oil on panel, 1626-9, Musee du Louvre, Paris, France
▲ 동방 박사들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 Oil on panel, 1626-9, Musee du Louvre, Paris, France
ⓒ Rub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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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이탈리아, 1475-1564)와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이탈리아, 1483-1520),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탈리아, 1452-1519)의 작품이 그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와 더불어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매우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작품을 그리던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Caravaggio, 이탈리아, 1571–1610)의 '그리스도의 무덤'이라는 작품을 모작하기도 했으며, 그의 화풍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1604년부터 4년 동안, 이탈리아 만투아와 로마의 제노바(Genova)에서 지냈습니다. 이 당시에 새로 지어진 가장 세련되고 유명했던 발리셀라의 산타 마리아 교회(Santa Maria in Vallicella or, Chiesa Nuova)를 위한 2폭 제단화를 완성합니다. 1608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앤트워프에 정착하였으며, 여러 작가들의 책 표지나 삽화 등을 제작하면서 그의 이름이 유럽 전역에 알려지게 됩니다.

1609년 플랑드르 총독 알브레흐트(Albrecht) 대공의 임명을 받아 궁정화가로도 활동하였으며, 1629년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미술 석사 학위를 받는 등 꾸준히 정진하였습니다. 이렇게 이탈리아에 미친 루벤스의 영향은 굉장히 위대합니다. 루벤스는 다작을 하던 화가로도 유명한데, 현재까지도 140점 이상의 유작이 전해지고 있으며, 1630년 이후의 노년기를 풍경화를 많이 그리며 앤트워프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별을 따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러 온 동방의 박사들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시매,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말하되,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헤롯 왕과 온 예루살렘이 듣고 소동한지라. 왕이 모든 대제사장과 백성의 서기관들을 모아

     "그리스도가 어디서 나겠느뇨?"

   물으니, 가로되

     "유대 베들레헴이오니, 이는 선지자로 이렇게 기록된 바, 또 유대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대 고을 중에 가장 작지 아니하도다. 네게서 한 다스리는 자가 나와서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리라."

   하였음이니이다. 이에 헤롯이 가만히 박사들을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자세히 묻고, 베들레헴으로 보내며 이르되,

     "가서 아기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찾거든 내게 고하여 나도 가서 그에게 경배하게 하라."  

박사들이 왕의 말을 듣고 갈새, 동방에서 보던 그 별이 문득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 섰는지라. 저희가 별을 보고 가장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 모친 마리아의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 꿈에 헤롯에게로 돌아가지 말라 지시하심을 받아 다른 길로 고국에 돌아가니라.(마태복음, 2 : 1 - 12)

Oil on canvas, 1624, Koninklijk Museum voor Schone Kunsten, Antwerp, Belgium
▲ 동방 박사들의 경배(The adoration of the magi) Oil on canvas, 1624, Koninklijk Museum voor Schone Kunsten, Antwerp, Belgium
ⓒ Rub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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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동방 박사들의 경배'라는 제목의 세 작품은, 세밀함에 있어서는 그리 뛰어나지 않으나, 힘찬 역동성과 생명력이 돋보입니다. 빛의 깊고 무거운 느낌을 화폭 가득 담아낸 블로히(Carl Heinrich Bloch, 덴마크, 1834-90)나 빛과 색채를 조합하여 인간내면의 깊이와 웅장함을 표현한 렘브란트(Harmenszoon van Rijn Rembrandt, 네덜란드, 1606-1669), 밝은 빛으로 인간내면의 겸허함을 환기시킨 젠틀레스키(Orazio Gentleschi, 이탈리아, 1563-1639), 일상적이고 사실적인 빛을 통하여 거룩한 성탄을 강조했던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이탈리아, 1573 - 1610)의 그림과는 또다른 빛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늘 그림의 배경이 되는 위 성경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당시 이 저술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지은이 마태에 대한 보충 설명을 덧붙입니다. 이 책의 지은이 마태(Matthew)의 직업은 당시 세금을 걷으러 다니던 세리로 하층민이었으며, 예수의 부름을 받아 12제자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은 마태가 유대인으로서 유대인들에게 '유대인의 왕'이 오셨다는 사실을 확신시키기 위해 쓴 글입니다.

예수나심에 대한 예고와 기적같은 아기 예수의 탄생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 모친 마리아가 요셉과 정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그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저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 하여, 이 일을 생각할 때에 주의 사자가 현몽하여 가로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 말라. 저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이 모든 일의 된 것은 주께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 가라사대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

    요셉이 잠을 깨어 일어나서, 주의 사자의 분부대로 행하여 그 아내를 데려 왔으나, 아들을 낳기까지 동침치 아니하더니, 낳으매 이름을 '예수'라 하니라. (마태복음 1 : 18 - 25)

Oil on canvas, 1618-9, Musee des Beaux-Art, Lyon, France
▲ 동방 박사들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 Oil on canvas, 1618-9, Musee des Beaux-Art, Lyon, France
ⓒ Rub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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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마태가 성경의 위 두 내용에서 확인시켜 준 것과 같이, 그리스도의 기적적인 탄생과 예언된 탄생 장소 등에 대한 모든 것은, 예수가 수천년에 걸쳐 선지자들에 의해 전해진 '예언의 성취'로 이 땅에 오셨다고 말합니다. 이 책의 저작 시기는 일반적으로 주후(AD, 기원후) 65-70년 사이에 기록되었다고 추정합니다.

마태는 유대 민족인 독자들에게 예수가 메시아임을 입증하고 전하기 위해 보도 기사를 쓰고 있는데, 옛 언약(Old Covenant)과 새 언약(New Covenant)을 대비시켜 설명합니다. 당시 예수를 곁에서 직접 보고 관찰하였으며, 예수의 성정과 기적, 행하신 모든 일들을 함께 겪으며 오감을 통해 느꼈던 경험을 진솔하게 고백한 글입니다.

전 세계 인류의 화합과 사랑을 기원한 성탄 그림

루벤스는 습작을 위해 오일을 이용한 스케치를 자주 활용하였으며, 나무 패널로 화폭을 사용한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물론 오늘의 그림처럼 캔버스도 자주 사용하였는데, 먼 곳으로 이송되어야 하는 작품에 종종 사용하였고, 제단화 같은 경우에는 종종 석판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위 루벤스의 작품들을 보면  화면 전체가 대체로 어두운 편인데, 가톨릭 신앙의 부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수많은  거대 제단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감각적인 바로크 취향은 뒷 쪽으로 창을 들고 있는 병사들에서도 엿볼 수 있으며, 감정적으로 변하는 대단히 유연한 모습이나 동방의 박사들이 경배하고 예물을 드리는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양식입니다.

이 명작은, 살아있는 듯 활기차 보이는 비대칭 구성과 단계적인 훌륭한 채색력, 사선으로 조화롭게 쏟아지는 빛으로 인한 엄숙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특히 다양한 인물과 낙타의 표정까지 풍부하고 다양하게 묘사한 루벤스의 표현 능력 때문에 특히 더 인상적인 그림입니다. 예수를 낳은 산모 마리아의 자애로운 표정과 자태, 아기 예수의 활력 넘치는 건강한 동작이 가장 돋보입니다.

특히 15명 정도 되는 다양한 경배자들 가운데에는 흑인과 동양인도 함께 섞어 배치하여 화합과 평화를 강조한 점이 눈에 띄며, 관객들을 배려한 재미의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땅 모두 하나되길 바라는 사랑의 축복을 염원하고 기도했던 루벤스의 마음이 베어있는 따듯한 작품입니다. 위 3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기도하게 되는 포근한 성탄 전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루벤스의 그림들과 약력은 다음의 도움을 받았고 인용하였습니다. 브리태니커 사전과 "Wikipedia(http://en.wikipedia.org/wiki/Peter_Paul_Rubens)", "인명사전(http://www.biography.com/articles/Rubens-9466127)", "ARC(http://www.artrenewal.com)", "Web Gallery of Art(http://www.wga.hu/frames-e.html?/bio/g/grunewal/biograph.html)", "Olga's Gallery(http://www.abcgallery.com/R/rubens/rubens-3.html)", 그리고 "천년의 그림여행(Stefano Zuffi, 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과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의 내용들을 번역, 종합, 정리한 것입니다.



태그:#루벤스, #성탄, #예수, #바로크, #동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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