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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굴이 제법 탱글탱글하다.
 알굴이 제법 탱글탱글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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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굴이 제철이다. 바다를 품은 굴이 식당 테이블 그릇마다 한 가득씩 담겨있다. 맛 뵈기로 선보인 알굴이 제법 탱글탱글하다. 겨울 진미 굴구이의 맛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 자리하고 앉아 우리 함께 제철 만난 굴구이를 즐겨보자.

굴껍데기를 까자 배릿한 바다향이 솔솔 풍겨 나온다. 아직 씨알은 자잘하지만 맛은 제대로 스며있다. 자그마한 식도로 알굴을 쏙쏙 빼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자연 그대로의 바다 향을 즐기기엔 생굴이 좋다. 생굴이어야 간간하고 배릿한 바다의 풍미를 제대로 느껴볼 수가 있다.

나폴레옹 1세, 전쟁터에서도 세끼 식사로 즐겨

서양 사람들은 Eat oyster, love longer (굴을 먹으면 더 오래 사랑하리라)라는 속담을 믿었으며 굴을 정력제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그들은 굴을 사랑의 묘약으로 여긴 것이다.

옛날 잘나가던 사람들은 대체로 굴 먹는 걸 즐겼다.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 위테리아스는 굴을 한꺼번에 1천개씩 먹었을 정도로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871년 독일의 통일을 완성했던 비스마르크도 굴을 좋아했으며, 1800년 초 나폴레옹 1세는 전쟁터에서까지 세끼 식사로 굴을 먹었다고 하니 완전식품 굴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은 사족일 뿐이다.

인체 내에서 에너지로 바로 사용이 가능한 글리코겐은 물론 아연을 많이 함유한 굴은 남성 을 남성답게 하는 호르몬인 테스토르테론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굴이 남성들에게 특히 사랑을 받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바다 향을 즐기기엔 생굴이 좋다.
 자연 그대로의 바다 향을 즐기기엔 생굴이 좋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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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굴이 제철이다.
 사랑의 묘약 굴이 제철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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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성이 하루 필요한 아연의 양은 하루 10mg(밀리그램)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한 번에 80그램 정도의 굴을 먹는데 14.5mg의 아연이 들어 있다고 하니 깜짝 놀랄 일이다. 참고로 소고기 한 접시에는 3mg, 달걀 1개에는 0.72mg의 아연이 포함되어 있다.

최고의 영양식품으로 꼽는 굴에는 비타민 A, B1, B2 등의 비타민과 철분, 인, 칼슘 등의 미네랄이 풍부해 여성들의 미용식으로도 좋다. 굴의 타우린과 아연 성분은 성장기 어린이들의 발육과 학습능력 향상 효과도 크다고 한다.

굴구이 집의 찬은 무김치와 배추김치가 전부다. 굴죽에는 배추김치가, 굴구이에는 무김치가 더 잘 어울렸다. 

굴은 직접 까먹어야 나름대로의 묘미 있어

굴구이집 벽면에는 여수시장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의 흔적이 빼곡하다.
 굴구이집 벽면에는 여수시장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의 흔적이 빼곡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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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구이 맛을 즐기고 있는 박종회(70)씨 가족을 만나봤다. 올 처음 맛본 굴이 맛있다고 한다.

"처음 왔는데 정말 맛있어요."

여수의 굴구이는 대부분의 업소가 직화구이보다는 찜 형태의 굴구이를 한다. 이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굴이 가득 담긴 사각 철판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쯤 뚜껑을 열어젖히고 한 손에는 작은 식도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목장갑을 낀다. 맛있는 굴구이를 탈 없이 잘 먹으려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뜨거운 각굴을 대충 맨손으로 잡았다가는 훈김이나 열기에 손이 데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준비가 완료되면 먼저 입이 쩍 벌어진 굴부터 사냥을 한다. 덜 익은 굴이나 생굴은 껍데기를 까는데 힘이 좀 들기 때문. 하지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이것도 금방 익숙해진다. 또한 이렇게 직접 까먹는 굴이 나름대로의 묘미가 있다.

서민들의 얄팍한 주머니 사정 알아주는 만만한 굴구이

솥단지에서 굴죽을 쑤고 있다.
 솥단지에서 굴죽을 쑤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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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는 굴죽, 굴죽은 잊지 말고 꼭 먹어보길 권한다.
 백미는 굴죽, 굴죽은 잊지 말고 꼭 먹어보길 권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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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굴구이 가격이 예년에 비해 많이 올랐다. 그것도 5천 원 씩이나. 지금껏 서민들의 얄팍한 주머니 사정 알아주고 만만한 게 굴구이였는데, 사실 굴구이 한 판이면 서너 명이 어울려 술판을 벌이는데 지금껏 이만한 안주가 없었다. 거기에다 가격도 저렴하고 몸에도 좋다고 하니, 망설임 없이 즐겨 찾곤 했었던 메뉴가 아니었던가.

올해는 굴 한판에 2만원이다. 따지고 보면 아직도 착한 수준이다. 굴 한판이면 서너 명이 실컷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이집의 백미는 굴죽, 굴죽은 잊지 말고 꼭 먹어보길 권한다. 굴죽은 한 그릇에 1천원밖에 안한다.

"굴 값 올라 대한민국 사나이들 정력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저렴하게 공급할 수 없느냐고 했더니 주인장은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한다. 

굴은 영양 면에서 따져보면 생굴로 먹는 게 좋다. 하지만 생굴로 먹으려면 좀 부담스럽고 금방 물리기 십상이다. 구이를 하면 맛도 좋아지고 먹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굴구이가 좋은 이유이다. 기가 허약한 대한민국 사나이들 굴구이 먹고 건강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굴, #사랑의 묘약, #굴구이, #완전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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