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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하면서 두발 자유 문제가 다시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학생에게도 신체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학습에도 방해가 된다"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들려오는 청소년과 교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또 이 사안에 대해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 대안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경기도교육청이 시도교육청으로는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 초안이 지난 17일 발표되었다. 사진은 11월 20일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 과정을 도민들에게 보고하는 김상곤 교육감.
 경기도교육청이 시도교육청으로는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 초안이 지난 17일 발표되었다. 사진은 11월 20일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 과정을 도민들에게 보고하는 김상곤 교육감.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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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의 조례는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김 교육감이 좌파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문서처럼 보인다."

지난 19일 <동아일보> 사설의 한 대목이다.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초안'을 "좌파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문서처럼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누가 뽑았는지, 사설의 제목도 눈길을 확 끈다.

<'김상곤 조례' 만든 사람들, 학생 미래 책임질 건가>

사설의 준엄한 비판과 경고를 정리하면, 학생인권조례는 좌파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김상곤 조례'에 불과하다.

보수신문의 학생인권조례 '사냥'이 시작됐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그리고 <문화일보>는 지난 17일 이후 '좌파적', '반교육적' 등의 수사를 사용하며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고 있다. 이들의 공격과 비판은 학생인권조례가 완성되고 도의회에 상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에 이념 덧씌우는 보수의 공격

이런 흐름에 대해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보수신문들이) 충분히 비판과 문제점 지적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학생인권 문제를 이념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측근 인사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학생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을 하지 못했다"며 "학생인권조례에 좌파 딱지를 붙이는 건 건강한 토론을 방해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우려가 괜한 걱정은 아니다. 조·중·동과 <문화>의 최근 보도를 보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이 통과되자 고개를 숙이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이 통과되자 고개를 숙이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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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앙일보>는 지난 18일자 사설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주도하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전교조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다"며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이런 조례를 만드는 것은 전교조식 교육실험으로 학생들을 망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역시 '김상곤 경기교육청의 '학생인권 조례'는 反교육이다'라는 제목의 18일 사설을 통해 "김상곤 체제로 출범 7개월을 맞은 경기도교육청이 김 교육감의 남은 임기가 채 7개월도 못 되는 현 시점에 '학원(學園) 포퓰리즘'으로 서둘러 치닫고 있다"며 "청소년의 건강한 인성(人性),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훈육하는 것이 교육의 본령이라면 김 교육감의 '행복한 학교' 운운은 교육 황폐화의 둔사(遁辭)밖에 안 된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까지 동원하지는 않았다. 대신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2006년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던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며 조례제정자문위원회가 좌편향이라고 계속 지적하고 있다.

이렇듯 이들 신문은 학생인권조례를 이념대결 구도 안에 넣으려 노력하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무상급식 좌절에 이은 학생인권조례 무력화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신문들의 지적대로 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는 정말로 좌편향적이고 이들의 활동은 편파적이었을까. 우선 자문위 13명의 면면을 살펴보자.

곽노현 방송통신대학교 교수, 김규영 귀인초등학교 교장, 김영기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 김인교 동안고등학교 교장, 김철홍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과장, 김혜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 교수,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서미향 수원하이텍고등학교 교사, 안승문 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 오동석 아주대학교 교수, 이원일 이충고등학교 교감, 이재삼 경기도교육위원회 위원.

이 중 이재삼 위원은 전교조 교사 출신이다. 현직 교장과 교감, 교사는 모두 보수성향인 교총 소속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논란이 될까봐 현직 전교조 교사들은 자문위원회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어쨌든 교수, 교사, 교장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7월에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 협의회 10차례 개최 ▲ 1박 2일 연찬회에서 학생인권조례 사례와 쟁점 연구 ▲ 권역별 사전협의회(2009.10.28~11.3, 6개 권역, 학생 177명, 보호자 128명, 교사 141명, 학교관리자 69명, 총 515명 참여) ▲ 포스터와 UCC 등 학생작품 공모전 ▲ 성공회대 연구팀에 의뢰해 학생, 학부모, 교육자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도교육청 "'좌파 프레임' 공격 말고, 건강한 토론을 하자"

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는 앞으로 총 세 차례의 공청회와 경기도교육위원 및 경기도의회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곽노현 위원장은 "지난 6개월 동안 '조례 제정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좋은 사례로 남겨도 될 만큼 13명 자문위원들은 열심히 활동했다"며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들의 의견도 빠짐없이 청취했다"고 밝혔다. 편향된 한쪽의 의견만 반영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오동석 자문위원도 "학생인권조례는 헌법의 정신을 학교와 학생들에게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권 문제를 좌편향 등 이념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교육청은 "우리는 학생인권조례를 강행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는데, 벌써부터 '좌파 프레임'을 덮어씌우고 있다"며 "의견 청취를 통해 수정 보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념 공격을 접고 생산적인 사회적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보수신문이 지적했듯이, 학생인권조례가 경기도교육위원회와 경기도의회를 원활하게 통과하기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이념과는 거리가 먼 무상급식도 도의회에서 좌초했다. 이념 문제가 덧씌워진 학생인권조례의 앞날은 더욱 험난할 게 자명하다.

아이들 밥그릇이 엎어진 상황에서 학생인권은 '좌파 프레임'에 포획될 위기에 처했다. 보수 쪽은 그걸 노리고 있다. 학생들 머리 길이는 가위에 앞서 이념이 자르고 있는 셈이다.


태그:#학생인권조례,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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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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