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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김행수 김용국 김현자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0 2월22일상'과 '2009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4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말>
착하고 순한 사람을 가리켜서 흔히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법을 '모르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오히려 요즘같이 각박한 사회에서는 법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더욱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김용국(39) 시민기자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영역인 법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지난 2월에 시작한 연재기사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 바로 그것이다. 12월 현재 35편의 연재기사를 작성했고, 누적 조회수도 지난 9월에 100만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 기사들은 그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정리한 '시민에게 꼭 필요한 특급 법률정보'와 함께 묶여서 내년 1월 <당하기 전에 알아야할 생활법률 상식사전>(가제)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된다.

 

그는 현재 경기도 파주시에서 법원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다. 법원공무원 경력이 이미 11년째니 법은 그의 전문 영역인 셈이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오마이뉴스>에 법 관련 기사를 썼던 것은 아니다. 그가 오마이뉴스에 기자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지난 2005년, 당시에는 사는 이야기로 기사쓰기를 시작했다.

 

법원공무원 김용국, 그는 왜 펜을 잡았나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어요. 근데 처음 법원공무원 발령받고 몇 해 동안은 일을 배우느라, 노조활동 하느라 바빠서 글쓰기가 힘들었죠. 2005년에 정식으로 오마이뉴스에 가입해서 사는 이야기 기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사는 이야기도 좋은데 내가 좀더 전문적으로 쓸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거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남들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분야, 그래서 법 관련 기사를 쓰게 된 거죠."

 

처음에는 사는 이야기처럼 '가정법원에서 생긴 일' 같은 식의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다가 법조 비리가 터지면서 판사 인터뷰도 하게 되고,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글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에 있는 법 관련 기사나 글을 보니까 너무 어렵거나 아니면 제대로 안 쓴 글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반인들이 대상인 글인데도 왜 이렇게 썼을까, 그래 그럼 내가 한 번 써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법원이 내 직장이고 내 삶터니까 내가 좀더 잘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여기에는 내년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더 나이 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마흔이 되기 전에 한 번 시작해보자, 성과가 있든 없든 한 번 저질러 보자, 이런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평범하게 일만하다가 정년퇴직해서 살자', 이런 계획은 없습니다. 제 블로그가 '세상을 향한 발톱자국' 이거든요. 한 번 태어났으면 세상에 자신의 발톱자국을 남겨야죠. 그게 호랑이 발톱일 수도 있고, 고양이 발톱일 수도 있지만… 남들이랑 같이 묻혀가면 안 되니까요. '뭔가를 남기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자'라고 생각했죠."

 

"최소한 법을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원이나 재판에 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법정에 가서 이기든 지든 그 자체가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용국 기자도 예전에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재판을 기다리는 스트레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람을 무척 지치게 했다고. 때문에 재판으로 가기 전에 서로 합의를 보고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은 좋은데, 그걸 꼭 재판을 통해서만 얻어낼 필요는 없거든요. 법을 왜 알아야 되냐면 내가 소송 당하지 않기 위해서예요. 그러려면 나한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알아야 해결할 수가 있잖아요.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가 그겁니다. 최소한 법을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지요."

 

연재기사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은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쉽게 읽힌다. 다루는 아이템도 다양하다. 법률용어의 설명부터 이혼문제, 음란죄, 나홀로소송, 사이버 명예훼손, 저작권 등등. 김용국 기자는 기사 아이템을 고를 때도 신중하다. 그동안 재판을 하면서 소송당사자들이 실수했거나 간과했던 부분을 많이 다루고, 신문이나 책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정한다. 주변에서 '이런 문제를 써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기사 분량도 많다. 한 편의 글자수가 보통 4000~5000자 가량이다. 더 길게 쓰고 싶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니까 그 정도로 줄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8000자 가량을 쓰는데 퇴고하는 과정에서 계속 줄이고, 일부는 박스처리하기도 한다.

 

"처음에 연재 시작했을 때는 글 쓰기가 너무 힘들 더라고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런데 제 연재기사 배너가 오마이뉴스 메인화면 왼쪽에 걸린 거예요. 그걸 보니까 또 부담되고요. 괜한 짓을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 메인화면에 안 걸렸으면 그냥 대충하다가 끝낼 수도 있는데, 이제 그러지 못하게 된 거죠. 몇 편까지 쓰게 될지 모르지만 꾸준히 쓰려고요."

 

"농민은 농사 기사 쓰고, 저는 법률 기사 쓰고"

 

전문적인 영역인 만큼 글을 쓰기 위한 사전 준비도 만만치 않다. 일주일에 한 편 정도 쓰는데, 우선 아이템을 선정하고 그 이후에 어떤 방향으로 쓸지 구상하는데 하루가 걸린다. 이어 여러 자료와 수백 건의 판례를 검토하는데 2~3일이 소요된다. 글을 쓰기 전에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니까 거기에도 하루가 걸린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친 후에 비로소 글을 쓴다. 보통 집에서 밤에 글을 쓰는데 밤 9시경에 쓰기 시작해서 새벽 2~3시까지 쓴다. 기사 한 편 쓰는데 무척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런 글쓰기를 10개월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가족과 주변 동료들도 반응을 보인다.

 

"동료들 중에서는 지지하면서 도움이나 조언을 해주는 사람도 있고요, 그냥 묵묵히 읽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너 그런 거 써도 되겠냐?'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죠. 가족들은… 밤새서 글쓰고 하면 아무래도 집에서는 싫어하죠. 애들하고 놀아주지도 못하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연재 시작한 다음에는 집에서의 생활이 글쓰기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거든요. 지금 아내는 절반은 지지하고 절반은 포기한 상태죠.(웃음)"

 

이런 노력이 담긴 글 때문에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김용국 기자에게 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 새뉴스게릴라상, 이달의 뉴스게릴라상을 받았고, '2007 2월22일상'도 받았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네요. 저보다 공부 많이하고, 책 더 많이 읽고, 글 더 잘쓰는 사람들 많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가 가진 전문성을 살렸고 또 독특한 영역이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상 전부 받았으니까 이제 상 받기 위해서 글 쓸 일은 없겠네요.(웃음)

 

그리고 주제 넘는 얘기 같지만, 저는 제가 시민기자로서 어떤 모델이 됐으면 좋겠어요. 무슨 얘기냐 하면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에 관한 기사를 써서 상을 받아야 되고, 소방서에 근무하는 사람은 그쪽 관련 기사를 써서 상을 받아야죠. 시민기자이지만 자신이 일하는 영역이 있으니까,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일반 기자보다 더 잘 알 테니까요. 그렇게 시민기자들의 전문성을 살려 나가야죠. 그게 오마이뉴스의 장점이자 발전방향이라고 봅니다."

 

 

"제 기사에 적극적인 반응 부탁해요"

 

김용국 기자도 글쓰기에 있어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많이 쓰기가 아니라 제대로 쓰기다. 그는 원고를 한 번 쓴 다음에 퇴고를 보통 10~20번 정도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선 보여주기도 하면서. 둘째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자는 것. 이렇게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을 즐겨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일단 책이 나오면 꼭 사주시길 바라고요.(웃음) 좀더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쪽지든 댓글이든, 글이 어려운지 쉬운지, 혹시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이런 내용이요. 그런 적극적인 반응들이 제가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지만 대부분 잘 모르는 법. 남을 고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고 당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나의 권리를 찾으려면 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무척 중요할 것이다. 김용국 기자의 글들을 읽으면서 법과 좀더 가까워져 보는 것은 어떨까. 연재기사의 제목처럼, 법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태그:#올해의 뉴스게릴라,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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