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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곡성 가정마을 전경.
 전남 곡성 가정마을 전경.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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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따라가는 17번 국도변에 위치한 가정마을. 섬진강기차마을을 출발한 증기기관열차가 되돌아서는 가정역에서 섬진강을 가로질러 놓인 두가현수교를 건너면 만나는 마을이다. 실개천을 경계로 구례읍 논곡리와 군계(郡界)를 이루고 있는데, 행정구역상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1구에 속한다.

마을 앞으로 나무들이 무성해 숲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앞으로 펼쳐지는 섬진강을 바라보면 마치 명산대천을 혼자 만끽할 수 있는 정자에 앉은 것 같다고 해서 '가정(柯亭)'이라 이름 붙여진 곳으로, 강을 닮은 순박한 사람들이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고 있다.

마을 뒤편에선 산이 감싸고, 앞으로는 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풍광이 아름답고 자연생태계도 잘 보존돼 있다. 마을주민이라고 해봐야 모두 36가구 66명(남 27·여 39명)이 전부. 벼농사는 자급할 수 있을 만큼만 짓고 감, 밤, 매실 등 과수농사와 고사리 등 산나물 채취로 소득을 내며 오순도순 살고 있다.

이 마을을 농림부에서는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환경부에선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각각 지정해 놓았다. 여기에다 최근 별칭이 하나 더 붙었다. 이른바 '범죄 없는 마을'이다. 그것도 5년 연속이다. 자고 일어나면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줄을 잇는 요즘 가정마을이 일궈낸 5년 연속 범죄 없는 마을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가정마을에서는 떡메치기, 손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
 가정마을에서는 떡메치기, 손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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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마을 입구. 섬진강변 두가현수교를 건너면 만난다.
 가정마을 입구. 섬진강변 두가현수교를 건너면 만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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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윤리와 도덕성이 무너져 각종 흉악범죄가 판을 치는 세대에 단 한 건의 범죄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것도 한두 해도 아니고 5년 연속 그랬다면 '범죄 청정지대'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범죄 없는 마을'은 주민수 50명 이상이 사는 마을에서 1년 동안 검찰과 경찰에 기소나 입건된 사건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 경미한 범죄도 포함된다.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은 물론 마을에 주민등록을 두고 직장이나 학업을 위해 외지에 나가 살고 있는 사람까지도 대상이 된다. 마을에서는 물론 마을 밖에서도 사건·사고에 연루돼선 안 되는 것이다.

광주지방검찰청에 의해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되면 전남도에서 1500만원의 상사업비를 지원한다. 해당 지자체에선 포상금 500만원을 별도로 수여한다. 도내에서는 올해 가정마을 등 곡성 30곳, 화순 3곳, 구례 2곳, 장성 1곳 등 모두 36개 마을이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됐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실개천을 경계로 오른쪽이 곡성 가정마을이다. 왼편은 구례에 속한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실개천을 경계로 오른쪽이 곡성 가정마을이다. 왼편은 구례에 속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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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한기를 보낸 가정마을 주민들은 요즘 의료기관 찾는 게 일상이다. 가정집 마당에 걸린 메주와 고추를 말리는 아낙의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농한기를 보낸 가정마을 주민들은 요즘 의료기관 찾는 게 일상이다. 가정집 마당에 걸린 메주와 고추를 말리는 아낙의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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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5년 연속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된 가정마을에는 지난 5년 동안 1억 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주민들은 이 포상금으로 마을 곳곳에 CC-TV를 설치했다. 마을에 체험여행을 오는 도시인들의 안전을 배려해서다. 지난해까지는 마을 앞 실개천에 난간을 설치·보수하고 정자도 새로 단장했다. 마을의 간판도 큼지막하게 세웠다.

현찰로 받은 상금은 마을주민들의 야유회를 겸한 선진 체험마을 견학 비용으로 썼다. 친환경농법 등 마을주민들의 교육비용에도 보탰다.

마을의 겉모습만 달라진 게 아니다.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되면서 마을사람들의 단결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범죄 없는 '청정지역'의 명성을 마을의 전통으로 이어가자는 공감대가 주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형성됐다. 이는 곧 서로에 대한 격려로 이어졌다. 객지에 나가 사는 자식과 친지들에게서 전화도 자주 오면서 소통도 활발해졌다.

 가정마을 농촌체험을 이끌고 있는 김봉우 마을이장과 김춘옥 체험마을 사무장이 체험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정마을 농촌체험을 이끌고 있는 김봉우 마을이장과 김춘옥 체험마을 사무장이 체험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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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과 어우러진 가정마을은 전형적인 산골이다. 마을주민 세명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다.
 돌담과 어우러진 가정마을은 전형적인 산골이다. 마을주민 세명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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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마을이 5년 연속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된 것은 섬진강을 마주하며 더불어 사는 따뜻한 마음을 키우고, 서로 이해하며 정직한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심성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마을 안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면허를 취득할 정도로 투철한 준법정신도 한몫 하고 있다.

무농약 배농사를 지으며 2년째 마을 일을 맡고 있는 김봉우(57) 이장은 "주민 모두가 한 식구처럼 살면서 서로 이해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간혹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터놓고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말했다.

마을의 최고령자인 오봉엽(90) 할머니는 "어느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들만 살아서 그런 것 같다"며 "앞으로도 모든 주민들이 서로 도우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도수(75) 노인회장은 "효녀 심청을 닮아서인지 옛날부터 우리 마을은 효자가 많았다"면서 "지금도 술이나 화투, 노름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다"고 자랑했다.

이쯤 되자 주민들 사이에서 공동의 목표 하나가 형성됐다. 범죄 없는 마을의 전통을 10년, 20년 이어가자는 게 그것이다. 김 이장은 "마을 입구에 설치돼 있는 '범죄 없는 마을' 현판과 마을회관에 보관중인 깃발이 몇 년 사이 우리마을 최고의 보물이 됐다"면서 "앞으로 10년, 20년 계속해서 범죄 없는 마을을 유지해 마을의 전통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 모두 노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17번 국도와 가정마을을 연결해 주는 섬진강 두가현수교. 강변 풍경에서도 산골마을의 멋이 묻어난다.
 17번 국도와 가정마을을 연결해 주는 섬진강 두가현수교. 강변 풍경에서도 산골마을의 멋이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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