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이명박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방침을 발표하면서 "목적 자체가 전투는 절대 아니고 민간재건 활동(PRT)을 도와주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8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이 의결되었다. 파병규모는 총 500여명, 파병기간은 내년 7월부터 2년 6개월간이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2009년 12월 8일 국무회의 지난 8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이 의결되었다. 파병규모는 총 500여명, 파병기간은 내년 7월부터 2년 6개월간이다.

▲ 2009년 12월 8일 국무회의 지난 8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동의안이 의결되었다. 파병규모는 총 500여명, 파병기간은 내년 7월부터 2년 6개월간이다. ⓒ 청와대

11일자 <서울신문> '모닝브리핑'은 아래와 같이 보도하고 있다.

 

국방부는 탈레반의 테러 시도에 대비해 아프가니스탄 파병 부대 1진 320명에 우리 군의 최정예 대(對) 테러팀 10여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 테러팀은 요인 경호와 대 테러 작전을 맡아온 특전사 특수임무부대 소속으로 고공침투와 저격, 인질구출 작전 수행 능력 등을 갖췄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 테러팀은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는 임무만 수행할 뿐 다른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투요원을 파병하겠다는 것이다. 전투요원, 그것도 최정예 전투요원을 파병하면서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특전사 320여명에 대 테러팀 10여명, 장갑차와 소형무인항공기, 해외파병 최초로 헬기까지 동원되는 파병이 전투가 아닌 그 무엇을 위해 간단 말인가.

 

그러나 실은 전투를 하느냐 아니냐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04년 김선일씨 피살사건과 2007년 탈레반의 폭탄테러로 희생한 고 윤장호 하사 사건, 또 분당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인질사건 등이 터졌었다. 이를 계기로 동의·다산부대가 철수하였는데, '재파병은 없다'던 정부가 다시 파병을 결정했다. 정부는 파병 이유를 '한미동맹'과 '세계평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탈레반은 9일(현지시각)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들에 전자우편으로 보낸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다시는 아프간에 병력을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만일 약속을 깨고 아프간에 병력을 보낸다면 나쁜 결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니 그냥 평화롭게 지내다 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평화'나 '애국'의 뒤안길에서

 

 우리가 아프간 파병이라는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이때 정부나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영화 한편이 극장가에 관심을 끌고 있다. <엘라의 계곡>이 바로 그 영화다.

우리가 아프간 파병이라는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이때 정부나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영화 한편이 극장가에 관심을 끌고 있다. <엘라의 계곡>이 바로 그 영화다. ⓒ 사무엘 미디어, 블랙페어 브릿지 필름

혹 평화롭게 지내다 온다 할지라도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영화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아프간 파병이라는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이때 정부나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영화 한편이 극장가에 관심을 끌고 있다. <엘라의 계곡>이 바로 그 영화다.

 

전역군인(헌병 수사관 출신)으로서의 긍지를 지닌 아버지 행크 디어필드(토미 리 존스 분)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아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는다. 군당국은 돌아온 행크의 아들이 탈영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아버지가 군부대를 찾으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단순한 마약 관련 사건으로 아들의 실종을 처리하려는 군수사당국을 의심한 행크는 지역 관할 형사인 에밀리 샌더스(샤를리즈 테론 분)와 함께 직접 아들을 찾아 나선다. 결국 어렵사리 미스터리를 찾아내지만 아들은 토막 나고 그을린 시체인 채다.

 

행크의 아내 조안 디어필드(수잔 서랜던 분)의 눈물이 전쟁 후유증이 무언지 마음자리에 깊은 자국을 남긴다. 우리는 지금 아프간에 파병을 하느니 하지 말아야 하느니 논쟁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라는 물건'은 그리 한가하질 않다. 영화는 이라크전의 끔찍함을 알리는 반전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용감한 미군을 홍보하는 영화도 아니다.

 

전쟁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문제보다 더 깊은 문제의식에 대한 도전과 자극을 준다. 전쟁에 참여했고 그 이후 무사히 돌아왔다. 그럼 됐지 않은가. 혹자는 그리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폴 해기스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쓰고 있다. 전쟁영웅의 승리담쯤을 기대한 아버지에게 돌아온 것은 아들의 싸늘한 주검이다. 그것도 전장에서 그러기를 고대했던 아버지의 바람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인 채로.

 

그래도 국기는 게양돼야 한다?

 

 형사 에밀리 샌더스의 아들이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 묻는다. "근데 왜 다윗에게 거인과 싸우게 했죠? 아직 어린아인데...."

형사 에밀리 샌더스의 아들이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 묻는다. "근데 왜 다윗에게 거인과 싸우게 했죠? 아직 어린아인데...." ⓒ 사무엘 미디어, 블랙페어 브릿지 필름

애국심을 자극하여 '세계평화'라는 거창한 구호를 들이밀지만, 결국 군인을 만들어 전쟁터로 보낸 미국이란 나라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려하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나라 중의 나라'가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떨까. 그렇게도 정부당국이 '세계평화'와 '한미관계'를 내세워 당위성을 들이밀지만, 전쟁 그리고 전쟁 후의 암울함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엘라의 계곡>은 2003년 이라크전에서 돌아온 직후 살해된 병사와 전직 군인 출신인 그 아버지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애국심, 군인정신, 평화를 위한 전쟁의 정당성, 나라를 위해 군인으로 싸운 이들의 자부심 등등 이런 것들이 정말 맞는 가치관일까. 폴 해기스는 짚고 넘어가자고 한다.

 

폴 해기스는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하여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크래쉬>에서 보였던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영화로 잔잔히 흐르는 아버지의 사명감을 따라가다 반전시키는 기술이 뛰어난다. 결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토미 리 존스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담지 못했을 묵직함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성조기를 게양하는 시퀀스에서 시작하여 행크가 바로잡아 준 성조기가 다시 게양되는 신이 엔딩으로 처리되는 것을 볼 때 해기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래도 성조기는 게양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전쟁을 마치고 돌아왔는데도 아직 전쟁 중이다.

 

전쟁터에서 포로의 상처를 찌르며 "여기가 아파? 여기가 아파?"라며 낄낄대는 군인들은 도대체 누구의 아들인가. 자긍심 하나로 사는 퇴역군인이 그토록 자랑할 만한 아들인가. 사람을 죽이고는 "개를 죽인 거예요"라고 말하는 이들은 정말 평화를 위하여 싸우는 군인들이 맞는가. "아빠 여기서 빼내줘요" 아들이 전화로 들려준 절규는 그저 농담일 뿐일까.

 

'엘라의 계곡'은 성경에 나오는 골짜기다.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곳이 바로 이 골짜기다. 이 사건을 위해 행크와 함께 발 벗고 뛴 형사 에밀리 샌더스의 아들이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 묻는다.

 

"근데 왜 다윗에게 거인과 싸우게 했죠? 아직 어린아인데...."

 

전쟁! 이 알 수 없는 미지수를 푸는 답은 순진한 아이가 던진 질문 속에 들었지 않나 싶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어린아이 다윗을 '거인에게도 승리할 수 있다'며 꼬여 엘라의 계곡으로 보내고 있는지. '세계평화를 위하여!'라는 구호가 얼마나 쑥스러운 구호인지. 전쟁에 참여함으로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무식한 말인지.... 알아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엘라의 계곡> 감독 폴 해기스/ 주연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제작 사무엘 미디어, 블랙페어 브릿지 필름/ 상영시간 120분/ 개봉 2009. 12. 10.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세종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2.11 11:4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엘라의 계곡> 감독 폴 해기스/ 주연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제작 사무엘 미디어, 블랙페어 브릿지 필름/ 상영시간 120분/ 개봉 2009. 12. 10.
*이기사는 뉴스앤조이, 세종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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