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자란 인천에 여지껏 살면서 인천을 그린 영화를 접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아니 영화 속에서 인천의 모습을 놓치고 가는 편이 더 많을 것이다. '인천 촌놈'이라 서울 놈들에게 놀림받던 내겐 특히 영화-극장은 취미나 오락거리가 아니기에 찾아보지 못하고 지나친 것이 많았을 듯싶다.

그런 내게 아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재)인천문화재단 창립 5주년 기념 인천영화 상영회'가 열린다는 것을, 우연히 도서관 휴게실에서 보고는 신청해 빠짐없이 인천을 그린 그리고 인천 출신 감독 영화들을 챙겨봤다. 당연히 무료 관람.

인천영상위원회, 인천 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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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 인천을 캐스팅하다' 상영회는 2006년 출범 이후 인천의 영상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인천영상위원회가 그간의 결실을 시민들과 나누는 자리로, 그간 인천에서 촬영하는 작품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인천영상위원회가 펼쳐왔다 한다.

관련해 인천영상위원회 정재우 사무국장은 매회 영화 상영에 앞서 "재정 여건이 어려운 다큐멘터리나 저예산 영화에 힘을 보태 다양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그 영화들을 인천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꿈들을 작지만 진정성 있는 영화를 함께 나누는 자리로 만들었다"며 "꿈을 키워나가는 출발점에 이 자리의 인천시민들과 관객들이 함께 하고 있다"며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그렇게 인사말과 상영될 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 뒤 극장 안의 불이 꺼지고 본격적으로 인천영화가 상영되었다. 상영회 첫날에는 인천영상위원회 제작지원작인 음악다큐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상영되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펑크레이블 '문화기사단'의 중심인물이었던 리규영에게 덜컥(?) 아이가 생기면서 음악활동을 접고 인천으로 내려와 살다가, 풍물축제로 유명한 부평의 모텔촌 한복판 허름한 술집에서 새로운 난장과 신나는 꿈을 꾸며 '루비살롱'이란 록밴드 아지트를 만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주와 지구를 뒤흔드는 로큰롤 세계로 고고싱

그리고 홍대 클럽처럼 누구 하나 알아 주지 않는 부평모텔촌의 '루비살롱'에 남다른 포스를 지닌 거물들이 찾아온다. 우주에서 수신된 외계의 로큰롤을 지구에 전파해 지구인들의 영혼에 자유와 열정이라는 불을 지르겠다며 환상적인 라이브로 관객들을 곧잘 탈진시켜 버리는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와 4년 여간의 밴드활동 끝에 어렵사리 정규 1집 앨범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를 내고 요란하게 이름을 날리다 돌연 해체한 '찌질이 대마왕' 타바코 쥬스(Tobacco Juice).

이들이 결합하면서 루비살롱은 홍대는 물론 여러 록페스티벌과 방송, 음반까지 대한민국 로큰롤을 접수해 버린다는 아주 흥미진진하고 열정적인 이야기를 영화는 담고 있다. 특히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감독은 타바코쥬스의 드러머로, 생긴 것과 달리 드럼은 잘 못쳐 멤버들에게 구박 아닌 구박을 받으면서도 '로큰롤의 힘이 무엇인지' '록밴드의 삶과 생명이 무엇인지' 루비살롱 식구들과 수많은 밴드들을 밀착해 관객들에게 여과없이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거침과 낯설음이 거북스럽기는 커녕 록에 미쳐 음악을 평생의 길로 삼아 달려가는 인디레이블 루비살롱과 진짜 괴짜인 타바코쥬스를 보면서 자신도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동화되고 동경하고 만다. 술에 취해 자기 공연순서를 놓치고, 보컬 권씨(형)가 밴드 그만두겠다고 뛰쳐나갔다가 다시 슬그머니 돌아와 동생 앞에서 각서까지 쓰고 또 술 퍼먹고, 비좁은 골방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히든트랙 '눈물의 왈츠'를 연주하면서 영화 <원스>의 한곡도 멋드러지게 연주-노래하는 장면 등 곳곳에 얽매임 구속없이 진정한 자유를 희구하는 뮤지션들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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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듯이 날뛰는 찌질이 밴드의 매력 가공할 만해

또한 별다른 홍보 없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우주로 발산해 사람들의 가슴과 몸을 움직이는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승승장구하며, '대중들에게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록밴드에게 관객과 대중은 또 어떤 존재인지?'도 뜨겁게 타오르는 박력있고 통쾌한 로큰롤의 선율과 울림에 절로 몸이 먼저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로큰롤과 음악의 힘'이라고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목청껏 외친다.

그렇게 미친듯이 날뛴 영화는 홍대에서 기적적인 타바코쥬스의 정규1집 앨범을 기념하는 공연과 루비살롱 식구들의 합동공연으로 차분하게(?) 끝이 난다. 그리고 난 영화가 끝난 뒤 타바코쥬스의 첫 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을 어느새 듣고 있다. 그리고 노래한다.

"이제는 담배를 끊어요. 술은 입에도 대지 말아요"

어쨌거나 참 재밌게 본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한 소년의 록밴드 입문-성장기를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BECK>과 다르면서도 '밴드-음악의 힘'으로 이어진, 본격적인 막장 로큰롤 다큐멘러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록의 불모지'라는 인천에 가공할 만한 우주적 로큰롤의 꽃을 피운다.

덕분에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쥬스란 밴드도 알게 되었고, 옛 기억마저 떠오르게 했다. 음악적 재능도 감수성도 없던 촌놈이 록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같은 반에 특히 2학년 때부터는 내 옆자리에 앉은 키가 180cm가 넘는(루저는 아니다. 난 168 루저) 짝꿍이 일렉기타도 연주하고 미니카세트로 록앨범을 즐겨 들었다.

그 친구와 어울려 다니면서 당시 인기있던 너바나도 알게 되었고, 학교 근처인 동인천역의 컴컴하고 귀따가운 음악카페도 지하상가의 레코드 가게도 종종 가볼 수 있었다. 하지만 듣기만 할 뿐 직접 기타를 연주하거나 몰입하진 않았다. 대신 동생이 우주적인 로큰롤의 영향을 받았고,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튕기더니 대학에 가서는 밴드를 모아 활동하기도 했다. 그때도 난 지켜보기만 했다.

그땐 로큰롤과 음악의 힘이 무엇인지 진정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와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와 동생이 부럽다. 아참,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내일(10일, 세계인권선언일이자 내 생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 2009'에 장편경쟁부문으로 총 3번 상영될 것이라 한다.

미친듯이 놀아보고 싶다면 찾아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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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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