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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12월 1일 급식 봉사입니다. 마스크 지참하시기 바랍니다."

친절하게도 학교에서 급식 봉사 날짜를 알리는 문자를 보내왔다. 정신없는 어머니들이 혹시나 잊었을까봐 일주일 전에 문자로 알려주는 학교 행정실의 센스. 급식 봉사 신청서를 받고서 엄마들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건 줄 알고 무지 걱정했던 입학 초기가 엊그제 같은데, 급식실에서 밥을 푼 지도 어느덧 4년이 다 되어 간다.

4년 동안 밥과 국은 물론 각양각색의 반찬들을 참 많이도 나눠주었다. 한 손에 국자를, 다른 한 손엔 토마토케첩을 들고 서서 케첩 대신 팥죽을 소스로 얹어준 적도 있고, 식혜 국물에 김치를 빠뜨리기도 하고 닭고기로 국물을 낸 미역국을 푸면서 냄새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하는 등 급식봉사에 관련된 추억도 그만큼 많이 쌓였다.    

매일매일 새로운 밥과 반찬이 단돈 2300원

ⓒ 정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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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학교는 직영 급식을 한다. 학교 안에 조리실이 있고, 영양사 선생님이 한 달 치 식단을 짜서 아이들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식단을 살펴보면 매일 밥에 섞인 잡곡도 다르고 반찬도 모두 다르다. 하루는 보리밥, 이튿날은 조밥, 이런 식이다. 식재료는 쌀부터 각종 채소, 고기까지 모두 국내산을 쓴다고 하는데도 한 끼에 2300원이다.

물론 김치는 어느 식품회사에서 공급 받고 구이 김 같은 부식은 모두 회사에서 만든 것을 사다 쓴다. 식단은 밥과 국 그리고 김치를 기본으로, 거기에 단백질 공급을 위한 고기류와 채소 반찬 한 둘 그리고 후식으로 과일이나 요구르트 등이 곁들여진다. 수요일엔 카레, 자장, 스파게티, 비빔밥과 같이 일품요리가 배정되는데 그래서인지 그런 날은 아이들도 비교적 좋아하고 봉사하기도 편한 편이다. 

학교에는 급식모니터링이라는 학부모 단체가 있다. 이 단체의 학부모들은 학교 급식과 관련하여 식재료 검수 및 조리실 환경과 급식의 맛 등을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 급식모니터링 회원이 되어 식재료를 검수한 적이 있다.

이른 아침에 학교에 가서 그날 들어오는 식재료가 목록과 비교해서 맞는지, 틀리거나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검수를 한다 해도 식재료 상자를 뜯어서 원산지나 유통기한 같은 것까지 꼼꼼히 따질 분위기는 아니었다. 영양사 선생님이 알아서 잘 하실 거라는 믿음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쩐지 형식적인 검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채소반찬 거부하는 아이들

급식 단가는 운영위원회에서 회의를 거쳐 결정된다고 알고 있다. 결코 비싸다고 하기 어려운 가격이지만 아이들이 먹는 양을 따지면 급식의 질이 이보단 더 좋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식재료에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몇몇 반찬들을 제외하면 아이들이 먹는 양이 정말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주려는 어머니들과 덜 받으려는 아이들의 실랑이가 점심시간마다 되풀이 되는데, 밥을 잘 안 먹는 요즘 아이들의 식생활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판에 음식을 받기도 전에 아이들은 사정한다. '조금만 주세요', '건더기는 주지 마세요', '김치 하나만 주세요' 그래도 이렇게 조금이라도 받아가는 아이들은 양반이다.

잔머리를 굴리는 아이들은 '저 배 아파서 못 먹어요', '알레르기가 있어요'라며 핑계를 대기도 한다. 그래서 김치 한 조각, 오이무침, 취나물 같은 것도 달랑 하나만 받아가는 아이가 태반이다. 그날 식단을 보면 대충 어떤 반찬들이 인기가 없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채소반찬은 아이들의 환영을 받는 일이 거의 없고, 불고기나 돈가스 같은 고기반찬들은 대체로 인기가 있다. 그러다보니 급식이 끝날 때쯤이면 채소반찬만 수북이 남아 있다.

아이들이 이처럼 조금만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은 남김없이 먹게 하기 위해 급식실 문을 지키고 서 있는 영양사 선생님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이 1차로 식판 검사를 하시는데, 어찌어찌 담임선생님은 통과할지라도 매의 눈으로 지키는 영양사 선생님을 피하기란 좀처럼 힘든 일이다. 어떤 아이들은 영양사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실 때까지 수업이 시작되건 말건 끝까지 버티기도 한다.

간식으로 배 채우는 아이들, 이건 아니잖아

식판을 앞에 두고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밥 먹기보다 친구들이랑 장난을 치기에 여념이 없기도 하고, 젓가락으로 반찬들을 이리저리 끼적거리기고 있기도 한다. 골고루 먹고, 먹을 만큼만 받아서 다 먹는 습관은 음식물 낭비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꼭 길러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식판을 검사하기와 함께 아이들이 조금 더 맛있게, 강제적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다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하는 고민도 급식 담당자들이 해줬으면 좋겠다. 급식을 끝내고 먹어보면 어떤 때는 아이들이 너무 많이 준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맵다든지, 짜거나 비리다든지 하는 맛의 문제도 하나지만 어른들 입맛에나 맞을 반찬으로만 식단이 구성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주는 대로 먹으라고 야단치고 그래서 먹는 척이라도 하는 순진한 저학년들은 그나마 낫다. 어른들의 말을 귓등으로 듣기 시작하는 고학년들이 더 걱정이다. 저학년 급식이 끝나고 난 뒤, 1시나 돼서야 먹는 고학년들의 경우엔 국은 물론이고 밥도 약간 식어 더 맛없는 급식을 먹게 되는 게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고기반찬의 경우, 고학년 급식을 주다보면 모자랄 때도 있다.

그래서 급식을 잘 안 먹는 걸까? 했는데 웬 걸. 그럴 만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고학년의 상당수가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하교 시간 즈음에 학교 근처 마트에 가보면 먹을 거 사러 온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점심시간에 담을 넘어 마트로 가서 라면을 사먹는 중학생들도 본 적도 있다.   
 
그 많은 건의사항들은 다 어떻게 된 걸까

 2008년 학교급식비 학부모 부담액
 2008년 학교급식비 학부모 부담액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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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식당에서 영양사로 근무했던 어느 학부모의 말에 따르면 학교 급식은 인원수가 정해져 있어 비교적 쉬운 편이란다. 직원 식당의 경우, 예보에 없는 비가 오거나 하면 손님이 갑자기 늘어나 식재료를 구하러 동네 마트를 뛰어다녀야 한다는데 학교에선 그럴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해서 급식 데이터가 쌓이면 아이들의 기호와 그에 따른 소요량이 거의 일정하게 나올 텐데 많이 모자라거나 남는 음식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가만 보면 신경을 조금만 쓰면 좋아질 수 있는데 달라지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단다.

아이들 입맛에 맞게 각종 나물의 조리법을 달리 해본다든지, 매운 음식이 들어가는 경우엔 매운 맛을 중화할 수 있는 종류의 반찬을 곁들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배려하고, 조리 과정에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돈가스 같은 식재료를 태우는 일도 줄어들 거라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막상 학교에서 설문 조사를 하면 평소 어머니들끼리 얘기하던 많은 건의사항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건의를 아예 안 하는 건지, 해도 무시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매년 조금씩 급식비는 오르는데 급식은 그다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다.

학교 급식실 공사로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야했던 어느 학기를 돌이켜 보면 학교에서 따뜻한 점심밥을 준다는 게 너무도 고마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왕 급식을 하는 거, 아이들이 '오늘은 어떤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등교하게 만드는, 그런 음식을 제공할 수는 없는 걸까?

신나는 얼굴로 "더 주세요!" "맛있어요!"를 외치는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깟 급식 봉사쯤 매일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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