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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자연, 인간을 위한 도시를 위해.
▲ 도시, 변혁을 꿈꾸다 표지 소통, 자연, 인간을 위한 도시를 위해.
ⓒ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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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개발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재개발, 재건축은 도시를 너무나 이기적인 공간으로 바꾸어 놓고 있지는 않은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도시는 우리 모두가 사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 아니던가?

현재의 재개발, 재건축은 모두를 위한 도시를 만들고 가꾸어 나가기에 과연 적절한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생각꺼리를 던져주는 책이 나왔다.

정달식씨가 쓴 <도시, 변혁을 꿈꾸다>가 바로 그것이다. 정달식씨는 부산일보의 기자이기도 하다. 혹시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도시가 이기적인 공간으로 변질되는 것을 잊고 있지는 않았는가? 또한 이를 방관하지는 않았는지.

<도시, 변혁을 꿈꾸다>의 저자 정달식씨와 23일 저녁에 전화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특히 그동안 수많은 도시 재개발, 재건축 현장을 직접 몸으로 부딪혀 취재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가 경계와 차별의 공간으로 되어서는 안되며, 인간을 위한 재개발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옛집의 안마당과 바깥 마당을 오늘날에 회복하여 소통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도시는 모두가 함께 사는 곳이기 때문에.

"재개발이 가장 극단적으로 도시의 경계을 긋고 있습니다"

- 아파트가 경계를 많이 만든다고 생각하십니까?
"경계는 물리적인, 구조적인 경계 뿐만 아니라, 마음의 경계를 만듭니다. 가면 갈수록 담이 더 높아진다고 봅니다. 경계가 더 단단해지고, 더 구분을 짓는 것이지요.

건설사들이나 분양업체들이 흔히 말하는 헬스 시설 등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을 보면 진정으로 이웃과의 소통을 위한 열린 공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웃과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라면 도서관이나 미술관이 들어서야지요. 결국 이들 시설물은 자기 아파트 단지만의 사적 공간일 뿐입니다. 도시 공간은 서로 부딪히고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곳인데도 '내 아파트'라는 또 다른 장막에 의해 서로가 단절된 것이지요.

반면에 도쿄의 롯본기 힐스의 경우, 대표적인 일본의 재개발 지역인데 이곳은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경계도 없을 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와 무관한 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열려 있습니다.

또한 제가 취재를 갔던 홍콩의 70층 되는 초고층 아파트에도 중간층에 공공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아파트는 겉으로 보기에 담장을 허무는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라인별 엘리베이터가 생기는 등 오히려 마음 속 담장은 더 견고하게 쌓여가고 있습니다."

- 담장이 더 높아지고 있나요?
"앞으로 더 소통이 안되고 경계 긋기가 더 세분화될 것입니다. 도시에는 부자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도 살지요. 서로가 소통해야 하는데 가면 갈수록 더 단절되고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이 도시의 경계를 긋는 가장 나쁜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경계를 긋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개발이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으로 경계를 긋고 있습니다. 투기꾼의 장으로 전락한 재개발 지역에는 더 이상 원주민을 위한 재개발, 가난한 세입자를 위한 재개발 지역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 철거민이 어떤 일을 겪나요?
"지금 재개발 하는 곳이 전국적으로 최소 2000개 많게는 3000개 구역이 될 겁니다. 대한민국 전도시에 걸쳐 있지요.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도 대부분의 지역이 해당됩니다. 문제는 재개발이 과연 원주민을 위한 재개발이냐 하는 점입니다. 부산의 모 재개발지역의 경우 철거민 중 아무도 다시 들어와 살겠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것이 무슨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일입니까? 재개발 하는 동안에 그분들은 나가 살 임대주택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 재개발, 재건축에 검은 거래가 많이 있습니까?
"지금도 재개발 로비 사건 같은 것을 보면 은행, 시공사, 공무원이 많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빨리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로비를 하구요, 대출 조건이 안되어도 은행에 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 로비가 들어갑니다. 재개발은 돈이 전부거든요. 먹이사슬하고 똑같습니다. 서로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어디에도 로비가 안 들어간 곳이 없습니다. 변호사까지두요. 용산 사태도 마찬가지이구요. 공익이라는 이름 아래 하는 것이지만, 과연 공익인가라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언론이 더 깊게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합니다"

- 평소에 이 문제를 많이 생각하셨나요?
"제가 일하는 부산일보에서 건설,부동산 담당으로 재개발, 재건축을 담당했는데요, 그래서 남들보다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은 일부 '주먹 세계'와 관련되어 있어서 기자들도 늘 협박의 대상이 됩니다. 협박, 회유는 다반사이구요. 그래서 기자들도 취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협박을 많이 받았구요,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만 제 기사가 나가고 난 다음날 전화가 한 통이 왔는데, "니가 뭔데 자꾸 그런 기사를 쓰는데? 니가 등에 칼 맞을 각오가 돼 있나?"라며 협박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재개발 재건축 조합장들 수 명이 우루루 신문사에 쳐들어 와서 기사를 왜 그렇게 쓰느냐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시민들 100여명이 저를 지지하며 정확하게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정달식기자, 당신을 지지합니다. 당신 뒤에는 우리가 있다. 걱정 말고 기사 쓰시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기도 했지요.

저도 협박 전화를 받고 나서 솔직히 거의 한 달을 재개발 취재를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좀 지나고 나니까, "아, 안써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하루는 기사 써서 데스크에 보고한 뒤에 데스크가 농담삼아, "정기자, 니 등에 칼 맞을 각오 돼 있나?"라고 그러더라고요, "예, 부장님,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제가 기사 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언론도 책임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책에도 썼지만, 언론이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는 결코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문제가 되어버린 재개발 재건축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거나 외면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취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판결 사건만 보도해서는 절대 재개발 재건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개별 언론사가 안되면 여러 언론이 합심하여 이런 부분을 파헤쳐야 합니다. 언론인 한 사람은 위축될 수밖에 없거든요. 워낙 사회적인 비리가 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재개발에 문제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언론이 더 깊게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합니다."

"도시 정비법에 애매모호한 문구가 너무 많다"

- 사법부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또 하나의 문제는 사법부 자체에 재개발 전문가가 없다는 것입니다. 재개발 문제는 사법부가 판결에 있어 전문가가 많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알아야 하지요. 전문가가 많이 나와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어야 합니다."

- 도시 정비법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도시 정비법을 보면 현금 청산을 비롯하여, 전문가들이 볼 때에는 이루헤아릴 수 없이 문제가 많습니다. 법 조항의 문구가 너무나 헷갈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이거는 반드시 하라라고 행정적인 명시를 하는 부분에 애매모호한 문구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강제 의무조항으로 문구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건설업체는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건설업체는 경기도 안 좋은데, 재개발, 재건축 해야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는데, 저는 과연 상관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대안으로 마련한 것은 수많은 곳에 우후죽순으로 재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곳부터 순차적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최소한 시가 도시계획에 생각이 있다면 말입니다. 최근에 부산시가 그런 필요성이 있겠다라고  자각해서, 몇 달 전에 재개발, 재건축 예정구역도 구조조정하기 시작해서 그 부분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마당과 바깥 마당

- "비움은 소통이다"라고 책에 쓰셨는데 어떤 이야기인가요?
"우리가 보통 아파트를 지을 때 용적율을 높여 꽉꽉 채우려고 합니다. 이것은 건설사의 돈과 직결됩니다. 용적율을 더 넣으면 층이 높아지고 돈이 더 들어옵니다. 그래서 더 채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소통을 못하는 이유는 소통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 집에는 안 마당과 바깥 마당이 있었습니다. 안 마당은 집 안의 필요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바깥 마당은 우리 땅이지만 그 땅은 정자나무가 있고 온 동네 사람이 이 바깥 마당에서 모여 오손도손 이야기하고 놀고 했거든요. 바깥 마당은 한 개인의 소유이지만 오히려 한동네의 소유가 되다시피 열린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의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의 그런 공간이 우리의 아파트에서는 실종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소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도시 속 아파트에 차라리 도서관을 지어, 아파트 주민 뿐 아니라 주변 동네 사람들도 이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혹은 미술관도 좋구요. 일본에 미드타운이라고 있는데 50퍼센트 가까이가 녹지로 되어 있습니다. 반은 아파트이고 반은 녹지입니다. 그만큼 열린 공간으로 개방해서 소통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야 서로 대화도 하지요. 건축에 있어 가진자가 모든 사람들과 나누어야 합니다. 그래야 도시의 변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건축주가 과감하게 투자하여, 오히려 열린 공간을 마련하면, 아파트의 부가가치는 더 높아집니다. 짧은 소견에 바로 돈벌려고 용적율을 높이면 비움과 열린 공간이 없어지지요. 공공 공간 마련에 앞서가기를 바랍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재개발은 가능하다

- 재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재개발에 과연 인간이라는 게 있습니까? 저는 재개발, 재건축에 인간이 실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얼마든지 재개발, 재건축에 사람의 냄새를 담은, 인간의 얼굴을 한 재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개발과 해체,폭력의 얼굴을 한 재개발이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다는 것은 휴머니즘이고 자연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은 자연이고 휴머니즘이고 이것을 빠뜨리고 도시를 이야기하고 소통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 도시에 자연을 담을 수 있을까요?
"옛 집의 처마도 곡선이고 자연도 곡선입니다. 가우디의 건축은 자연을 담아 곡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파트는 전부다 직선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파트라는 건축에 자연을 담아야 합니다. 새로운 도시의 형태를 나름대로 추구할 것이 있고, 미래지향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개발을 어떻게 자연과 조화롭게 살고 인간적인 냄새가 흐르면서 가져갈 것인가를 가지고 시민, 행정가, 건축가 모두 나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아파트는 자연과 공존하는, 자연이 있는 아파트입니다. 자연과 소통이 절대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 재개발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역사성과 문화적인 부분을 남겨두고 보존해야 하는데, 우리는 깡그리 없애버리고만 있습니다. 무조건 해체하고 없애는 것이지요. 재개발이 그런 의미는 아니거든요. 정말 재개발이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하자는 것입니다. 만약에 내고향이 재개발되어 깡그리 없어지고 다른것으로 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습니까?"


도시, 변혁을 꿈꾸다

정달식 지음, 산지니(2009)


태그:#소통, #안 마당, #바깥 마당, #재개발,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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