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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문제 때문에…"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해명이다. 교과부는 "(이번 제도는) 등록금 부담 완화와 재정 부담 축소에 대한 균형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애초의 목표가 꺾인 탓에, 이번 제도가 '생색내기', '친서민 정책 포장'이라는 비판이 크다. 그렇다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록금의 사회적 통제를 의미하는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등록금이 낮으면 낮을수록, 학생들의 연체가 줄어들고, 재정부담도 그만큼 완화된다"는 것이다. 23일 오후 연세대 상경대학에서 열린 '취업 후 상환제 무엇이 문제인가?'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쏟아졌다. 하지만 교과부는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았다.

 

교과부, '등록금 부담 완화'보다는 '재정 부담 축소' 택해

 

지난 19일 교과부가 내놓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재정 부담 우려 탓에 1592만원 이상 소득자에 대한 강제 상환, 20%의 고상환율, 연 5.5~6.0%의 고이율, 저소득층 무상장학금 삭감 등이 포함됐다. 오히려 이전 제도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과부 관계자는 취업 후 상환제에 대한 비판에 '재정 부담 탓'이라는 진부한 해명을 내놓았다.

 

최수태 교과부 교육선진화정책국장은 "이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학생들에게 좀 더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국가의 재정 형편상 지금의 안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생들이 돈을 안 갚을 경우, 국가재정이 '펑크'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2020년에는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를 이용하는 학생이 8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고, 이 경우 (등록금 상환제 재원 마련을 위한) 채권 발행액만 60조~70조원에 이른다"며 "국가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과부는 예산 관련 부처에 교육 예산이 더 늘어나면 학부모와 학생 부담이 그 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며 "하지만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교육에만 신경 쓰기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지 않도록 유도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예산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OECD에 따르면, 2004년 OECD 가입 국가의 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은 평균 1.3% 수준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 인사는 저소득층 장학금 삭감 등 이번 제도를 두둔하고 나섰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공짜로 대학에 다니는 것보다 미래에 능력이 있을 때 갚는다는 정신을 가진다면, 대학생활을 충실하게 할 수 있다"며 "또한 대학생들에게 부족한, 주체적으로 생활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은 어디가고, '짝퉁' 등록금 후불제만 남았나?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짝퉁' 등록금 후불제(취업 뒤 상환제)에 묻혀 사라졌다며 등록금 인하 및 인상 제한을 통한 실질적인 등록금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해서, 내세운 적이 없다거나 날짜를 못 박은 것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며 "등록금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는 취업 후 상환제가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취업 후 상환제를 빌미로 대학들이 등록금을 크게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에서도 등록금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연체율이 높아지고, 재정적자가 늘어난다"며 "등록금의 사회적 통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7년 우리나라 국공립대와 사립의 연평균 등록금은 각각 4717달러와 8519달러로, 모두 미국(5666달러, 2만517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그는 "취업 뒤 상환제를 실시하는 영국이나 호주 등 많은 국가들은 등록금 상한제를 같이 시행하고 있다"며 "가계 전체 소득의 일정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등록금을 책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팀장은 "2010년 본예산 대비 삭감된 예산 분야는 과학기술과 교육밖에 없다"며 "나라의 자원은 사람뿐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교육 예산을 깎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태그:#취업 후 상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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