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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5조원 규모의 4대강 예산 심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22일 영산강과 금강에서 4대강 사업 착공식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카드를 빼들었다. '민주당 내부 분열' 카드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구 예산을 볼모로 한 '야당 국회의원 협박카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후 광주 영산강 사업 현장에서 열린 착공식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 행복을 위한 미래사업이 정치논리로 좌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야당과 시민단체, 학계의 4대강 반대를 정치논리라면서 일축한 것.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마치면서 사족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님들께서는 (착공식에 참석할) 마음은 있되 몸이 올 수 없는 형편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이 자료 제출 부실을 이유로 2010년도 4대강 사업 예산 심의를 미루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 특히 자신의 지역구에서 4대강 사업이 시행되는 의원들은 지역 경기 활성화 등의 이유로 내심 4대강 사업을 바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착공식에서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이 이번 사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민주당 중앙당과는 크게 다른 입장을 보인 것도 이 대통령의 논리를 뒷받침했다. 

 

'민주당 내부 분열' 카드 꺼낸 MB

 

이 대통령의 발언에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도 가세했다. 조 대변인은 이날 영산강에서 착공식이 벌어지던 시각,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조 대변인은 다섯 장의 지도를 갖고 나왔는데,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지역 중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에 해당하는 지역을 표시했다. 조 대변인에 따르면 지역구 내에서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의원들은 민주당 20명, 자유선진당 3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2명이었다. 특히 '전남의 젖줄' 영산강에는 민주당 의원 6명이 집중 분포됐다.

 

조 대변인은 "각 지자체의 단체장들은 4대강 정비사업을 애타게 찾고 있지만 민주당 중앙당에서는 4대강 사업이 곧 대운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예산안 심사에 응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 지도에 나온 민주당과 기타 야당 소속 의원 여러분들은 본인들의 지역구 사업에 대해선 대체 어떤 입장이신지 분명히 밝히셔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자신의 지역구가 해당하는 강의 정비사업 예산이 불필요한 예산, 적절하지 않은 예산이기 때문에 그 예산을 다 삭감해야 마땅한 것인지, 그 예산 때문에 본인의 지역구의 사업에 들어가는 다른 예산을 심사하지 않는 것이 옳은지 그 입장을 분명히 밝혀주시는 것이 마땅하다"고 재차 촉구했다.

 

조 대변인의 문제제기는 4대강 사업 예산이 자신의 지역구에 투입되는 것은 좋아할 의원들이 왜 4대강 사업에 적극적으로 찬성 목소리를 내지 못하느냐는 것. '4대강 사업 시행 지역구 의원들은 민주당 당론에 반기를 들라'는 촉구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운을 떼고 한나라당에서 구체적으로 시비를 걸고 나선 '민주당 흔들기'가 시작된 형국이다. 

 

시민단체-야당 "MB 정치 입지 강화 위한 4대강"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온 시민단체와 야당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및 생명의 강 보전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정치논리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사무처장은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학자와 시민단체들은 객관적 자료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정부야말로 환경영향평가를 졸속으로 하고 법적 절차인 예비타당성 검토도 안 하고 있다"며 "정해진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정치논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 사무처장은 "강의 생태계, 각종 동식물들의 생명, 인간의 식수 문제가 달려 있는 이 중대한 문제를 필요한 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정치논리이자 이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이자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이용섭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이야말로 정치논리로 4대강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고 적극 반박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4대강 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영산강의 예를 들면, 수질개선, 생태환경 보존, 물 확보가 과제인데, 보를 만들고 준설을 깊이 하는 것은 수질을 악화시키고 환경재앙을 부르며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지 누가 정치논리로 반대하고 있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이 마음은 있되 몸이 올 수 없는 형편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착공식에 가고 싶은 의원이 있었다면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가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광주·전남 지역 의원들의 정서와는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유은혜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이 '4대강 사업 지역구에 해당되는 민주당 의원들은 입장을 밝히라'고 한 것에 대해 "국가 미래를 위해 사업의 타당성을 진지하게 논의해야할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지역구 예산을 볼모로 해당 국회의원들을 협박하는 것은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자유선진당 "법치도 못지키면서 정치논리 운운"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법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이 정치논리를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며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법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4대강 사업은 아직 예산심의도 국회에서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 조사나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거치지 않아 시작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4대강 수질 예측결과도 절반 이상의 왜곡과 조작이 드러났고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선 헌재 공정거래위가 조사 중인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열거한 셈이다.

 

박 대변인은 또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도 없이 마구잡이로 기공식을 열고 첫 삽을 떴다"며 "그러고도 어찌 법치와 양심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태그:#4대강, #이명박, #정치논리, #내부분열, #복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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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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