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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될 수 있지만, 잔혹한 생체실험을 했던 731부대를 '항일독립군'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던 정운찬 총리에 이어 고위 공직자의 천박한 역사인식을 드러낸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유 장관은 지난 17일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중국 젊은이들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상해와 한국의 관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대동아전쟁시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나와있었고 많은 독립운동을 하던 한국분들이 열심히 노력했던 곳이다"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동아전쟁'은 일본의 침략전쟁(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정부가 사용했던 용어다. 주로 일본의 우익들이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기 위해 이 용어를 쓴다.

그런데 유 장관이 과거 독립운동의 근거지인 상하이에서, 침략전쟁의 또다른 피해자인 중국인들 앞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유 장관과 동행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간부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유 장관이 '상하이는 임시정부가 있어서 뜻깊은 곳'이라는 얘기는 한 적이 있지만 '대동아전쟁'이란 용어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며 "여러 가지 질문과 답변이 있어서 단어 하나하나를 다 기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동아전쟁 당시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있었다"

유 장관은 지난 17일 오후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중국 젊은이들을 만났다. 중국 젊은이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린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에 관심이 많은 중국 젊은이 200여명이 참석했다.

유 장관은 "상하이는 한국과 뗄 수 없는 도시"라며 "대동아전쟁 당시 임시정부가 있었고, 독립운동을 하던 한국분들이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을 감싸주고 보살펴준 상하이 사람과 중국 사람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한국어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유 장관이 분명히 '대동아전쟁'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전했다. 실제 한 교민신문도 유 장관의 이날 문제의 발언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대동아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용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총사령부(GHQ)조차도 침략전쟁을 정당화한다는 이유를 들어 '대동아전쟁'이란 용어의 사용을 금지했다. 아시아 등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를 의식해 일본 교과서에서도 '태평양전쟁'이나 '제2차세계대전' 등과 같은 중립적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침략전쟁의 피해국가인 한국의 장관이 또다른 피해국가인 중국의 젊은이들 앞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유 장관이 천박한 역사의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면 정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고위인사가 대동아전쟁이란 말을 쓴 것은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라며 "특히 그런 발언을 한 곳이 상하이였고, 피해국가인 중국의 젊은이들 앞이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 장관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중국 윈난성의 쿤밍시로 이동해 제1회 한중 관광장관회의(18일)와 '2009 중국국제관광교역전'(19일)에 참석했다.

지난해 아소 다로 총리도 "대동아전쟁" 발언해 물의

일본 우익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침략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고 표현한다. 우익성향인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도 지난해 "대동아전쟁"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9월 30일 오후 총리실에서 한 기자가 "전날 '내 앞에 58명의 총리가 계셨다'고 했는데 이들 중에는 일청, 일러 전쟁을 한 총리나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도 포함돼 있느냐?"고 아소 다로 총리에게 물었다.

이에 아소 다로 총리는 "일청, 일러 전쟁과 이른바 대동아전쟁, 제2차세계대전과는 약간 종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일본 안팎에서 "공개석상에서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용어를 쓴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이 "아소 총리는 어릴 때부터 외조부인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에게서 교육을 받았다"며 "당시 어른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대동아전쟁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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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