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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수) 한국여성노동자회는 한국여성노동자회 교육장에서 '신자유주의와 여성정책-한, 독 여성 비정규직 대책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독일 전 여성부 장관 베르그만 박사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현백 교수(성균관대 역사학과)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한국의 여성노동현황을 파악하고 독일의 경험을 나누고자 방한한 베르그만 박사(Dr. christine BERGMANN)의 기조발제로 시작되었다.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참석해서 놀랍다"는 말로 말문을 연 베르그만 박사는 구 동독 출신으로 슈뢰더 총리 정부 하에서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을 역임하고 현재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이사로 활동 중이다. 

베르그만 박사와 토론자들을 소개하는 정현백 교수
▲ 신자유주의와 여성정책-한, 독 여성 비정규직을 대책을 중심으로 베르그만 박사와 토론자들을 소개하는 정현백 교수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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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나 한국이나 아직 여성노동 문제에선 '낙원' 상태에 이르지 못해"

베르그만 박사는 남녀 모두 일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이상적인 상태를 '낙원'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비정규직, 독일의 '불안정한 직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여성이다. 독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에 고통 받는 이들은 여성이었다. 구 동독의 경우 통일 전 여성취업율이 90%에 달해 실질적인 가계 주소득원 역할을 했다. 남성생계부양 중심이던 서독과 통일 후 전체 남성 취업률은 큰 변동이 없지만 여성은 많은 차이를 보였다. 남녀의 일자리분배가 아니라 여성 내에서 일자리 분배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직업에는 파견근무, (비자발적) 시간제근무, 미니잡 등이 있는데  여성들이 특히 집중되어 있는 부분이 미니잡이다. 미니잡은 대부분 서비스 직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회보험적용도 받지 못하고 독일 평균임금 2/3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직종이다. 베르그만 박사는 "저임금 직종 생계유지를 위해 국가에서 보조를 할 문제가 아니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르그만 박사는 독일은 최저임금제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7유로 50센트로 책정될 경우 여성노동자 5명 중 1명꼴로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영국도 법정최저임금제 도입 후 1997~2006년 사이 전일제 노동자 중 남녀 임금 격차가 16.1~10.8%까지 감소했다고 전했다.

기조 발제중인 베르그만 박사
▲ 신자유주의와 여성정책-한, 독 여성 비정규직을 대책을 중심으로 기조 발제중인 베르그만 박사
ⓒ 헌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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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육 및 교육시설을 마련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구동독의 경우 남녀 취업률이 높았던 이유는 사회 분위기 영향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직장 내 탁아소를 운영, 아동 양육을 국가에서 지원했기 때문이다. 여성을 가계 부수입원으로 인식하고 여성 경제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사회적 인정이 부족했던 서독은 '까마귀 엄마'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일하는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려웠다.

통일 후 독일도 현재 1.4%의 낮은 출산율로 고심 중인데 그렇더라도 한국보다는 높다. 베르그만 박사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일자리가 안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독일여성들이 미니잡 등 저임금 단시간 노동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턱없이 부족한 보육시설 등 아이 양육에 필요한 제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독일도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후 여성이 재취업하려면 낮은 일자리로 가야 하는데, 그러한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전반적인 시스템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낙원'으로 향하는 제언

베르그만 박사는 구 동독, 통일 독일의 여성고용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눈 후 여성일자리 안정을 위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했다. ▲여성직업 인식제고 -전통적인 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적정한 임금선 책정 ▲비자발적 시간제 근무를 줄이는 것 ▲아동보육시설을 확충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직종에 대해 추가사회보장 마련.

베르그만 박사의 기조발제 후 토론자로 나선 은수미 박사(한국노동연구원)는 한국의 여성노동시장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30-34세 경력단절과 경력단절 후 노동시장 재진입시 나쁜 일자리로의 진입 ▲성별직종분리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의 증가 ▲50%대의 낮은 여성취업율 ▲임금 및 근로복지, 사회보험에서의 격차. 이러한 문제들은 지난 10년간 개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은수미 박사는 정부 여성정책의 기조변화, 사회안정망의 확충, 공보육 시스템의 강화, 여성계의 적극적인 노력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조이여울 기자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을 노동문제 뿐 아니라 주거, 교육의 문제에서 접근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과 성매매 문제를 별개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일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나 주거 확보가 어려운 가출십대들은 성산업으로 유입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과열된 사교육 열기로 인해 소득이 많거나 적거나 아이 사교육비로 허덕이는 현상에 대해 꼬집었다.

마지막 토론자인 홍미희 박사(인천발전연구원 여성정책센터 장)는 독일은 학력이 높을수록 경제활동참여율이 높아지지만 우리나라는 학력은 큰 영향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고학력 여성들이 결혼 후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고, 재진입을 원할 경우 그들이 진입할만할 사회서비스 직종 부족으로 재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베르그만 박사는 "양성평등의 문제는 단순히 사회정의 실현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이다"라고 말하며 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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