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랑까지 덤으로 담아 버무립니다.
▲ 김장담그기 사랑까지 덤으로 담아 버무립니다.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따뜻한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 나눔 2009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가 지난 14-15일 인천시 주안5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와 숭의동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천지부 앞에서 있었다. 그들은 옷깃을 파고드는 동장군의 심술에 맞서 제자리 뜀뛰기도 하고, 곱은 손을 후~후 불어가며 한 포기, 한 포기 정성을 담아 절인 배추에 양념을 입혀나갔다.

김장김치 한 포기에 사랑을 담는 주인공들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천지부' '작은자 야간학교' '도배봉사단' '땅처럼넉넉한학교 소똥구리' '동시행복 동행' '인천인연맺기학교 놀이터' '부천인연맺기학교 놀이터' '여성네트워크' '사회당 인천시당' '전국노동자회 인천위원회'가 연대한 '인천사람연대' 회원들이었다.

인천사람연대는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모두가 평화를 누리며 자연과 공존하는 곳이며, 사회적 권력이나 명예, 돈은 없지만 가진 것을 몸소 나누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사회 약자인 장애인, 노숙인, 저소득계층, 이주노동자, 폭력피해 여성 등과 인연을 맺고 지역사회에서 사람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단체로, 시민, 학생,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소외된 이들의 문제와 아픔을 나누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이다.

절인 배추를 조각내고 있는 회원들
▲ 김장담그기 절인 배추를 조각내고 있는 회원들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이틀에 걸쳐 진행된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는 첫날, 지난 8월 주말농장에 심은 배추 1500포기와 무를 거두어들여 다듬고, 채 썰어 소금에 절였고, 둘째 날은 소금에 절인 배추를 씻어내고 배추 속을 채워줄 양념을 버무려 본격적인 김장김치 담그기에 돌입했고, 배추를 씻어내는 팀, 배추 속을 버무리는 팀, 포장 팀으로 나뉘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정성을 담아 포장하고 있다.
▲ 김장담그기 정성을 담아 포장하고 있다.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열정만 앞선 초보들은 온몸으로 양념을 했는지 입고 있는 옷들이 양념으로 도배를 해 붉게 물들어 있고, 배추는 그대로다. "양념을 골고루 발라야지, 양념은 하나도 없고 국물로 색깔만 입혔네 그려……." 수십 년 경력 아주머니들이 눈치코치를 하며 놀려먹는다. 그들의 작은 실수는 추위를 녹이는 원동력이 되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는 단체도 오늘 만큼은 도움을 주는 손길로 훈훈한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이다. 우리보다 더 불편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고 도울 수 있어 기쁜 이들은 맹추위 속에서 '나눔 행복'이라는 따뜻한 모닥불을 지펴나갔다. 그들의 따뜻한 입김은 겨울철 추위를 녹이는 온정이 되고, 사랑을 비비는 양념에는 독거노인들의 입맛을 돋우는 정성이 가득 담겨져 김치를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을 찾아 떠난다.

박스 당 여덟 포기의 김치가 담겨져 총 300박스, 300여 명의 독거노인들이 올 겨울 먹을 김장김치를 받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 김장담그기 고맙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오랜 시간 정성 들여 포장한 김장김치 박스를 차에 실어 동사무소에서 전달한 자료를 토대로 독거노인들을 찾아 떠났다. 출발 전 회원들은 기대에 차 있고, 차 안에 가득 실은 박스에서 나는 김치냄새가 이들에게는 향기로운 향수 같아 즐겁기만 하다. 아마도 김장김치를 받아들고 기뻐할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힘이 나는 듯하다.

출발하면서부터 목차에 있는 전화번호를 토대로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전화통화를 시도하던 회원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다. "없는 번호라네……." "여보세요 OOO시죠? 아~ OO빌라요? 금방 가겠습니다." 어렵게 연결된 전화통화, 목적지에 도착, 그러나 빌라밀집촌에서 그들은 또 한 번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빌라 이름이 없거나, 비슷한 이름을 가진 빌라들이 많아 왔다갔다 수차례 반복하고서야 어렵게 김장김치를 전할 수 있었다.

"주소 찾는 일이 어려워, 김장 담그는 것보다 나누어 드리는 것이 더 힘들어요!" 그 후에도 거리에서 행방을 찾는 전화는 이어졌고 헤매기가 반복되었다. 동사무소에서 제공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독거노인 댁을 찾아가는 일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없거나 없는 전화번호, 다닥다닥 붙은 빌라 속에서 독거노인 분들을 찾는 것은 버거움 그 자체였다.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 사회복지 담당자는 개인정보보호이유를 내세워 자세한 정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좋은 일 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시민참여연대 관계자는 "동사무소에서 파악하고 있는 독거노인들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다. 또한 '자격'이 안 된다고 구제제도권 밖으로 밀려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들까지 찾아내 도움을 줘야한다"라고 밝히며 우리 스스로 정보를 정리해 더 많은 독거노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입맛당기는 김장김치
▲ 김장담그기 입맛당기는 김장김치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김장김치나누기 행사의 의미(목적)에 대한 질문에 인천사람연대 김태인 조직위원장은 "가지고 있는 거 나누고 살자는데 무슨 의미와 목적이 있겠나!"라고 간단히 답했다. 이 행사를 위해 시민들에게 분양했던 주말농장에다 배추를 심어 회원들과 거두어 들였고, 회원들이 회비를 내어 김장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다. 자랑하는 순간 교만이다.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다"라고 겸손해 했다. 또한 그들은 그들이 한 일을 두고 '자원봉사'라 칭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주는 '자원 활동'이라 말했다.

속이 꽉 찬 배추보다 더 속이 꽉 찬 사람들
▲ 김장담그기 속이 꽉 찬 배추보다 더 속이 꽉 찬 사람들
ⓒ 김형만

관련사진보기


그들에겐 어려운 이웃을 도우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 속엔 생색내기도 없고, 세상에 대한 자랑도 없다. 수고는 단체의 기쁨이고, 만족은 개인의 열매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더 멋지고 커 보였다. 또한 조건 없는 봉사, 아니 자원 활동이어서인지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마저 녹이는 훈훈한 행사였던 거 같다.

추운 계절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마저 추워지게 한다. 그러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주변에서 소외된 이웃들이 희망을 가지고 또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사랑의 김장나눔행사'는 당초 주변의 독거노인 분들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김장김치를 나누어 주려고 했지만 신종플루로 인해 행사를 축소해 김장김치만 나누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온정과 사랑을 나눈 '인천사람연대회원' 이들 모두에게 행복과 즐거움이 넘쳐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신문고뉴스, sbs U포터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태그:#김장담그기, #인천사람연대, #독거노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따뜻한 사회, 따뜻한 사람,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사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