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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전쟁 강요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할 수 없다."

"웰컴 USA!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온 국민이 환영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18일, 광화문 미 대사관 옆 KT빌딩 앞, 진보·보수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북한·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등 현안마다 찬반이 명명백백하게 갈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수상한 노벨평화상의 의미도 달라졌다. 아프간 재파병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는 '노벨전쟁상'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여했고, 북한인권단체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며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더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경찰의 대응이 달랐다.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땐 "미신고 불법 집회"라며 해산경고를 발하고 "검거작전 5분 전"이라며 엄포를 놓던 경찰은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의 인공기 소각 퍼포먼스를 우려해 벌인 물품 검색에 보수단체회원들이 거칠게 항의하자 "살살 하다 가시라"며 '협상'하는 태도를 보였다.

 

"아프간 파병 반대" 구호 외친 진보단체... 경찰, 기자회견 종료 후 대학생 2명 연행

 

"검거 작전 5분 전입니다. 5분 후에는 검거 작전에 들어갈 예정이니 인도에 계신 기자 분들과 시민 분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해주십시오."

 

반전평화연대, 평화네트워크, 한국진보연대 등 6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의 기자회견이 거의 끝나갈 즈음 경찰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국의 아프간 재파병을 요구하는 것을 비판하는 '노벨전쟁상' 수여식만이 남겨진 상황이었다. 앞서도 경찰은 "학살 전쟁 중단하라", "침략 전쟁 지원 중단하라"는 구호 제창을 이유로 기자회견을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세 차례 해산 경고를 한 상태였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은 "우리는 집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는 중"이라고 다시 '안내'했다.

 

연석회의는 이날 밤 방한할 오바마 미 대통령을 향해 "미국이 일으킨 전쟁의 불씨를 여기저기로 떠넘기는 당신을 환영할 수 없다"며 한국의 아프간 재파병 계획 철회와 미국의 아프간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동북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건설적인 회담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통의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각계 인사들의 규탄 발언도 있었다. 진보신당의 이용길 부대표는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재파병 규모와 일정 계획을 내놓는 것은 사대 조공이나 다름없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독립국가의 대통령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어 (재파병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탈레반과 철군 약속 여부를 놓고 국방부가 해명 자료를 내놓는 등 해프닝을 벌였는데 사실 피랍 이전에 국방부가 국회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 2007년께 철군하겠다'고 국민들에게 보고했다"며 "철군은 탈레반, 미국도 아닌 국민과의 약속이었다"고 지적했다.

 

발언과 몇 차례의 구호 제창, 퍼포먼스. 언제나 열리던 기자회견의 순서였다. 그러나 경찰은 기자회견 이후, '파병 반대' 피켓을 들고 방송사 촬영에 응하던 '대학생 나눔문화' 회원 2명을 '3차례 경고방송 이후에도 피켓팅을 하고 있다'며 연행했다.

 

인공기 찢으며 "웰컴 오바마" 외친 보수단체... 경찰과 마찰 빚어도 연행자 없어

 

"환영행사를 하는데 왜 이렇게 앞에 서 있어? 대한민국 경찰 맞아?"

 

중절모를 쓴 60대 노인은 경찰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오후 3시 '오바마 미 대통령 환영 및 북핵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회원 100여 명은 경찰이 자신들의 앞을 막고 서 있는 것에 분노했다.

 

사회자는 "경찰이 이렇게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면 구호나 이런 거 하던 대로 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이후 사회자가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를 선창하자 회원들은 일제히 성조기와 태극기, '오바마 환영', 'NLL 침범 강력응징'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자연스럽게 기자회견은 '집회'로 변질됐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박찬성 대표는 북한 인공기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면도칼로 찢으며 "웰컴 오바마", "웰컴 USA", "북핵 폐기" 구호를 외쳤다.

 

앞서 인공기 소각 퍼포먼스를 우려하며 잠시 마찰을 빚었던 경찰이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소화기를 뿌리며 인공기를 빼앗았다. 회원들은 이에 격렬히 반발하며 경찰과 맞서 싸웠다. 박 대표는 소화기 분말이 묻은 채 계속해서 회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연행자는 없었다. 경찰은 앞서와 달리 '천천히' 해산 경고 방송을 두 차례 했다. 박 대표와 회원들은 두 차례 해산 경고 방송 이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오전 진보단체의 기자회견 때 대학생들을 연행하던 모습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불법 집회로 변질되면 앞서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맞는데 반핵반김국민협의회의 경우엔 단 두 차례 경고방송밖에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태그:#오바마 방한, #아프간 재파병,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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