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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이하 인권위)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위)가 추진하는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 활동에 대한 제한을 목적으로 추진하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일부 개정안에 대해서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행안부가 통합공무원노조의 출범과 교원의 시국선언 등을 빌미로 하여 추진하던 이 개정안은 ▲공무원이 개인․집단․연명으로 또는 단체의 임원으로서 단체의 명의를 사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직무수행과 관계없이 정치지향적인 목적으로 특정 정책을 주장 또는 반대하거나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및 집행을 방해하는 것 금지(안 제3조 제2항), ▲민원인에게 불편을 초래하거나 근무여건을 해할 수 있는 정치적 구호 등이 담긴 복장 등의 착용 금지(안 제8조의 2 제1항 후단)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는 현재 교과부가 시국선언 교사 89명을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의결하고 형사고발을 하고, 행안부 역시 수십명의 공무원을 일요일 시국 집회 참여 등을 이유로 똑같은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정부와 법원의 최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 개인으로서 누리는 정치적 자유와 공무원의 직무 행위 구분해야

인권위는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대해 "공무원이 개인적인 자격에서 향유하여야 할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해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과 더불어 "이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과잉 금지의 원칙과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도 동시에 밝혔다.

또한 개정안의 내용 중 "정치지향적," "주장," "반대" 등과 같은 표현은 그 개념들이 너무 포괄적이고 불명확하여 집행자의 자의적인 해석과 임의적 집행을 가능하게 하여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인권위는 이런 입장의 또 다른 근거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및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며,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헌재 1998.4.30. 선고 95헌가16)을 인용하였다.

즉,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직무 수행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은 명백하지만, 한 명의 국민으로서 개인적으로 누리는 정치적 자유까지 금지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써 인권침해이자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는 종교 활동을 비교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현행 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교원과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과 마찬가지로 종교적 중립의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종교적 중립의 의무가 직무와 관련된 행위로 한정되어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학생들 앞에서 특정 종교를 홍보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금지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의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보장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정치 활동 역시 공무원이나 교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공무원이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라는 의미이다.

06년 인권위 NAP에서도 교원-공무원의 정치자유 보장 촉구, 헌재도 08년 인정

사실 인권위가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이 처음은 아니다. 06년 1월 인권위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NAP)'를 통해 대통령에게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사회권, 자유권, 인권교육 등 종합적 인권정책 수립을 권고'하면서 향후 5년간(2007~2011년) 종합적 인권증진 정책을 시행할 계획을 수립하라고 구체적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권고하였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 정식 국제 명칭 '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은 국가의 인권 정책의 청사진(master plan)으로서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범국가적인 인권정책 종합 계획인데, 인권위는 이 NAP는 인권 상황과 개선 조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인권정책 목표와 추진과제를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함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06년 국가인권위의 NAP 권고안 일부 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의 인권 정책의 master plan인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통하여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선거법은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어, 정치경제교육문화 수준과 국제 기준을 고려하여,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금지하는 법을 정비하여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일정 범위 확대”와 “공정선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한만 규정하여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 확대”를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반대로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더욱 제약하려고 하고 있다.
▲ 06년 국가인권위의 NAP 권고안 일부 0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의 인권 정책의 master plan인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통하여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선거법은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어, 정치경제교육문화 수준과 국제 기준을 고려하여,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금지하는 법을 정비하여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일정 범위 확대”와 “공정선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한만 규정하여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 확대”를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반대로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더욱 제약하려고 하고 있다.
ⓒ 김행수(국가인권위 자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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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총체적인 인권정책 기본 계획인 NAP에서 인권위는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인권증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제시하였는데, 이 분야에서 시민적․정치적 권리 보호를 위한 시급한 인권 개선 과제로 공무원과 초중등 교원의 정치적 자유가 과도하게 제약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이들의 참정권 확대를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국가 정책방향을 "정치․경제․교육․문화 수준과 국제기준을 고려하여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참정권을 보장해야 함"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행 국가공무원법(제65조 제1항)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제9조)은 공무원-교원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대학교수와 달리 초․중등 교사의 정치활동은 제한되어 있는데, 이는 유엔자유권규약과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 등 국제기준(global standard)에 맞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분야의 핵심 추진과제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과도하게 금지하는 법을 정비하여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일정 범위 확대"와 "공정선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한만 규정하여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 확대"를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오히려 시국선언과 통합공무원노조 출범 등을 계기로 삼아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더욱 제약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제 기준(global standard) 무시하고 거꾸로 가는 MB 정부 인권 상황

MB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민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인권위 권고와 같이 한 개인으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 확대에 대한 입장은 인권위뿐 아니라 08년 이미 헌법재판소도 비슷하게 밝힌 바 있다.

2008년 5월 29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김희옥 재판관)는 하남시장과 의성군수, 구미시장, 광주북구청장 등 4명이 "공무원의 선거 기획과 참여를 일체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결정에서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으로 결정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관권 선거나 공직자의 선거 개입의 여지를 철저히 불식시킴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여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행위를 막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나, 다만 위와 같은 위헌성은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행위 외에 사적인 지위에서 하는 선거운동의 기획행위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하지 아니한 행위에까지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08.05.29, 2006헌마1096)

이를 통하여 공무원이 공적인 지위를 이용하지 아니하고 사적인 지위에서 행하는 선거운동의 기획 또는 참여까지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혀, 국민 전체를 위한 봉사자라는 공적 지위에서 규정된 정치적 중립의 의무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리는 사적인 지위에 부여된 정치적 자유와 참정권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공무원이 사적인 지위에서 선거 운동의 기획이나 참여는 불법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번 인권위의 결정에서도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이러한 인권위의 권고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볼 때 지금 필요한 것은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과도하게 제약되어 있는 것을 확대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MB 정부는 이런 인권위와 헌재의 결정도 무시하고 통합공무원노조의 출범과 민주노총가입, 교사들의 시국 선언 등을 빌미로 하여 이들의 정치적 자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입만 열면 외치는 규제 철폐라는 방향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UN과 국제노동기구 등의 global standard에도 맞지 않는다.

MB 정부는 진정으로 '공무원와 교원의 정권 시녀화'를 바라는가?

최근 정부가 노조 자체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과 민중의례를 징계 사유로 하고, 공무원과 교원의 대량 해고와 형사고발, 그리고 공무원복무규정의 개정 등을 시도하는 것에서 우리 국민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군사독재시대의 씁쓸한 망령뿐이다. 공무원을 내세워 '5.16쿠데타를 구국의 결단, 유신개헌은 한국적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선전하고, 교사들을 내세워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5공 군사독재를 정의사회구현'라고 교육하던 그 시대의 "정권의 시녀들"을 떠올린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인권위 권고를 수용를 수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제라도 MB 정부는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국가공무원복무규정 개정안을 반대하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여 이를 폐기하고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와 고발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아니 인류 보편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인권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우리 헌법의 준엄한 명령이다. MB 정부의 의식 전환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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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