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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성을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갈 수 있다네요."

"누가 그래?"

"성 입구에 적혀 있던데요. 고창읍성에 전해지는 전설이라나."

 

혼자 다니면 이리저리 유심히 살펴야 하는데 부부가 다니니 대충대충 다녀도 괜찮더군요. 이런 정도라면 부부가 함께 다녀도 좋을 법합니다. 전북 고창읍성에 올라 성곽을 돌던 중 아내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 한 바퀴 돌까요? 두 바퀴 돌까요? 세 바퀴 돌까요?"

"아이고 다리야. 다리가 슬슬 아파 오는데 어쩌지?"

"그럼, 한 바퀴라도 돌아요."

 

아내가 곁에 있으니 엄살(?)이 통합니다. 이런 걸 횡재라 해야지요?

 

 

여성들의 성벽 밟기 풍습으로 유명한 '고창읍성'

 

"고창읍성은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하는데, 백제 때 고창지역을 모량부리로 불렀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나주진관, 입암산성과 더불어 호남 방어 요충지로, 단종 원년(1453)에 세워진 것이라고도 하고 숙종 때 완성되었다고도 하나 확실하지 않다.

 

성 둘레는 1684m이며, 동ㆍ서ㆍ북문과 옹성이 3개소, 장대지 6개소와 해자들로 된 전략적 요충시설이 갖춰져 있다. 성 안에는 동헌ㆍ객사를 비롯하여 22동의 관아건물들로 되어 있었으나 대부분 손실되었다."

 

고창읍성은 여성들의 성벽 밟기 풍습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한 해 재앙과 질병을 쫓고 복을 비는 의식이라 합니다. 어찌됐건 세 바퀴 돌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걷다 보니 생각이 달라집니다. 이는 작은 산책길과 나무들의 풍취 때문입니다.

 

 

 

"손잡고 산책길을 걷는 것으로 만족해요."

 

"당신은 그렇게 할 말이 없어요? 연애 때는 말 한 번 더하려고 난리더니 결혼 10년 지나면서부터 말이 없어진 거 알아요? 왜 그래요?"

"같이 산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

 

"핑계는…."

"핑계가 아니야. 이렇게 같이 자연을 노니는데 무슨 말이 필요해."

 

그러고 보니 연애 적, '무슨 말을 건넬까?' 궁리 많이 했었는데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하나 봅니다. 이런 생각을 직감으로 알았을까,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이렇게 당신과 단 둘이 여행 와서 손잡고 산책길을 걷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고창읍성은 이런 만족을 주더군요. 고창을 돌아보니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이든 멋스런 곳이 널리긴 널렸나 봅니다. 금수강산임에 틀림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고창읍성,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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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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