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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김없이 왔다. 23년 전과 변환 것이 하나도 없다. 날씨도 갑자기 추워지고, 방송과 신문들도 수험생들이 준비할 것과 시험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수험생들 역시 긴장될 것이다. 23년 전 같은 처지였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얻은 만큼 결과를 얻으라는 것이다.

 

오래 전과 올해 읽은 책들 중 수험생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어 부족한 선배가 소개한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2009년는 잊을 수 없는 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100일 차이로 두고 서거하셨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기간 동안 500만명이 넘는 이들이 조문을 했다.

 

엄청난 관심이었다. 역시 관심처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하나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이다.

 

이 책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을 몇 달 앞 둔 2007년 9월과 10월에 이루어진 3번의 인터뷰 한 것을 엮어 펴냈다.

 

노무현은 말했다. "진짜 권력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시민권력입니다. 각성하는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시민권력입니다"고, 정치권력 정점에 선 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당시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그는 퇴임 후에 이 '시민권력'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시민권력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보기 전에 그는 시민권력의 마음 속에 미안함을 새겨놓고 떠났다.

 

그는 시민권력을 향하여 아주 중요한 명제하나를 주었다. '슬퍼하지 말라' 곧 그저 울분만 토하지 말라면서 시민권력이라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성하면서 시민들이 만들어가는"것이라 했다. 

 

'각성'해야만 진정한 시민권력으로 이 땅에서 정치와 경제, 언론권력을 쥔 자들이 민주주의를 위배하고 그릇된 길로 갈 때 올바른 길로 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를 위해 울었던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한다. 새겼다면 우리는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혁명이 아닌, 선거, 투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대부분 수험생들이 내년 지방선거부터 선거권을 있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종이 한 장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험생들은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만화 김대중 1-3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지 88일 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많은 책들을 냈고, 다른 이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책을 냈다.

 

서거 후 처음 나온 책이 <만화 김대중 1-3권>이다. <만화 박정희> <만화 전두환>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백무현 화백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책과 그와 함께 했던 정치인, 언론인, 교수들이 쓴 저작물뿐만 아니라 그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쓴 저작물까지 다 살펴 3년간 작업 끝에 펴냈다. 4-5권이 더 나올 것이다.

 

백무현은 말한다. 김대중은 '사람'이었다고. 왜 이 말이 중요한지 2009년 수험생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는 반대파들에게 지난 30년 동안 '빨갱이'로 매도 당했다. 정의롭지 못한 반대파들의 악의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를 빨갱이로 믿었다. 그가 무덤에 뭍였을 때 무덤을 파나는 망극한 일을 범했던 일이 일어난 이유이다.  

 

백무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온 정치적 삶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 '비판적' 지지자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동물의 왕국>이라는 사실과, 귀여운 강아지를 혼낸 것에 단단히 화가 나 국회에서 집으로 득달같이 달려와 아내 이희호 여사에게 따졌다"는 일화를 깨닫고 '인간 김대중'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동물을 사랑한 김대중이라면 어찌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겠는가. 가난한 자들, 여성들을 사랑했다. 용산철거민참사를 보면서 가슴이 아렸다고 말했다. 그 사랑은 자기를 좋아한 사람만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빨갱이'로 매도한 자들까지, 정적까지 용서한 휴머니스트였다고 백무현은 <만화 김대중>에서 그리고 있다.

 

백무현은 말한다. 그의 정적들은 김대중을 '빨갱이'로 정죄하다가 먹히지 않으니 마지막에는 '대통령병 환자'라고 매도했다고. 그러나 민주주의를 유린한 박정희는 18년을 집권했다. 전두환도 민주주의를 유린하면서 죄 없는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했다. 오히려 박정희와 전두환이 더 대통령병 환자였다고 비판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흙으로 돌아간 김대중에게 백무현은 "진정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며 "그가 과연 '빨갱이 김대중'인지 '선생님 김대중'인지 이제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말한다. 수험생 여러분은 과연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갈 것인가. 중요한 문제다. 행동하는 양심이 아니면 민주주의는 죽는다. 민주주의 없는 사회는 죽음이다. 다음 책이 그것을 보여준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2차 대전 독일에서 뮌헨 대학을 중심으로 나치에 저항하다 처형당했던 '크리스토프 프롭스트와 한스 숄, 죠피 숄, 알렉산더 슈모렐, 크루프 후버의 실화를 바탕으로 잉게 숄이 지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다.

 

한스와 죠피, 알렉산더 슈모렐, 크리스토프 프롭스트가 나치에 저항할 때 뭔헨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강의했던 후버 교수는 "독일의 한 시민으로서, 독일 대학의 교수로서 그리고 한 정치적 인간으로서 독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고 그릇된 점을 공공연하게 폭로하면서,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인 권리일뿐더러 도덕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치의 타협도 없이 그들은 비굴하게 구원받으려 하지 않았다. 자유 만세를 외쳤다. 국가가 인민의 자유를 지배하려는 것에 저항했다. 

 

국가의 통치작용이 드러나지 않을 때에만 인민은 행복하다. 국가가 인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존중해야 하며, 모든 사람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치는 아니었다. 당연히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항하지 않으면 국가와 권력은 언제든지 인민에게 자유를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저항했다. 이유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위해 그것이 그 때 그들에게는 당장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나치가 종말을 고하고 난 후 1947년 독일에서는 이 책을 학교 교재로 지정하여 13세부터 18세의 청소년들에게 의무적으로 읽도록 했다. 국가의 폭력과 인권 유린,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훼손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우리 시대도 마찬가지다. 국가권력이 인민을 압제하고 있다. 말하는 자유와 듣는 자유를 빼앗고 있다. 이럴 때 인민은 저항해야 한다. 수험생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식이 '죽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2007년 4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 외 14인이 지식인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변론문을 모은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이다.

 

사르트르 말처럼 지식인이란 태생적으로 저항하는 자이다. 하지만 민주화 20년 동안 우리 사회 지식인은 "이제 사회는 외세에 억눌린 민족을 구원하고, 민족의 나아갈 길을 이끄는 안내자, 민중 이익의 수호자, 위대한 저항 정신의 상징으로서 지식인을 원하지 않는다"가 되었다고 이 책인 지식인들을 통렬히 비판한다.

 

도도한 역사 물결에 저항적인 지식은 휩쓸려 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권력과 불의에 저항하는 지식인이 아니기에 오히려 권력을 위하고, 권력 체제를 지키는 수호자일 뿐이다. 권력 수호 전위대로 초라하게 전락해버린 지식인 사회라고 통렬히 비판한다.

 

저항하는 지식인에서 권력에 순응하는 지식인, 자본에 순응하는 지식인으로서 지식인의 죽음을 재촉한 것은 독재권력이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 들어서면서 학력 위주의 지식인 개념을 독창성과 능동성 위주로 확장시킨 '신지식인상'이 도입되면서부터였다.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지식인은 '경제권력'과 어울리게 된다. 경제권력에 순응하는 지식인은 결국 "대학은 재벌 총수들에게 명예박사를 주지 못해 안달이고, 산학협동은 '산학일체'로 진화 중이며 대기업 연구용역비를 받는 상당수 교수들은 재벌개혁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는다."(23쪽)

 

우리 사회 지식인들은 저항했었다. 시대정신으로 불린 함석헌과 리영희 저작들, 장준하의 선구적 활동, 백낙청 김현의 비평 의식. 이들은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저항했다. 그 저항은 사라졌고, 자본 권력의 도도한 흐름에 휩쓸려버린 것이다.

 

"한국사회의 물질적 구조적 변화를 빠트리고 지식인상의 변화를 말할 수 없다. 서울대 입학상 중 상류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가는 현실을 덮어둔 채, 소득격차가 학력격차로 이어지고 학력격차가 신분 고착화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말하지 않고, 여전히 미국 박사가 최고곡 학연과 인맥이 우선시되는 문제 괄호를 치고 지식인상을 논한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닌가 하지만 그러하기에 더더욱 '지식인'은 되새겨야할 화두다. 과거에도 지식인은 학력과 신분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지식인이라 본시 실천적 개념이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존재'가 아니라 '행위'다. 허위에 저항하고, 현실을 인간화하며 가야 할 길을 묻는 한 그는 언제나 지식인인 것이다."(56쪽)

 

특히 5장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권력과 지식인'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식인들이 이제는 자기 신념을 자본에 팔아버렸다는 강한 비판은 경제권력이 정치 권력 우위에 자리잡았음을 알게 한다.

 

"심각한 문제는 돈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인의 신념을 팔아 버린다는 데에 있다. 기억 프로젝트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버리면서 무리한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다." 128쪽)

 

이제 수험생들도 지식인 사회에 들어가는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정의, 인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지식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을 새겨야 한다. 벌써부터 내 배부름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내 영혼과 학문을 팔아버려 권력의 노예가 된다. 이런 비극적인 삶은 살지 말아야 한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2권>

 

책 제목이 참 재미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책을 썼다는 느낌일.

 

맞다. 이 책은 1998년 11월 진중권씨가 비평집이다. 제목은 당시 극우 언론인 조갑제가 연재하던 박정희 전기인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란 책을 패러디했다.

 

진중권씨는 조갑제, 이인화, 이문열, 송복, 박홍 등의 우파 논객들이 주장하는 것이 옛 나치 독일과 일본의 미시마 유키오를 위시한 극우파와 다를 바가 없다며 그들의 글을 이용해 풍자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책이지만 아직 진중권씨가 비판한 이들이 아직도 보수 아니 극우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그들은 변화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극우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조갑제씨는 "국가가 없었을 때의 친일은 기본적으로 생존의 수단이었다"면서 극소수의 친일파들만 김일성 편으로 들어가서 국가반역을 계속했다. 친북파들은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에도, 즉 조국이 있음에도 민족반역자, 학살자 편을 든다. 반성한 친일파와 반성하지 않은 친북반역자, 누가 더 나쁜가"라고 했다. 빨갱이 비판하려다고 그만 친일파를 두둔하고 말았다.

 

빨갱이에 대한 거부 반응이 이렇게 큰 조갑제씨가 "박정희가 사회주의에 일정하게 관심을 가졌다 해도 …민족해방문제와 관련했을 것이다" 말했다. 이에 대한 진중권씨는 이렇게 말한다.

 

"빨갱이도 박정희가 하면 '민족해방문제와 관련'되죠? 또 한 번 추측을('…였을 것이다) 동원해서 말이죠?"(12쪽)

 

그리고 그는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급우에게 손찌검하고, 약혼자 마구 패고, 붕어 잡느라 냇물에 폭탄 던지고, 별 달아줬더니 두두두두 탱크 몰아 권력 잡아서, 전국을 감옥으로 만들고, 막걸리 마시전 국민 철창 신세지우고, 가위 들고 헤어 스타일 간섭하고, 짧은 치마 단속하고, 가난한 사람 쪽박 깨고, 잔소리 싫다 핵무기 개발하고, 한국식 하겠다고 온 국민 우물 안 개구리 만들고, 만인의 손가락질 받아가며 무한히 정권 연장하며 조국의 앞날에 먹구름 드리우다 결국 벼락 맞아 죽은 이 놀부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다잖고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요, 민족을 위해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요, 찬란한 민족의 태양이래요. 난리도 아니죠?

 

이 난리를 알리기 위해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펴냈는데 아직 우리는 박정희 신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정희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얼마나 깊고 크고, 가혹한지 알 수 있다.

 

읽을 책은 많다. 사실 추천하는 책 중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다. 하지만 2009년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 인민의 자유를 위해 저항하는 정신, 죽은 지식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인이 되어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들이 그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통령 노무현과 기자 오연호의 3일간 심층 대화, 개정판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7)


태그:#수험생, #노무현, #김대중, #지식인,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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